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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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46 화 ★ 호스트 바

wy 0 2019.05.07

 

야래향에서의 저녁식사는 홍수진 변호사의 짜장면을 서준이 덜어 먹으면서 거의 끝이 났다.

 

허변이 슬며시 김승태 변호사에게 방주 문제를 언급했다.

 

방주의 구속 적부심 판사가 김변의 절친이니 전화나 한 통 해 달라면서 동창끼리 서로 돕지 않으면 크나 큰 적폐라고 했다.

 

김승태가 마호타이를 한 번 더 돌리며 담당 판사는 자신이 책임지겠노라고 선언했다.

 

옆에서 홍변이 화제를 돌렸다.

 

“서울에는 젊은 미남들이 옆에서 술을 따르는 호스트 바가 있다면서요?

 

혼자 가기는 겁이 나고 최기자님이 오늘 제 호위 무사가 돼서 구경 좀 시켜주세요.

 

혹시 잘 아시는 데 있나요?”

 

술 몇 잔에 발그레해진 그녀의 얼굴이 장난꾸러기 같았다.

 

“가보지는 않았는데 이세벨이라고… 아마 이 근처 같은데…”

 

“어머, 역시 기자 분이라 다르시네.

 

가까우면 걸어가요.”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서준이 휴대폰을 꺼내서 주기자의 번호를 찾았다.

 

5-6번 울리더니 약간 취한 목소리가 음악 소리와 함께 들렸다.

 

“최서준 기자님, 무슨 일로 이렇게 늦게 전화를 다 하시나? ”

 

“주 선배 미안해요. 

 

지금 이세벨에 좀 가야 할 일이 생겼는데 전화 번호 좀 알려줘요.”

 

홍변의 호기심 많은 얼굴이 서준을 향해 고정 되어 있었고 침을 한 번 삼키는 시간이 지난 후 주기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차장이 너하고 둘이 가고 싶은 거구나, 그렇지? “

 

“그게 아니고.. 변호사 친구가 있는데 갑자기 가보고 싶다고 해서요.”

 

주기자의 헛기침 소리가 저편에서 들렸다.

 

“거기는 모르는 사람은 예약을 안 받아. 

 

내가 예약 해 줄게.  몇 사람?”

 

“그럼 고맙지요. 네 사람요.”

 

김변과 허변이 옆에서 급히 손을 저었다.

 

“아니 두 사람으로 해 주세요.”

 

전화를 끊자 행인두부 디저트가 나왔다.

 

옛날 양귀비가 좋아했다는 살구 씨로 만든 시원하고 향긋한 하얀 묵 같은 디저트가 목 안으로 술술 넘어갔다.

 

마호타이의 독한 기운을 중화시키는 약이었다.

 

후딱 한 그릇을 다 비우자 주기자의 전화가 다시 왔다.

 

“예약했다. 이세벨에 가서 윤마담을 찾으면 돼.

 

후배가 늦은 밤에 선배한테 갑질 하는 것도 여러 가지다.”

 

“고마워요, 주선배. 내가 답사 겸 먼저 다녀올게요.”

 

서준이 전화를 끊으려는데 그의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

 

“여기 베로나인데 지난 번 네가 말했던 CCTV 영상 확보했다.

 

난 왜 이렇게 최서준에게 잘 하는지 몰라. ”

 

당장 그 영상을 보러 가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핸드폰 맵으로 이세벨을 찾으니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였다.

 

김승태가 아멕스 플래티넘 카드를 계산서 가져온 종업원에게 주면서 말했다.

 

“오늘 후배님 만나니 걱정이 안되네.

 

우리 영감님이 요즘 정신이 오락가락 하셔.

 

일종의 환각을 실제 일어난 일로 생각하는데 의학적 용어로 '섬망'이라고 하더군.”

 

종업원이 카드를 가져왔고 김변이 사인을 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 서준과 악수를 했다.

 

독한 술 기운에도 밖의 거리는 상당히 쌀쌀했다.

 

오른쪽 어깨를 바짝 붙여서 걸으며 홍변이 말했다.

 

“올 해는 상당히 추위가 빨리 왔어요.

 

12월 중순에 한강이 얼은 게 71년만이래요.

 

이러니까 지구 온난화가 아니라는 학자도 있나 봐요.”

 

“네. 그래도 온난화는 맞습니다.

 

사과의 재배지가 경북에서 강원도로 거의 다 올라왔어요.

 

20년 후에는 한국은 완전히 아열대 기후가 된다고 해요.”

 

몇 발자국 더 걷더니 홍변이 자연스럽게 서준의 팔짱을 끼었다.

 

연한 장미 냄새가 산뜻하게 풍겨왔다.

 

“팔짱은 여자가 먼저 잡는 게 예의라네요. “

 

명랑하게 웃는 그녀의 붉고 도톰한 입술에서 하얀 김이 솟아나왔다.

 

홍수진의 숨결이 오렌지 샤벳처럼 산뜻하고 달콤하게 그의 오른 볼을 간지럽혔다.

 

서준은 문득 ‘베사메 무초’ 를 듣기도 전에 키스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가 낀 팔짱을 먼저 풀어야 하고 길거리에 걷는 사람이 많아서 이세벨에 갈 때까지 보류하기로 했다.

 

잠시 후 대로변에서 한 블록 안으로 들어가 있는 10층 정도의 건물에 도착했고 이세벨은 지하에 있다는 초록색 네온사인이 눈에 들어왔다.

 

윤마담은 남자같이 짧은 머리에 몸에 바짝 달라붙은 레오나르도 실크 원피스를 입었는데 가슴이 깊이 패여 있었다.

 

크게 쌍까풀한 눈과 검은 피부, 두툼한 입술에 연한 분홍색 루즈가 어느 화가의 아프리카 미인 같았다.

 

이세벨은 서준이 몇 번 가봤던 일반 룸 살롱과 큰 차이가 없었다.

 

바닥은 초록색 대리석 위에 분홍색 고급 카펫이 깔려 있고 탁자 위에는 생수 10병과크리스탈 얼음 통이 놓여 있었다.

 

간 밤에 술을 많이 엎질렀는지 달착지근한 양주 냄새가 아직도 풍겼다.

 

서준은 갑자기 술 값이 걱정 되었다.

 

기자 생활 이후 대부분 얻어먹고만 다녀서 미처 생각을 못하고 여기까지 온 것이다.

 

“여기 계산은 우리 회사 법인 카드로 할거에요.

 

배가 부르니까 양주 한 병하고 마른 안주만 시켜요.

 

남으면 사인하고 다음에 또 와요.”

 

홍수진이 서준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듯 말했다.

 

윤 마담이 들어와서 주문을 받은 후 홍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분이시네요.

 

우리 집에서 제일 인기 있는 핸썸하고 몸매 좋은 선수가 곧 올 거에요.

 

낮에는 압구정동의 헬스클럽에서 개인 지도를 하고 있어요.  

 

맘에 드시면 또 오셔야 해요. “

 

홍수진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최기자님도 노래 잘하는 아가씨 한 명 앉힐까요?”

 

“아니요. 저는 괜찮습니다.“

 

잠시 후 곤색 양복을 입은 건장한 호스트가 방으로 들어오며 서준과 눈이 마주쳤다.

 

“어, 손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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