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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74 화 ★ 기독교, 쿠오 바디스

wy 0 2019.08.14

 

 

 

영국 '게트윅' 공항은 런던에서 2시간 정도 외곽에 위치 해 있고 공항 램프가 길기로 유명하다.

 

무거운 손가방을 들고 걸어야 하는 사람은 곤혹을 치른다.

 

9.11이 나기 전까지는 영국 공항의 검색이 세계에서 제일 까다로웠다.

 

입국 심사를 하는 파란 눈의 여성이 언뜻 다이애나 황태자비와 비슷했다. 

 

의문의 교통 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영국 황실이 그녀를 살해 했다고 믿는 사람이 많았다.

 

그녀가 이슬람 남자와 바람을 펴서 임신을 했는데, 출산을 하면 영국 황실의 후계자가 이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9.11을 미국이 알면서도 방치 했다고 믿는 사람도 있으니, 종교가 개입되면 인간의 상상력은 상식을 초월한다.

 

“영국에 오신 목적이 뭐지요?”  아침 잠이 덜 깬 듯 눈을 비비며 그녀가 물었다.

 

문교수가 진한 회색 안경을 벗으며 말했다.

 

“케임브리지의 폴 로빈슨 교수를 만나러 왔어요. 나도 그 대학에서 몇 년간 가르쳤지요. “

 

“그럼 케임브리지로 가시는 거군요? “

 

“아니요, 지금 교수님이 런던에 계셔서 런던으로 갈 예정입니다. “

 

그녀가 더 이상 묻지 않고 여권에 동그란 초록색 입국 허가 스탬프를 지그시 눌러주었다.

 

문교수는 영국에 살면서 직접 운전을 한 적이 거의 없었다.

 

10여년 전 미국에서 오자마자 운전을 하다 큰 사고가 날 뻔했었다.

 

운전대가 오른 쪽에 달려있어서 자칫 반대 차선으로 들어가 정면 충돌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공항에서 런던 하이드 파크 역으로 향하는 기차를 탔다.

 

아침 안개가 조금씩 걷히면서 잘 다듬어진 잔디 위에 햇살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영국 특유의 낮고 작은 구릉들이 펼쳐지고 얼룩 암소들이 여유롭게 여기저기 풀을 뜯고 있었다. 

 

기차가 방향을 바꾸자 눈부신 햇빛에 다시 안경을 썼다.

 

왼 쪽 눈두덩의 파란 멍을 가리기 위해 인천 공항 면세점에서 산 안경인데, 흰머리에 까만 테가 어울린다는 여직원의 말에 넘어가서 비싼 것을 샀다.

 

비행기에서 항상 잘 자는 편인데, 이번 12시간의 비행 중에는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떠나기 전날 이 학장이 전화로 파문에 대한 회의가 열린다는 말을 했을 때는, 올게 오는가 보다 했는데 알게 모르게 심리적 타격이 있었나 보다. . 

 

기차 의자를 조금 눕혀서 눈을 감아 보았지만, 왼 쪽 눈이 약간 아파서 안약을 넣고 다시 의자를 바로 세웠다.

 

차창으로 스치는 영국 풍경을 보면 늘 떠오르는 노래가 ‘런던데리에어’, 혹은 ‘대니보이’로 잘 알려진 멜로디다.

 

오래 전 아이리쉬 민요에 가사를 붙인 곡이고 작사자는 남자인데, 노래 제목이 대니보이라서 동성애를 표현 했다는 해석도 있고 입영하는 아들을 위해 쓴 가사라는 설도 있다.

 

문교수는 작은 여행용 트렁크에서 태블렛을 꺼냈다.

 

로빈슨 선생이 얼마 전 신학 전문지에 기고한 글이 올라와 있는데, 비행기 안에서는 태블렛의 밝은 빛이 옆 사람에게 방해가 될까 봐 읽지 않았다.

 

글의 제목은 ‘기독교 어디로 가는가?’ 인데 어쩌면 그의 마지막 외부 기고문이 될 수도 있겠다.

 

문교수는 빠른 속도로 선생의 글을 읽었다.

 

기독교는 이대로 가다가는 둘 중에 하나가 될 터인데, 없어지거나 아니면 그 뜻이 변질되어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 대륙의 종교가 된다는 것이다.

 

없어진다는 의미는 지금의 유럽처럼 가톨릭과 개신교 신도가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을 막기 어려울뿐더러, 무신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의 책이나 소설들이 넓게 읽히면서, 그 속도를 더해 갈 것이라는 예측이다.

 

리차드 도킨스나 샘 해리스, 댄 브라운의 책들을 예로 들었는데 문교수도 공감이 되었다.

 

아시아에서 기독교 선교가 유일하게 크게 성공한 나라는 한국인데, 여기도 기독교인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일본이나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 북한에도 헌신적인 선교사들이 어렵게 활동을 하고 있으나, 한국의 초창기 같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그런 면에서 한국에서의 기독교의 장래가 대단히 중요하고, 정치적으로도 미국과의 연계가 유지되는 배경이라는 것이다.

 

결국 한국의 기독교가 무너지면 아시아의 기독교도 무너지고, 미국에서도 보수적 바이블 벨트 즉 트럼프를 지지하는 남부 지방만 당분간 명맥을 유지하다가, 그나마 다음 세기에는 과거의 종교로 자취 만 남을 것이라는 걱정스러운 경고였다.

 

한편으로는 기독교라는 이름은 유지하면서, 노골적으로 예수 믿으면 복 받고 돈 벌고 성공 한다는 교리를 전파하며, 교세가 커지고 있는 종교집단이 있는데, 이들이 남아메리카의 가톨릭 인구를 급격히 잠식하고 있다.

 

이들은 변형된 복음주의파, 오순절파, 은사주의파 개신교들인데 브라질의 경우 2010 년의 통계를 보면, 가톨릭인구가 10년만에 74% 에서 65%로 떨어져 나갔고 이 부분이 거의 그대로 변형 기독교로 이동하였다.

 

가톨릭에서는 잃어버린 양들이 너무 많다고 탄식하지만, 이제 그 양들은 더 이상 양이 아니다.

 

그들은 자본 시장에서의 소비자들이며, 구원을 파는 시장에서 더 매력적인 상품을 발견한 것뿐이다.

 

아프리카에 진출한 기독교 중에 1952년 나이지리아의 라고스에 세워진 단체가 주목을 받는다.

 

‘구원받은 그리스도인의 하나님 교회’ 라는 교단이 주최하는 부흥 집회에 매년 백만 명 정도의 신도가 모인다.

 

이러한 새로운 교파는 미국이나 한국에서도 어느 정도 확산이 되었으나, 이 지역의 기존 기독교를 능가하지는 못 한 반면, 아프리카에서는 무슬림과 경쟁하며 은사주의 기독교로 번창 하고 있다. 

 

대개 이러한 논지의 글이었고, 요한복음 13장에서 베드로가 예수님께 한 질문 ‘쿠오 바디스, 도미네’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대신에, 이제는 예수님이 우리들에게 ‘기독교, 쿠오 바디스’ 라는 질문을 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문교수는 작은 소리로 '쿠오바디스, 기독교' 라고 말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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