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바 373화 ★ 이사야 선지자의 말씀

안나스가 다시 왕비를 만나러 온 것은 바로 그다음 날이었다.

 

그는 세겜시의 미트라교 성전의 위치와 그리심산 지역의 지도까지 이미 확보하고 있었다.

 

헤로디아가 감탄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단하십니다! 벌써 이렇게 준비하고 계셨군요.”

 

“소신은 항상 미래를 향한 마음을 열어두고 있을 뿐입니다.”

 

안나스의 여유 있는 설명이 계속되었다.

 

“미트라교는 자체 방위군이 약 천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3천 명의 토벌군을 셋으로 나누어 성전 경비대 천 명이 선봉 부대로 그리심산 남쪽으로 집결하여 놈들의 병력과 먼저 대치합니다.

 

이때 갈멜산에 주둔하고 있는 로마경비대 5백 명이 북쪽의 다볼산을 넘어서 미트라교의 후방을 기습하면 놀라서 서쪽으로 도망가는 놈들을 카이사레아에서 출발한 로마 주력군이 길보아산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모두 전멸시킬 수 있습니다.

 

일부 동쪽으로 도망가는 놈들은 우리 경비대가 얍복강으로 모두 밀어 넣으면 됩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의 피해는 최소화하며 로마군을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면 빠르면 3일, 늦어도 1주일 안에 토벌 작전을 끝낼 것입니다.”

 

“제사장님의 말씀을 들으니 속이 다 시원합니다.

 

우리 토벌군은 누가 총지휘를 하면 좋을까요?”

 

“성전 경비대장 마나헴이 적임입니다.

 

그는 세겜 지역을 아주 잘 알고 미트라교를 원수처럼 생각합니다.”

 

“그 사람 내가 만나 적이 있지요. 용감해 보이더군요.

 

그럼 이런 전략을 헤롯 전하께 내가 곧 말씀드리고 빌라도 총독의 승인도 며칠 내에 받을 테니 지금부터 극비리에 추진해 주세요.”

 

안나스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안나스 대제사장님은 연세가 드실수록 강건해지시는 건 물론이고 더욱 총기가 넘치시는 듯합니다.

 

은퇴 생각은 마시고 앞으로 20년은 더 현역으로 도와주셔야겠어요.”

 

헤로디아가 진심 어린 당부를 했다.

 

“감사한 말씀이지만 소신도 이제 기억력이 예전과 같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도 ‘깨’라는 단어가 생각이 안 나서 식사 중에 한참 찾았습니다.

 

결국 옆에 앉은 사람에게 ‘고소하고 노란색 씨앗인데, 짜면 기름 나오는 게 뭐냐’ 고 물어서 ‘깨’라고 알아냈습니다.”

 

“호호, 지금 농담하시는 거지요?”

 

“아닙니다. 저도 어이가 없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여하튼 이제 세겜시를 점령하고 몇 달 내에 빌립 왕의 영토를 합병하시면 그 후 사마리아 전체를 손아귀에 넣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저는 그때까지는 지금처럼 불러주시면 항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헤로디아가 반드시 달성할 목표를 안나스가 대신 말해 주었다.

 

“그리고 어제 왕비님께서 뜻깊게 말씀해 주신 문제는 제 나름대로 선지자들의 말씀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습니다.”

 

늙은 제사장이 잠깐 눈을 지그시 감았다 떴다.

 

“송구한 말씀이지만 헤롯 대왕께서 처음 집권하실 때 많은 유대인들의 반대가 있었지요.

 

그 이유는 잘 아시다시피 그분의 선친께서 에돔, 즉 이두매아에서 오셨기 때문입니다.

 

이두매아의 조상은 야곱에게 죽 한 그릇으로 장자권을 판 ‘에서’이고 두 분의 후손들은 이후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우리 유대교의 역사는 야곱을 중심으로 12지파가 이어져 왔으나 이사야 선지자의 말씀 중에 이두매아에서 메시아가 오신다는 놀라운 말씀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요.”

