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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고창신(法古創新) : 늙은 나이에 품은 젊은 마음 - 외목 이우근

wy 0 2023.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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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으면 나이 한 살 또 먹었다고 한탄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만(滿) 나이를 쓰게 될 테니까 그런 탄식이 줄어들지 모르지만, 살아갈수록 나이를 더 먹는 것은 필연적인 일입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만큼 오래 살고 있다는 뜻이니, 탄식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감사할 일입니다. 새해를 맞지 못하고 지난해에 세상을 떠난 이들이 많습니다. 저들이 그토록 바라다가 끝내 만나지 못한 새해를 어찌 탄식하면서 맞을 수 있겠습니까?

 

탄식이 쌓일수록 몸과 마음이 낡아가고, 감사가 깊어질수록 영육이 더욱 성숙해집니다. 늙는다는 것은 낡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더 무르익고, 더 튼실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늙어가는 것은 은총입니다. 그 은총에 감사하는 것이 늙어도 낡지 않는 비결입니다. 늙음 속에 낡음이 있지 않고 이채로운 새로움이 있습니다.

 

늙음과 낡음이 만나는 자리에는 허무와 절망이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늙음이 곧 낡음이라면, 삶은 살아감이 아니라 죽어감일 따름입니다. 낡지 않는 늙음은 옛 시간을 폼은 오늘을 살아갑니다.

 

옛것과 새것을 한 품에 아우르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은은한 지혜의 삶입니다. 늙은 나이에 품은 젊은 마음입니다.

 

보수니 진보니 하는 어설픈 잣대로 함부로 폄훼할 수 없습니다. 애환(哀歡)의 삶 속에 켜켜이 틀어박힌 연륜의 무게, 연면히 흘러온 역사의 가치를 '참을 수 없는 젊음의 가벼움'이 감히 비웃지 못합니다.

 

낡은 마음을 품은 젊은 나이도 있습니다. 현란한 이벤트에 넋이 빠져 우상의 상징조작에 스스로 묶여버린 젊음, 오래 묵혀진 삶의 지혜에 두 귀 꽉 막아버린 젊음, 분열의 도그마에 사로잡힌 경직된 젊음이라면, 나이는 젊었어도 낡은 인격입니다.

 

자유를 갈구하면서도 자유로부터 도피하는, 한갓 정신적 노예에 지나지 않습니다. 막히고 닫힌 젊음, 낡고 닳아빠진 늙음에게는 진보도 보수도, 개혁도 전통도 모두 허위의 우상일 뿐입니다.

 

우상이 약속하는 자유 속에는 철없이 젊은 눈을, 낡고 흐려진 노안(老眼)을 속이는 거짓의 유혹이 숨어있습니다. 그 유혹에 빠지지 않는 삶은 늙어도 낡지 않습니다. 도리어 나날이 신선합니다.

 

몸은 늙어도 마음과 인격은 날마다 새롭습니다. 껍데기 진보보다 더 앞선 깨우침, 입술의 개혁보다 더 싱그러운 에너지가 삶의 물길에 풍성히 출렁입니다.

 

겉이 늙어갈수록 속은 더욱 낡아가는 것이 추한 늙음이요, 겉은 낡아가도 속은 날로 새로워지는 것이 아름다운 늙음입니다. 성서는 그 아름다운 늙음을 공경하라고 가르칩니다.

 

 

"너는 백발이 성성한 어른 앞에서 일어서고, 노인의 얼굴을 공경하라."(레위기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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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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