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나를 살리고, 우리를 살리고, 지구를 살린다.
거창하게 들리지만, 잘 살펴보면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1) 채식은 나를 살린다.
누군가 채식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풀만 먹으면 영양이 결핍되지 않느냐는 걱정을 먼저 합니다.
고기를 먹지 않으면 단백질 섭취를 못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요.
하지만 콩이나 견과류 등이 오히려 적당량의 단백질을 제공합니다.
모든 동물은 태어난 후 한 살까지 가장 크게 성장합니다.
모유에는 7%의 단백질이 들어 있는데, 현미에는 8%나 들어 있어 모유보다 충분한 양의 단백질을 공급해 줍니다.
반면에 고기로 섭취되는 과잉 단백질의 부작용은 점점 많이 밝혀지고 있지요.
동물성 고단백을 많이 섭취하면 혈액이 산성화되면서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칼슘이나 비타민의 양이 많아집니다.
고기를 많이 섭취하는 나라의 사람들이 골다공증에 많이 걸리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비타민 B12는 동물성 식재료에만 들어 있기 때문에, 채식주의자들은 비타민 B12를 따로 섭취해야 한다고 알려졌지요.
그러나 최근 발표에 의하면 김치나 김에 비타민 B12가 많이 있어서 한국 사람들은 채식을 해도 별로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채식을 주저하는 사람은 '주위 사람들은 다 고기를 먹는데 나만 채식하면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라는 걱정을 할 수 있지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단계적 채식이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육류는 안 먹되 생선은 예외로 한다거나, 우선 일주일에 하루만 고기를 안 먹는 등 조금씩 해나가는 것도 좋지요.
채식을 시작하려면 먼저 가족의 이해와 협조가 중요합니다.
채식을 하겠다는 의사를 주위 사람들에게 확실하게 밝히고 채식을 실행해 나가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하던 주위 사람들도 시간이 좀 지나면 별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채식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건강에는 오히려 육식이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킵니다.
대규모 축산업은 가축에 다량의 호르몬과 항생제를 투여하지요.
그 부작용으로 이제는 항생제가 잘 듣지 않고 아토피 피부병 등 원인을 알 수 없는 병들이 더욱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아토피(atopy)’라는 말 자체가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뜻입니다.
고기는 그렇다 친다면, 과연 생선은 괜찮을까요?
사실은 급격히 늘어나는 해양 오염으로 해산물에서도 위험 수준을 넘어선 중금속이 검출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우리가 먹는 생선의 반 이상이 양식 어장에서 나오는데, 이러한 생선에도 역시 살충제나 항생제 등이 과잉 투여되기 때문에 육고기와 같은 문제를 일으키지요.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따르면, 무분별한 어획으로 인해 1950년대 이후 지금까지 바닷속 대형 물고기의 약 90%가 고갈되었고, 이러한 어획량이 계속되면 30년 안에 어업은 완전히 붕괴할 것이라고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항생제의 75%가 식품용으로 길러지는 고기와 생선에게 쓰이고 있습니다.
영국 양식장에서 완전방호복을 입고 바다에 살충제를 뿌리는 모습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이러한 육류를 계속 섭취할 시, 앞으로 30년 뒤에는 기존의 항생제가 전혀 듣지 않게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2050년에는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사망률이 암으로 인한 수치보다 높을 것이란 예측입니다.
채식주의자였던 톨스토이는 육식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어린아이에게 사과와 산 닭을 주었을 때 그 아이가 사과를 먹지 않고 닭 모가지를 비틀어 죽은 닭의 고기를 먼저 먹는다면 나는 육식을 하겠다."
톨스토이 1828 ~ 1910
2) 채식은 우리를 살린다.
누군가는 이렇게 반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굶어 죽는 사람이 많고 끼니를 못 잇는 사람이 많은데 고기 생선 채소를 가려가며 식사를 해야 하느냐?”
물론 제대로 먹지 못해서 영양실조에 걸린 사람은 무엇이든지 빨리 먹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지금 이 순간에도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채식을 하면 좋습니다.
많은 사람이 식량난으로 영양실조에 걸리고 굶어 죽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의 약 50%를 가축이 먹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콩은 전 세계 생산량의 10%만 사람이 먹고 나머지는 대부분 가축의 사료로 쓰입니다.
가축의 수를 삼 분의 일만 줄여도 전 세계에서 기아에 허덕이는 모든 인구에게 기본적인 식량을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오늘날 우리가 저렴한 가격에 식량을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곡물 생산에 필요한 땅과 물을 가축을 기르느라 너무 많이 쓰고 있기 때문이지요.
지금 전 세계 인구 중 10억 명 이상이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고, 그 중 매년 6000만 명이 굶어 죽고 있습니다.
한 달에 500만 명, 하루에 16만 명입니다.
이와 동시에 반대쪽에서는 10억 명 이상이 너무 많이 먹어서 고통받고 있지요.
인류 역사상 이 두 가지 극과 극이 1대1인 경우는 처음 일어나고 있습니다.
