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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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76화 ★ 운 좋은 마나헴

wy 0 2023.04.19

 

여관방으로 돌아온 바라바는 낮잠을 자고 일어났다.

 

오늘 아침 루브리아의 얼굴을 잠깐이라도 봐서, 그동안의 긴장이 좀 풀린 듯 싶었다.

 

아몬은 감람산에 있는 동지들에게 다녀온다고 나갔다.

 

우물에서 목욕을 하러 나갔던 헤스론이 들어오는 소리가 났다.

 

워낙 육중한 체중이라 그가 오는 발자국 소리는 복도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줄 서서 목욕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어

 

사람들이 모두 이 여관으로만 온 것 같아

 

잘 자고 일어난얼굴이네?

 

, 은근히 피곤했나 봐

 

어제 쿰란에서 동굴 몇 군데를 다녔더니.”

 

쿰란 동굴? 거기 산들은 나무도 없어서 오르내리기가 더 어렵다던데.”

 

바라바가 에세네파의 문헌들과 보물을 숨긴 지도에 대해 헤스론에게 설명해 주었다.

 

, 그랬구나. 아버님이 에세네파 원로시니까 그 정도는 해 드려야지.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오늘 재판은 말도 안 돼

 

자꾸 피고 루고 놈의 뻔뻔한 얼굴과 재판장의 태도가 떠오르면서 화가 나네.”

 

바라바는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듣고 있었다.

 

만약 내일 재판장이 사라를 구속시키는 판결을 내린다면 가만있을 수 없잖아

 

재판정에 있는 경비원은 오늘 보니까 열 명도 안 되던데.”

 

헤스론이 바라바의 반응을 기다리다 계속 말했다.

 

지금 감람산에 우리 동지 몇 명만 데리고 오면 재판소를 뒤집어엎는 것은 문제도 아냐.

 

사무엘 님이 억울하게 돌아가셨는데 사라까지 구속된다면 우리가 여태까지 뭐하러 열성당에 있었는가?”

 

바라바도 사무엘 님 얼굴이 떠오르며, 사라가 구속되는 것만큼은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그러니까 내일은 우리 대원들과 같이 재판에 참석했다가 사라가 위험해지면 그녀를 구출해야 해

 

재판장도 한 방 먹이고. 하하.”

 

헤스론이 신나게 주먹을 휘두르는 흉내를 내는데 아몬이 들어왔다.

 

바라바 헤스론 아몬 collage.png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었나?”

 

헤스론이 조금 전 상의했던 이야기를 아몬에게 해주었다.

 

말은 맞는 말인데.”

 

아몬이 말끝을 흐렸다.

 

맞으면 그렇게 해야지. 뭘 망설이나?

 

헤스론이 답답한 듯 물었다.

 

, 아직 나발을 납치한 사람들의 움직임을 몰라서.”

 

그거야 문제가 생겼으면 오늘 재판장에 벌써 나타났겠지

 

나발이 사라 재판을 잘 알고 있을 텐데, 나발이 배신할 리가 없다니까.”

 

아몬도 판단이 어려운지 더 이상 반론이 없었다

 

바라바가 입을 열었다.

 

그래, 사라가 구속되는 것은 막아야지... 

 

일단 산보도 할 겸 감람산에 올라갔다 올까

 

우리 대원들은 잘 있지?”

 

아침에는 좀 쌀쌀하긴 해도 야외 캠핑 나온 기분으로 잘 먹고 잘 지내.”

 

감람산은 거룩한 성전의 오른쪽으로 나지막하게 붙어 있는 구릉이었다

 

작은 올리브 나무가 많아서 감람산이라고 불리었고, 중간 기슭에는 기름을 짠다는 뜻인 '겟세마네'라는 평평한 장소도 있었다.

 

걸어서 30분도 채 안 걸리는 곳이다

 

세 사람이 여관 문을 나서는데 카운터에 있던 종업원이 헤스론에게 다가왔다.

 

손님, 혹시 오늘 저녁에 나가실 건가요?”

 

아니요. 우리는 3일간 있을 여관비를 선불하지 않았소.”

 

, 그건 알고 있습니다만, 하도 방이 없어서 혹시 하고 여쭤봤습니다

 

아까 누가 물어보기도 해서요.”

 

아몬이 나갔던 발길을 다시 안으로 돌리며 물었다.

 

누가 물어봤다고요?”

 

종업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뭘 물어보던가요?”

 

심각한 얼굴의 질문에 종업원이 주춤거리다 말했다.

 

어떤 남자분이 여기 이 곰, 아니 덩치 큰 분이 곧 나가냐고 아까 물어봤어요.”

 

우리가 점심 먹고 들어 온 후인가요?”

 

, 바로 그 직후였어요.”

 

그 남자가 어떻게 생겼나요?

 

머리가 약간 벗겨지고 얼굴이 살이 좀 쪘어요. 나이는 40대 정도고요...”

 

혹시 다리를 좀 저는 것 같지 않던가요?”

 

아몬이 다시 물었다.

 

그러고 보니 약간 그런 것도 같네요

 

지팡이를 가지고 있었어요.”

 

“하하. 이 친구가 격투기 대회에 나가 우승도 여러번 해서 알아보는 사람이 많소.”

 

, . 어쩐지 그러신 것 같았습니다. 그럼 계속 있으실 건가요?”

 

물론이지요. 수고하세요.”

 

나가려는 일행을 종업원이 다시 불러 세웠다.

 

잠깐만요 손님, 혹시라도 마음이 변하셔서 오늘 저녁에 나가신다면 제가 손님이 맡기신 돈의 두 배를 드리겠습니다

요즘 방을 급하게 찾는 분들이 많아서요. 헤헤.”

 

두 배가 아니라 열 배라도, 우리가 지금 어디 다른 곳으로 갈 데가 없지 않소.”

 

, 알겠습니다. 그럼 잘 다녀오세요.”

 

밖으로 나온 그들은 감람산으로 가지 않고 목욕탕 쪽에 있는 뒷문을 통해 다시 방으로 돌와왔다.

 

마나헴 같은데?”

 

아몬이 헤스론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놈이 우리를 어떻게 쫓아왔을까?”

 

헤스론이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우리가 들어갔던 식당 두 곳 중 한 곳에서 우리를 보았겠지

 

다행히 바라바는 변장을 하고 있어서 못 알아본 거 같아.”

 

그놈이 나발을 체포했나?”

 

, 아닐거야. 나발이 말했으면 오늘 아침 재판에도 왔겠지.”


아몬이 바라바를 보며 말을 이어갔다.

 

마나헴이 틀림없이 우리를 체포하려고 오늘 밤에 올 거야

 

이번에 오히려 우리가 그놈을 잡아버리면 어떨까?”

 

그래서 아까 여관 종업원에게 우리가 계속 있을 거라고 말했구나.”

 

그래. 지금 감람산에 있는 우리 대원이 30명이 넘는데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야.”

 

, 무슨 말인지 이제 나도 알겠어. 그렇게 하자.”

 

헤스론이 주먹을 쥐며 말했다.

 

마음 같아선 나도 그러고 싶지만, 내일 사라 재판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오늘은 그냥 우리가 마나헴을 피하는 게 좋겠어.”

 

바라바의 말이었다.

 

, 그건 그러네. 내일 우리 대원을 전부 동원해야 하니까.”

 

마나헴 놈, 참 운이 좋다. 내일 사라 재판만 없었어도 오늘 그냥 끝내주는 건데.”

 

헤스론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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