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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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374화 ★ 사라의 부탁

wy 0 2025.03.12

거울에 비친 사라의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어제저녁부터 잠들 때까지 실컷 울었다.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도 눈물이 그렇게 많이 나오지는 않았던 것 같다.

 

바라바 오빠의 마음이 그녀에게 오기는커녕 나발을 자기보다 더 믿고 두둔하는 것이 너무 속이 상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더 이상 감정적이고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열성단의 미래가 걸려 있고 아빠의 딸로서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한다.

 

사라는 찬물에 세수하고 눈화장을 가볍게 한 후 외출 준비를 했다.

 

요셉 아저씨를 만나서 이런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서다.

 

집을 나서서 몇 발짝 걷다가 갑자기 성당 옆 공원을 돌아서 가고 싶었다.

 

미사엘 님이 이럴 때 옆에 있으면 의논하고 싶은데 어디를 갔는지 찾을 수 없었다.

 

아침 산보 삼아 공원 입구에 들어서서 크게 심호흡하며 발걸음을 넓혀 나갔다.

 

새소리가 즐겁게 들리고 야자나무를 흔드는 바람이 산뜻했다.

 

조금 더 공원으로 들어가니 저만치 벤치가 보이는데 누가 앉아 있었다.

 

미사엘 님과 앉았던 그 벤치에 미사엘 님같이 보이는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다.

 

설마 미사엘 님은 아니겠지 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좀 더 가까이 가보았다.

 

그 사람이 발자국 소리를 느끼고 고개를 들어 사라를 바라보았다.

 

미사엘 님과 너무 똑같았다.

 

놀랍게도 미사엘 님이었다.

 

사라 님, 나오셨군요. 조금 이른 시간이라 여기서 잠깐 있다가 댁으로 가려고 했어요.”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사라는 왜 그런지 또 눈물이 나올 듯 반가웠다.

 

사무엘 사라 collage.png

 

미사엘 님, 그동안 어디 계셨어요. 얼마나 찾았는데요!”

 

사라가 벤치에 앉으며 미사엘의 손을 잡고 옆에 앉혔다.

 

며칠 여행을 좀 다녀 왔습니다.

 

사라 님이 예루살렘에서 이렇게 빨리 돌아올지 몰랐어요.

 

변호사를 만나서 일이 잘되었나 봐요.”

 

사라가 짧게 한숨을 내쉰 후 그간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변호사를 만나지 못해 일찍 돌아왔고 지금 나발이 속을 썩이는데 바라바 오빠가 상황 파악을 못 해서 큰 걱정이라고 자세하게 모두 말했다.

 

안토니아 감옥에 있는 동료들은 여하튼 곧 풀려나올 수 있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하지만 나발이 문제로 자칫하면 열성단이 분열할 수도 있겠네요.

 

이번에 받은 자금이 떨어지면 나발이 또 조직 개편을 요구할 겁니다.”

 

사라가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이 와중에 바라바 님은 곧 로마로 가려고 해요.

 

못 가게 말리고는 있지만 여의치 않으면 미사엘 님이 당분간 열성단을 이끌어 주세요.”

 

그녀의 입에서 자기도 모르게 미사엘을 신뢰하는 부탁이 나왔다.

 

“음, 저는 자격이 없습니다.

 

바라바 님이 꼭 로마를 다녀와야 한다면 임시 단장으로 아몬을 지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아마 바라바 오빠도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아몬 님은 나발을 통제할 수 없어요

 

미사엘 님은 연세도 있으시고 나발이 어려워하니까 미사엘 님이 적임이세요.”

 

아닙니다. 저는 아셀 단장의 밑에 있었기 때문에 정통성이 없습니다.

 

사무엘 님도 한때 모셨지만 그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지요.”

 

그의 말을 들은 사라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럼 어떻게 하나요

 

냥 놔두면 열성단이 나발단이 될 텐데요.”

 

회당의 아침 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미사엘이 입을 열었다.

 

지금 열성단의 병력 중 반 이상이 나발의 직속부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을 나발 뒤에서 지휘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조직에 두 사람이 있는데 한 사람은 바라바 님이고 또 한 사람은 사무엘 님의 따님이신 사라 님입니다.”

 

어머, 제가 어떻게요

 

저는 여자이고 나발이 제 말은 우습게 생각할 거예요.”

 

아닙니다. 사무엘 님은 열성단의 전설입니다.

 

그분을 본 사람은 거의 없지만 돌아가신 후에 그분은 모든 병사들의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나발이 속으로는 어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겉으로 불만을 나타낼 수는 없지요.

 

당분간은 사라 님이 임시 단장을 하는 게 최선입니다."

 

글쎄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서요.

 

바라바 오빠도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고요.”

 

사라가 약간 부은 눈으로 미사엘의 눈동자를 쳐다보았다.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유대민족의 역사에는 드보라 같은 여성 지도자가 있었고, 로마에서도 안토니우스가 이집트에 있을 때는 풀비아라는 그의 부인이 모든 군사적 행동을 지휘했습니다.

 

사라 님도 사무엘 님의 따님으로서 당당하게 열성단을 이끌어 갈 수 있습니다.”

 

확신에 찬 그의 권유에 사라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바라바 님도 지금 제 말을 들었다면 당연히 찬성했을 겁니다.

 

아몬과 헤스론도 마찬가지고요.

 

일단 그렇게 해서 나발의 속셈을 확실히 파악한 후 그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럼 부단장은 누가 하지요?”

 

미사엘이 얼른 대답을 못 했다.

 

제가 단장이 된다면 미사엘님이 부단장으로 도와주시면 안 되나요?”

 

그 문제는 바라바 님과 나중에 또 상의하기로 하고 우선 사라 님이 마음을 정해야 합니다.”

 

사라가 미사엘의 눈을 정면으로 들여다보며 말했다.

 

아니에요. 미사엘 님이 그렇게 도와주신다고 약속해야 제가 용기를 낼 수 있겠어요.

 

미사엘 님이 하시려던 나병환자 병원은 조금 후에 시작하셔도 되잖아요.

 

우선 열성단을 같이 지켜주세요. 우리가 지켜야 해요.”

 

그녀의 절박한 마음이 담겨 있는 눈동자가 계속 그를 따랐다.

 

미사엘이 이미 했던 심각한 질문, 장래를 함께하자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은 채 열성단을 지켜 달라는 부탁을 간곡하게 하는 사라가 어린아이 같았다.

 

나이보다 주름진 이마와 성성한 수염 뒤로 선량한 미소를 지으며 미사엘이 말했다.

 

사라 님의 부탁을 제가 거절할 수 있나요.

 

곧 바라바 님과 상의해 그런 방향으로 하도록 하지요.”

 

정말 감사합니다, 미사엘 님."

 

사라가 고개를 숙였다.

 

, 그리고 제가 티베리우스 신도시에 며칠 갔다가 어젯밤에 돌아왔어요.

 

갈릴리 지역에서 제일 큰 도시의 나병환자 수용소 실태를 보러 갔는데, 생각보다 너무 비참해서 오래 있을 수도 없었지요.

 

그런데 테베리우스 중앙광장에도 바라바에 대한 비난 벽보가 붙어 있더군요.

 

어젯밤에 동료들에게 물었더니 요즘 갈릴리 전역에 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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