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타고라스 BC 582-497
Q: 저는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무엇인지 아직도 기억합니다.
A: 사람들이 그건 대개 알지요. 허허.
사실 이 정리에 담긴 원리는 고대 이집트 사람들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내가 증명에 성공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지요.
Q: 선생님은 평생 채식을 하셨지요?
A: 그렇소. 난 윤회를 믿었지요.
즉 모든 영혼이 불멸하고 윤회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사람이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었어요.
Q: 윤회 사상을 말씀하신 부처님보다 선생님이 먼저 태어나셨나요?
A: 확실치는 않지만, 아마 내가 20~30년 인생 선배일 거요.
사실 부처 이전에도 몇몇 분들이 윤회 사상을 생각했었고 특히 힌두교에 뿌리를 둔 사상이라고 볼 수 있지요.
Q: 피타고라스 선생님도 많은 제자를 두셨던 스승이자 숭배의 대상이셨지요.
학식과 지혜는 물론, 초인적 능력을 지닌 분이라고 믿는 분들이 많았어요.
선생은 넓적다리가 황금으로 되어 있고, 서로 다른 장소에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전생의 모든 일을 기억하신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사실인가요?
A: 하하. <믿거나 말거나> 라는 TV 프로그램에 나와야 하겠지요?
나는 주로 수학을 가르치면서, 그와 동시에 윤회를 믿는 종교의 교의들을 설파하기도 하였소.
나는 피타고라스 정리 외에도‘황금비’라는 또 하나의 수학적 원리를 발견하였지요.
정오각형의 각 꼭짓점에서 대각선을 그으면 별이 생기는데 이때 정오각형 별에서 짧은 변과 긴 변의 길이의 비가 1 : 1.618이 되고 이를 가장 균형적이고 이상적인 비율이라 하여 황금비라고 하였지요.
탈레스 선생은 물이 모든 것의 근원이라고 하셨고, 탈레스 선생의 제자인 아낙시만드로스 선생은 만물의 근원은 특정 성질을 가지면 안 된다고 하셨지요.
피타고라스 선생님도 위 두 분의 제자로 알려졌는데 두 분 선생님에 대해서 좀 말씀해주시지요. 특히 아낙시만드로스 선생은 이름이 어렵습니다.
A: 최초의 철학자로 불리는 탈레스 선생(BC 625~547)은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고 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인류에게 알려주었어요.
자연현상을 신과 같은 초자연적 힘이 아닌 또 다른 자연현상으로 설명한 것이지요.
고대 사람들은 매년 여름만 되면 나일강이 범람하는 이유를 강의 신이 화가 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탈레스 선생은 북쪽에서 불어오는 계절풍 때문이라고 했지요.
아낙시만드로스(BC610년 ~ 546년) 선생은 탈레스 선생의 생각을 반박하며 만약 만물의 근원이 물이라면, 뜨거운 성질인 불같은 것들이 존재하는 것을 설명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만물을 이루는 가장 근본적인 물질은 어떤 특정한 성질이 없다고 주장했어요.
그는 만물의 근원을 ‘아페이론’(Apeiron)이라고 했어요.
그 뜻은 ‘무엇이라고 규정되지 않는 것, 단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처럼 만물의 근원을 ‘아페이론’이라고 해야 건조하거나 습하거나 뜨겁거나 차가운 것들이 존재하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죠.
Q: 현대 물리학에서는 물질의 근원을 쿼크 같은 입자라고 합니다.
이런 입자들은 물이나 불같은 특정한 성질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만물의 근원이 되는 물질은 특정한 성질을 가져서는 안 된다.”라는 아낙시만드로스 선생의 주장은 지금 제가 들어도 놀랍습니다.
무상을 강조하는 불교적 느낌도 좀 듭니다.
A: 만물의 근원을 물이라고 한 탈레스 선생은 지구는 물 위에 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아낙시만드로스 선생은 지구가 그냥 허공에 떠 있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우리는 지구가 우주 공간에 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지만, 당시에 ‘지구가 허공에 떠 있다’고 생각하다니 매우 대담한 가설이었죠.
또 그는 인간의 직접적인 조상은 물고기라고 했지요.
아주 먼 옛날 물에서 살던 물고기가 점차 건조한 뭍에서도 살 수 있게 되고 결국 땅에까지 올라왔다고 했어요.
다윈 선생이 알면 깜짝 놀랄 주장인데 최초의 진화론자는 아낙시만드로스 아닐까요. 하하.
Q 네. 두 분의 이야기는 이쯤에서 끝내고 피타고라스 선생님께 질문하겠습니다.
어떻게 ‘수’라는 것이 물질세계를 구성할 수 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A: 모든 ‘수’는 그냥 수가 아니고 의미가 있으며 세상의 모든 것은 수로 나타나지요.
‘수’라는 것은 공기나 물과 같이 물질세계의 근간이지요.
기하학자의 눈으로 볼 때 물질세계에 있는 것은 모두 점, 선, 면 그리고 입체로 이루어져 있지요.
그리고 이 점, 선, 면, 입체는 각각 1, 2, 3, 4에 대응하고, 따라서 물질세계는 모두 수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Q: 네, 잘 이해는 안 되지만, 이 세계는 뭔가 수학적으로 조화와 질서가 있어서 구성된다는 것을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음악 분야에서도 선생님의 업적이 대단히 많으신데요.
A: 내가 어느 날 대장간을 지나다 해머가 받침대에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 세 가지 어울림 음정(옥타브, 제5음, 제4음)과 정수비와의 관계를 발견했지요.
즉 옥타브의 경우 현 길이의 비율이 1:2이고, 제5음은 2:3, 제4음은 3:4라는 사실을 알아냈는데 역시 모두 수로서 규명이 되었지요.