곧 그 비율이 역전되어 굶주려 죽는 사람보다 너무 먹어 죽는 사람이 더 많게 될 것입니다.
예전에는 성인병이라면 성인들이 주로 걸리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을 일컬었지요.
이제는 아이들이 고도 비만이 되면서 성인병에 너무 많이 걸리다 보니 ‘성인병’이라는 단어 자체가 적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성인병 대신 ‘생활 습관병’이라는 용어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생활 습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식습관이지요.
영어 격언 중에 ‘You are what you eat’이라는 말이 있는데, 의미를 음미해 볼 만한 말입니다.
직역해 본다면 '네가 먹는 것이 너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몸에서는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곧 결과가 나타나지요.
특정 종교적 교리를 떠나서라도 동물을 죽여서 그 고기의 살을 먹는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생명 존중 원칙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살고자 하는 생명을 살리고 싶어 하는 마음은 우리의 인성을 결정짓는 핵심적이고 근원적인 요소입니다.
소는 태어난 지 3~4년만 되면 거의 다 도살장으로 끌려갑니다.
사람으로 치면 열 살 정도에 죽는 겁니다.
나는 어려서부터 닭을 잘 먹지 않았습니다.
도망가는 닭을 잡아 목을 비틀어 죽이고, 물에 넣어 끓인 후 털을 뽑는 장면을 목격한 후 닭을 먹지 않게 되었습니다.
내가 어려서 소를 도축하는 것을 봤다면 아마 소고기도 일찍부터 안 먹었겠지요.
채식주의 운동을 펼치고 있는 폴 매카트니
인도 사람들이 소를, 중동 사람들이 돼지를 안 먹는 것은 지역에 따라 식습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식물성 식품만 먹고 동물성 식품을 안 먹을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상의 식습관일 것입니다.
물론 식물도 생명체이지만, 채식은 가장 적은 생명체에게 가장 적은 피해만 주면서 가장 많은 생명체에게 가장 많은 행복을 주지요.
구약 성경 다니엘서 1장 12절에는 재미있는 기록이 있습니다.
<당신의 종들을 열흘간 시험하여 소생들에게 완전한 채식과 물만 먹게 하소서.
그런 뒤 당신 앞에서 우리의 얼굴을 궁정 음식을 먹는 소년의 얼굴과 비교해서 당신이 좋을 대로 소생들을 처리하소서.
그가 그의 말을 따라 열흘 동안 시험하더니 열흘 뒤에 그들이 더욱 건강하고 더욱 윤택하여 왕의 음식을 먹었던 소년보다 나은지라.>
이 말씀은 아마 역사상 처음으로 채식과 육식을 비교한 기록일 것입니다.
근래 인류가 겪은 바이러스 팬데믹도 모두 동물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50만 이상의 사망자를 낸 돼지 인플루엔자는 돼지 사육에서, 에이즈와 에볼라는 야생동물로부터, 메르스는 낙타로부터, 코로나도 역시 야생동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서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경제적 손실과 인명 피해를 주었습니다.
오늘날, 식물성 식사는 영양상 부족함이 없을 뿐만 아니라, 여러 질환의 위험을 줄이는 식사 방법으로 폭넓게 인정받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하버드 의과 대학에서 발표한 논문에서도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채식에 관한 연구는 주로 채식주의자가 잠재적으로 겪을 수 있는 영양 결핍을 다루었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의 연구는 오히려 육류 없는 식사의 건강상 이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장에 있는 미생물 집단(바이오 마이크롬)이 뇌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장이 제2의 뇌라는 관점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음식과 정신 건강의 관계에 대하여도 흥미 있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지요.
3) 채식은 지구를 살린다.
A 채식은 지구의 숲과 도시를 살린다.
지나친 방목으로 세계 여러 지역이 사막화되고 있습니다. 해마다 남한 크기의 땅이 사막으로 바뀌고 있으며 저지대는 물에 잠기고 있습니다.
지구의 허파인 숲이 줄어들고 북극의 얼음이 녹아 동식물의 생태계가 바뀌면, 당연히 인간도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됩니다.
지구 온난화로 지구 온도가 지금보다 2~3도 오르면 상하이, 방콕, 시드니 등 주요 50개 도시가 물에 잠긴다고 합니다.
앞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약 4억 명이 넘는 사람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를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주요 도시들이 계속 침수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으려면 지구의 온도가 1.5도 이상 상승해선 안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10년 안에 화석연료 생산을 크게 줄이는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합니다.
유명 사과 산지였던 대구는 더워져서 사과를 재배하기 힘들어진 지 오래고, 동해안에는 오징어가 없어지는 대신 열대어가 발견되고 있습니다.
B 채식은 지구의 물을 살린다.
목축지와 양계장 등에서 나오는 거름과 오물은 수자원을 오염시킵니다.
쇠고기 1kg을 생산하는 데 약 2만 리터의 물이 필요합니다.
그에 반해 토마토는 110 리터, 통밀은 525 리터의 물을 필요로 하지요.
