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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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355화 ★ 사울과 야고보

wy 0 2025.01.05

사울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약속 장소로 나갔다.

 

그러지 않아도 은근히 퍼지고 있는 이단의 무리를 일망타진할 기회를 노렸는데 그 집단의 우두머리가 면담을 요청한 것이다.

 

니고데모 님이 주선한 자리라 그의 체면을 봐서 오늘은 웬만하면 그들의 이야기를 주로 듣기만 할 생각이다.

 

남부 빈민촌 입구에 있는 작은 회당으로 들어가니 길고 검은 망토를 입은 젊은 사내가 사울을 작은 회의실로 안내했다.

 

방 안에는 두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가 그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서 오세요. 사울 님. 하나님과 나사렛 예수의 종 야고보입니다.”

 

구레나룻 턱수염이 연결된 키가 큰 30대 사내가 인사를 했는데 시작부터 나사렛 예수의 종이라는 말이 비위가 상했지만, 내색을 안 했다.

 

, 반갑습니다. 다소에서 온 사울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헬라파 유대인 스데반이라고 합니다.”

 

야고보의 옆에서 인상이 해맑은 젊은이가 사울에게 고개를 숙였다.

 

사울 야고보 스데반.png

 

, . 반갑네요. 그런데 니고데모 님은 아직 안 오셨나요?”

 

. 오늘 못 오실 것 같습니다.

 

갑자기 산헤드린 의회가 소집되어 사울 님께 죄송하다는 말씀 꼭 전해드리라 하셨습니다.”

 

야고보가 대답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은 사울은 니고데모가 아마 입장이 곤란해서 산헤드린 핑계를 댄다고 생각했다.

 

조금 전 안내를 한 젊은 청년이 마실 것을 한 잔 들고 와 사울의 앞에 놓고 나갔다.

 

감귤 차 향기가 좋은데 저만 주시나요?”

 

, 저희는 요즘 낮에는 금식 중이라 마실 것도 안 마십니다.”

 

, 금식을 철저히 잘하고 계시는군요.

 

저는 예수 선생의 제자들은 모두 술도 잘 먹고 율법은 잘 안 지킨다고 들었어요.”

 

사울의 음성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그렇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율법을 없애려는 게 아니고 완성하려고 오셨습니다.

 

저희가 사울 님을 뵙고자 했던 것도 그런 잘못 알려진 오해를 풀어드리고 우리 에비온파의 활동이나 모임이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말씀드리고자 함입니다.”

 

야고보의 말에 무게와 권위가 느껴졌다.

 

, 그러시군요. 제가 듣기로는 야고보 님이 예수 선생의 친동생이라고 하던데 도대체 형님인 나사렛 예수는 어떤 분인가요?”

 

사울은 우선 이렇게 질문을 하면서 그들의 문제점을 잡아내고 싶었다.

 

, 선생님은 성령으로 잉태하셔서 동정녀인 마리아 님의 몸을 빌려 세상에 나오시고, 세례요한 선생께 세례를 받으신 후 스스로 하나님의 아들인 것을 깨달으시어 많은 제자들에게 진리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이렇게 약 3년을 갈릴리와 유대 여러 지역에서 활동하시며 가난한 자, 병든 자, 핍박받는 자들을 위로하시고 고쳐주시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셨지요.

 

때가 이르매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음부에 내려가셨다가 3일 만에 죽은 자 가운데 다시 살아나시어 하늘에 오르사 전능하신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십니다.”

 

한마디 한마디 신앙고백을 하듯 힘주어 말하는 야고보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사울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 이거 미안합니다.

 

너무 똑같은 이야기를 내가 알고 있어서 실례를 했습니다.

 

그분도 신의 능력으로 인간의 몸을 빌려 태어나시고 세상에서 좋은 일을 많이 하다가 나무에 매달려 죽으신 후, 십자가는 아닙니다만 3일 만에 부활하셨지요. 누군지 아시겠습니까?”

 

야고보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사울이 옆에 앉아 있는 스데반에게 시선을 돌렸다.

 

당신이 헬라파라면 이 사람이 제우스의 아들인 티아나의 아폴로니우스라는 것을 알았겠지요?

 

사람보다는 신에 가깝지만, 여하튼 거의 같네요. 하하.”

 

비웃는 듯한 사울의 웃음소리가 그친 후 스데반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 그러고 보니 비슷한 면이 있네요.

 

그러나 나사렛 예수님은 곧 이 땅에 다시 오셔서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실 것입니다.

 

그 증거로 얼마 전 우리 모임에 예수님께서 성령을 보내주신 놀라운 역사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말한 스데반이 고개를 돌려 옆에 앉은 야고보를 바라보았다.

 

, 정말로 대단한 성령의 역사가 일어난 순간이었지요.”

 

나지막한 목소리로 야고보가 사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스데반의 말을 이었다.

 

얼마 전 세계 각지에서 예루살렘으로 온 많은 순례자들과 모임을 했습니다.”

 

세계 각지라면 어디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사울이 야고보의 말을 중간에 끊고 질문했다.

 

, 그러면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바대인과 메대인, 엘람인과 메소보다미아, 유대와 갑바도기아, 본도와 아시아, 브르기아와 밤빌리아, 애굽과 구레네 그리고 로마는 물론 그레데인과 아라비아에서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여러 곳에서 벌써 이렇게 모인다는 생각에 사울의 표정이 긴장되었다.

 

그곳에 우리 예수님의 제자들이 이들과 함께 모였는데 홀연히 하늘로부터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소리가 있어 온 집에 가득하여 마치 불의 혀처럼 갈라지는 것들이 제자들 머리 위에 임했습니다.

 

그러자 제자들이 모두 성령의 충만함을 받고 성령이 말하게 하심을 따라 다른 언어들로 말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다 놀라 신기하게 여겼는데 우리 제자들이 모두 갈릴리 시골 사람들이라 그들의 언어를 알 리가 없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지요.”

 

, 그러니까 그 불의 혀 같은 것이 예수 선생이 보내준 성령이었다는 말씀이네요.

 

실례지만 야고보 님은 어느 지역 방언을 말하셨나요?”

 

저도 모르지만 제가 하는 말은 우리가 쓰는 아람어가 아니었습니다.”

 

그때가 저녁 시간이었나요?”

 

아니요. 아침 9시경이었습니다. 아무도 술에 취한 사람은 없었지요.

 

그때 예수님의 제자 중 베드로라는 분이 다른 제자들과 함께 서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곧 선지자 요엘을 통하여 말씀하신 것이니 일렀으되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말세에 내가 내 영을 모든 육체에 부어주리니 너희의 자녀들은 예언할 것이요.

 

너희의 젊은이들은 환상을 보고 너희의 늙은이들은 꿈을 꾸리라

 

그때에 내가 내 영을 내 남종과 여종들에게 부어주리니 그들이 예언할 것이요

 

또 내가 위로 하늘에서는 기사를, 아래로 땅에서는 징조를 베풀리니 곧 피와 불과 연기로다 주의 크고 영화로운 날이 이르기 전에 해가 변하여 어두워지고 달이 변하여 피가 되리라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받느니라’”

 

말을 마친 야고보의 표정이 엄숙했다.

 

, 그러니까 베드로라는 분이 요엘 선지자의 말을 인용해서 그렇게 말했군요.

 

그분도 갈릴리 분인가요?”

 

, 그렇습니다. 갈릴리 어부였지요.”

 

감귤 차를 한모금 마신 사울이 살며시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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