나중에 내 제자들이(피타고리안) 여기 나오는 네 개의 정수(1, 2, 3, 4)를 우주의 기본으로 보았으며 이 네 수의 합인 10을 가장 신성한 수로 정리했어요.
Q: 네, 소위 으뜸화음 딸림화음이라는 것들을 선생님이 발견하셨고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8음계를 만드셨지요.
그 후 메르센과 바흐가 선생님의 순정률을 평균율로 바꿔 조금 더 간편하게 되긴 했지만요.
지금부터 약 2600년 전에 선생님은 이미 지구가 태양을 돈다고 생각하셨지요.
A: 내가 이집트나 바빌론에서 천문학을 배우고 태양의 일식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유감인 것은 그 후 다시 사람들이 태양이 지구를 돈다는 생각을 무려 2000년이나 계속했지요.
Q: 선생님은 젊은 시절 이집트로 가서 공부하던 중 페르시아의 침략으로 포로가 되셔서 바빌론에서 12년간 포로 생활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힘든 일이 많으셨지요?
A: 내가 젊었을 때 이종 격투기 비슷한 운동의 올림픽 챔피언까지 했을 정도로 건강했기에 잘 견딜 수 있었어요.
바빌론에서 당시 가장 발달한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인생사 새옹지마지요.
그 지방 도시에는 BC 3000년경에 이미 상하수도 시설이 되어 있었을 정도로 문명이 발달했었으니까.
그 후 60이 다 된 나이에 간신히 탈출하여 고향인 사모스섬으로 돌아온 후 그리스 식민지인 이탈리아 남부의 크로톤 섬에 학술 연구 단체인 최초의 철학 공동체를 결성하였지요.
우리는 온화와 겸손, 과묵을 덕목으로 추구하였으며 신들과 부모, 친구, 약속에 대하여 절대적 신실(信實)을 강조하였습니다.
나중에 나의 제자들에 의하여 발전되어 나가던 중 정치적인 오해를 받음으로 성장이 일시 어렵게 된 적도 있었지요.
Q: 어떤 오해인가요?
A: 내가 만든 공동체 학교에 못 들어가 불만이 큰 학생이 있었는데 당시 전쟁으로 인한 전리품을 우리가 독점한다는 비방을 이 학생이 퍼트렸어요.
우리 공동체는 다소 신비적인 면도 있었고 내가 종교단체의 교주와 비슷한 이미지도 있었는데 어느 때나 이런 사회 혼란기에는 사람들이 흥분하게 됩니다.
그래서 갑자기 폭도로 변한 시민들 때문에 나는 다른 도시로 도피하게 되었고 여기서 90세의 생을 마감하게 되지요.
Q: 선생님께 깊은 영향을 받은 분 중 소크라테스나 히포크라테스 등 유명한 분들이 많은데 공동체의 학업과정을 간단히 말씀해 주시지요.
A: 첫 번째 단계는 준비단계로서 초심자들은 3년 정도 가르침을 들으면서 침묵해야 하고
두 번째 단계는 진화단계로서 수와 음악에 관한 공부를 하게 되지요.
세 번째 단계는 완성단계로서 우주 이론에 대한 공부를 하며
네 번째 단계는 전체적 진리의 단계로서 종교적 단계에 이르는 것이지요.
30여 년간 크로톤에서 많게는 2000명이 넘는 동지들과 철학적 공동체를 이끌면서 재산 공유, 충실하고 애정 어린 가족생활, 학문 정진을 통해 정의와 형제애를 퍼뜨리고자 했지요.
특히 사치를 가정과 도시를 타락시키는 최고의 악으로 간주했어요.
Q: 시작할 때 3년간의 침묵 과정이 있군요.
저는 3일도 침묵하기 어려울 겁니다.
세 번째 단계 우주 이론에서 우주라는 뜻의 cosmos도 선생님이 처음 만든 단어라고 알고 있습니다.
우주는 무제한적인 것과 제한적인 것이 서로 대립하며 조화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 상태를 코스모스라고 하셨지요.
교육 과정이 참 특이하고 수도원 속의 대학원 같은 느낌이 듭니다.
선생님은 90세까지 사시면서 채식을 하시고 흰옷만 입으셨다고 들었습니다.
A : 나는 살아있는 생물이 다른 살아있는 생물의 죽음으로 산다는 것은 죄악이라고 생각하면서 채식을 했는데, 내가 늙은 나이까지 건강하게 지낸 것과 무관하지는 않겠지요.
그리고 채식 중에서도 더욱 소박하게 먹었고 항상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지내왔어요.
Q: 선생님은 수학, 천문, 철학, 음악 등 여러 분야에 천재셨는데 이러한 지식과 깨달음을 주위에 많이 가르쳐주셨나요?
A: 처음에는 학생이 오지 않아서 가르치고 싶은 열망에 첫 학생에게 오히려 돈을 주고 가르쳐주었어요.
얼마 후 일부러 이제는 돈을 줄 수 없다고 해봤더니, 학생이 이제 돈을 드릴 테니 가르쳐 달라고 하더군. 허허.
Q: 네, 유명 철학자 화이트 헤드는 ‘서양철학은 결국 플라톤의 각주에 불과하다’고 말했지만, 러셀은 ‘플라톤주의는 결국 피타고라스주의에 다름 아니다’라고 했지요.
마지막으로 선생님께서 공동체에서 가장 강조하셨던 말씀이 무엇이었는지요?
A: "매일 신과의 일치를 자각하며 살라"
A: 감사합니다. 선생님.
라파엘로가 그린 '아테네 학당' 속의 피타고라스, 1509~1511년에 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