쇠고기를 먹으려면 토마토보다 약 200배, 통밀보다 약 40배나 많은 물을 써야만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구제역 사태 등이 있을 때마다 축산 농가에서는 엄청 많은 가축을 살처분하여 땅에 파묻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영토에서는 이제 가축의 사체를 매립할 땅이 부족합니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가축전염병으로 살처분한 동물만 7천만 마리가 넘지요.
1년에 천만 마리, 하루에 2만 7천 마리씩 살처분했습니다.
비단에 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답다는 우리의 금수(錦繡)강산이 그야말로 금수(禽獸)가 사방에 묻혀 있는 강산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식수가 오염될 수도 있는 끔찍한 상황입니다.
돼지 사체에서 나온 핏물로 붉게 변한 임진각 지류 하천
C 채식은 지구의 공기를 살린다.
축산 단지를 조성할 때는 산림이나 초지를 대대적으로 태우게 됩니다.
이때 온실 효과를 일으키는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에 방출되지요.
또한,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 또한 지구 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이지요.
초분광 카메라로 찍은 소의 트림
즉 가축들의 트림이나 방귀는 엄청난 메탄가스 자체입니다.
전 세계 자동차에서 나오는 매연보다 축산업에 의해 발생되는 온실 가스의 양이 더 많습니다.
채식하면 대기 오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보신 것처럼, 이렇게 채식은 나를 살리고, 우리를 살리고, 지구를 살립니다!
인류 건강의 증진과 지구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채식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겠습니다.
특히 우리의 한식은 대단히 채식 친화적인 음식입니다.
이제 ‘호모 사피엔스 베지테리안(채식 인류)’을 지향하여 건강, 환경, 생명을 위한 먹거리 혁신을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지구별에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2018 11 어느 한국인
*채식의 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Q0tNbo99w6k
작사 작곡 최원영/ 노래 홍지우 신성현 조혜민/편곡 이민경
*채식에 대해 많이 하는 질문들
Q: 식물도 생명체인데 식물도 먹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A: 식물도 생명체가 맞지만, 식물에는 두뇌가 없고 신경 체계도 없으니 식물은 고통이 없습니다.
어떤 과학자는 식물에도 감각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확실치 않습니다.
확실치 않은 식물의 고통을 중시하고 싶다면 우선 확실한 감각이 있는 동물을 먹으면 안 되겠지요.
인간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기 때문에 명백히 고통을 느끼는 동물을 우선 먹지 말고 식물의 고통은 그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후에 고민하는 것이 순서일 것입니다.
Q: 자연의 원리가 약육강식이고 사자가 얼룩말을 먹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모든 동물을 잡아먹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요?
A: 자연의 원리를 언급하자면 동물들이 인간보다 나은 면이 있습니다.
동물들은 먹을 만큼만 먹고, 사자는 재미로 사냥하지 않고,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대규모로 가두어 놓고 기르다 먹지 않습니다.
Q: 모두 채식을 하면 고깃집과 축산업계 종사자들은 망하란 말인가요?
A: 그런 걱정을 진지하게 할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점점 고깃집과 대량 생산 가축 공장들이 늘어나고 있지요.
담배의 경우, 그 해악은 계몽이 되면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선진국일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채식은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Q: 맛있는 갈비, 삼겹살, 생선회 등을 안 먹고 살란 말인가요?
A: 육식의 실상을 알게 되면 맛보다는 건강을 더 생각하게 되고, 나중에는 그 기름 냄새도 안 좋게 느껴집니다.
모든 짐승의 살은 근본적으로 요산을 포함하고 있고 요산은 몸에서 발생하는 노폐물로서 세포 배설물 중의 하나이지요.
고기의 숙성 과정이라는 것, 즉 고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 바로 부패성 박테리아에 의한 것입니다.
또한, 입맛은 습관이고 시간이 지나면 바뀔 수 있지요.
우리는 대개 너무 강한 양념과 조미료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하루만 단식하고 나면 평범한 음식도 간이 너무나 강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채식하다 보면 입맛이 변하고 예전에 좋아하던 것들이 이제는 입에 대기도 싫어졌음을 깨닫습니다.
채식이 맛이 없다면, 단지 몸에 좋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즐기지는 못하겠지요.
변화를 실감하는 순간부터 진짜 새로운 맛의 세계가 열립니다.
Q: 엉뚱한 질문일지 모르지만, 히틀러가 채식주의자였다는데 사실인가요?
A: 역사적 기록에서는 히틀러가 채식주의자였다는 증거가 부족합니다.
히틀러의 비공식 요리사인 Margot Wölk은 히틀러의 식사가 종종 채소 중심이었다고 했는데, 그가 채식을 즐길 때가 있었겠지만' 채식주의자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히틀러는 본인의 식습관에 대한 엄격한 규칙을 갖고 있지 않았고, 그의 식사는 다양했다고 합니다.
그의 취향은 당시 독일의 상류층과 비슷하게 고기 중심의 식단을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