 

왕비가 놀랍고 기뻐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사야 선지자가 그런 말씀을 하셨나요?”

 

제사장이 품에서 양피지를 꺼냈다.

 

“분명 이사야 선지자의 긴 기록 중 거의 끝부분에 있는 말씀입니다.

 

*‘에돔에서 오는 이 누구며 붉은 옷을 입고 보스라에서 오는 이 누구냐, 그의 화려한 의복 큰 능력으로 걷는 이가 누구냐. 그는 나이니, 공의를 말하는 이요, 구원하는 능력을 가진 이니라’”

 

“아, 바로 헤롯 대왕이시군요. 보스라가 고향인 할아버지는 늘 화려한 붉은 옷을 입으셨지요.

 

아니, 이런 엄청난 기록을 왜 사람들이 잘 모르나요.”

 

헤로디아가 흥분하여 계속 말했다.

 

“이사야 선지자는 선지자 중의 선지자인데 이런 말씀은 예루살렘 회당은 물론 전국 회당의 서기관들에게 널리 알려서 우리의 교육헌장으로 삼아야겠습니다.

 

구원하는 능력을 가진 분, 메시아는 에돔에서 오신 분이고, 다윗 왕이나 솔로몬의 후손보다 더 위대한 분입니다.”

 

그녀의 선언에 노인 제사장이 고개를 숙였다.

 

“이런 말씀이 있는데 왜 과거에는 에돔 사람들이 무시당했었나요?”

 

“그것은… 흠, 송구한 말씀이지만 모세의 기록에 여호와께서 **‘야곱을 사랑하고 에서를 미워한다’고 하셨고 또 아모스 선지자도 여호와의 말씀이라고 하면서, ***‘에돔의 서너 가지 죄로 말미암아 내가 그 벌을 돌이키지 아니하리니 이는 그가 칼로 그의 형제를 쫓아가며, 긍휼을 버리며, 항상 맹렬히 화를 내며, 분을 끝없이 품었음이라.’ 했는데 이런 기록들 때문에 에서와 야곱의 후손들의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이래서 혼란스러운 겁니다.

 

아모스 선지자보다는 이사야 선지자를 따라야지요.”

 

왕비는 ‘맹렬히 화를 내며 분을 끝없이 품은 것’은 어쩐지 할아버지 헤롯 대왕과 어울린다고 속으로 느끼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음, 그리고 한번 생각을 해보세요. 대제사장님.

 

죽 한 그릇으로 장자권을 산 야곱은 착한 형 에서를 속이고 무서워서 오랜 기간 도망 다닌 사기꾼 아닙니까.

 

더군다나 에서는 돌아온 동생을 따스하니 맞아주고 용서해 준 마음씨 넓은 형이었습니다.

 

적어도 이 두 형제의 자손들이 서로 화해하고 서로의 힘을 합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요.”

 

“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왕비님.

 

여하튼 저는 이사야 선지자의 말씀을 널리 알리고 그 뜻을 새기도록 각 회당에 지시하겠습니다.”

 

“안나스 님께서 이 문제까지 이렇게 빨리 해결책을 가지고 와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제사장님만 믿겠습니다.”

 

‘제 힘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늙은 제사장이 허리를 굽히고 계속 말했다.

 

“그리고 지금 오고 있는 ‘에봇’은 언제쯤 예루살렘에 도착할 예정인지요?

 

저희가 에봇 맞이 대집회를 열어서 대제사장의 의복을 다시 찾은 의미를 경축하며 앞으로의 결의를 다짐하려 합니다.”

 

“아, 그러시군요. 언제쯤 올지 제가 자세한 일정을 곧 알려드리지요.

 

그 집회에서 이사야의 말씀을 낭독하면 좋겠습니다.”

 

안나스가 고개를 깊이 숙였다.

 

* 이사야 63장 1절

** 말라기 1장 2-3절, 로마서 9장 13절
*** 아모스 1장 11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