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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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6 화 ★ 제비뽑기

wy 0 2018.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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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빛교회는 11시 예배가 막 시작 되었고, 서준은 예배당 뒷좌석이 꽉 차서 앞으로 중간쯤 나가 빈자리에 앉았다.

 

교회 사무국에 들어가서 주소록을 찾아보니 '오선희'라는 이름의 등록신자는 있지만 70대의 권사님이었다.

 

나가서 커피나 한 잔하고 다시 올까 하다가 귀에 익은 찬송 "복에 근원 강림하사'가 그의 발걸음을 예배당 안으로 끌어당긴 것이다.

 

손에 들려있는 주보를 펼쳐보니 마침 오늘이 교회 장로를 선출하는 장립 예배였다.

 

장로 출마자 세 명의 이력이 간략하게 주보에 나와 있었다.

 

주보의 중요성을 서준은 주일학교 때부터 익히 알고 있었다.

 

그 날 추운 새벽, 한강변의 빨간 대문 집을 응징한 이후 어머니는 새벽기도에 자주 빠지셨고, 서준도 더 이상 새벽에 일찍 일어나지 않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쯤은 주일학교 예배에도 가지 않고 만화가게로 곧 바로 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무슨 설교 말씀을 들었는지 가끔 물어보는 어머니에게 대답하기 위해 서준은 교회를 먼저 가서 주보만 받은 후 만화 가게로 가는 요령을 익혔다.

 

유치원 때부터 교회 설교를 들은 서준은 주보 제목만 봐도 목사님의 말씀을 대강 어머니에게 전할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어느 때는 자신의 의견도 적당히 가감하였다.

 

크리스마스를 앞 둔 어느 일요일, 주보에 '헤롯과 동방박사'라는 제목이 나왔다.

 

황금과 몰약과 유황을 가져 온 동방박사가 지금의 페르시아나 이집트에서 온 사람들일 거라는 이야기에 어머니는 신기한 듯 입을 오- 하고 동그랗게 벌리셨다.

 

헤롯대왕이 어디선가 태어난 메시아, 어린 예수를 죽이기 위해 2살 이하의 어린이는 모두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 것은 너무 잔인했고, 예수님이 나중에 자신 때문에 수많은 어린아이가 죽은 사실을 알고 얼마나 가슴이 아프셨을까라는 이야기를 할 때는 처음에는 조금 놀라시더니 나중에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귀를 울리는 악기소리가 서준을 지금의 새빛교회로 돌아오게 했다.

 

십여 년 전부터 찬송가보다는 복음성가를 교회에서 더 많이 불렀고, 다윗 왕이 춤추며 하나님을 찬양했다며 각종 율동과 온갖 악기가 동원되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주보를 보니 방주의 아버지 신종일 장로는 그 동안 명예 장로가 되었는데 예배당 앞자리 어디쯤에 앉아 계신 듯했다.

 

방주가 어젯밤 안 들어왔고 오늘은 교회도 안 나왔으니 걱정이 많으실 것이다.

 

목사님의 간단한 설교는 10분도 채 안 걸렸고 장로가 되기 위해 입후보한 사람들이 자기 소개 겸 앞으로의 계획을 나와서 발표하기 시작했다.

 

세 사람이 10분씩 만 해도 30분은 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서준의 입에서 저절로 작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처음 강단에 올라온 사람은 통통한 얼굴에 밝은 미소가 호감을 주는 인상인데 예배당을 좌우로 몇 번 둘러 본 후 점잖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는 어릴 적 부족한 것 없는 넉넉한 가정에서 자라다가 9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다음 해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학교에서 급식을 지급 받는 학생이 되었습니다.

 

어린 나이였지만 저는 그 때 어려운 사람들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하다가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결심을 하였습니다.”

 

국회의원에서 장로로 결심이 바뀐 과정이 별로 궁금하지 않았으나 계속 들어야 했다.

 

“그 후 저는 4학년 때 학급 반장이 되고 5학년 때는 학생회 회장이 되었습니다.

 

중 고등학교 때도 계속 학생회 일을 하면서 저는 신학 대학으로 진학하였는데 성경을 읽으면서 저의 꿈이 하나님의 종이 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를 지지하는 듯한 옆에 앉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성경을 통해 전능하신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순종하게 되고, 제 한 목숨 그분의 도구로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여기저기서 몇 사람이 박수를 쳤으나 많은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저는 지난 20여 년간 밥을 안 먹은 날은 있어도 성경을 안 읽은 날은 없습니다.
바로 이 성경이야말로 진리고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찬송도 '나의 사랑하는 책'입니다.”

 

'나의 사랑하는 책 비록 헤어졌으나 어머니의 무릎 위에 앉아서~~'

 

찬송가 1절을 부르는 그의 눈에는 살짝 눈물이 맺히는 듯싶었다.

 

서준도 잘 아는 찬송이었고 3절인가 4절에 '주의 선지 엘리야, 병거 타고 하늘에, 올라가던 일을 내가 기억합니다' 라는 구절이 아득하게 떠올랐다.

 

잠시 후 두 번 째 후보자가 연단 위로 올라왔다.

 

눈꼬리가 조금 처지고 무테 안경을 쓴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차렷 자세로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인사를 한 후 '할렐루야'를 크게 외쳤다.

 

“할렐루야 ! 저는 하루의 시작을 기도하고 성경보고 찬송하면서 시작 합니다.

 

독실한 신앙의 가정에서 자란 덕분이지요. 

저희 4남매는 매일 저녁 가정예배를 부모님과 같이 보면서 성경을 한 장씩 돌아가면서 읽고 기도를 했습니다.”

 

서준이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가 넘었고 투표까지 끝내려면 1시는 족히 지나야 할 듯싶었다. 


아침 일찍 회사에 나와 커피 한 잔 밖에 집어 넣지 않은 뱃속이 꼬르륵~ 소리를 내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여러 모양으로 분열되어 있는데 이러한 현상 앞에서 우리 믿는 사람들이 먼저 화합하고 화해해서 초대교회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특히 동성애 문제등 하나님을 거역하는 이 세대를 향하여 저는 예레미야의 심정으로 통곡하고 싶습니다. “

 

그의 목소리가 끝에서 울먹거렸지만 곧 침착을 되 찾았다.

 

“1517년 마르틴 루터는 34살의 젊은 나이에 '오직 성경'을 외치며 종교개혁을 이루어 내었습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한국 교회를 걱정합니다.  이제 우리의 개혁과제는 모든 교회에서 '성경 한권이면 충분하다'라는 고백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하나님의 말씀이고 명령입니다. 할렐루야 !”

 

그가 내려가고 3번 째 올라온 키가 작은 사람은 5 분도 채 안되는 짧은 소개를 했고 별로 호응을 얻지 못하는 성싶었다.

 

서준이 예상하지 못한 것은 장로를 투표로 뽑는 것이 아니고 제비뽑기를 하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초대교회의 전통이었다.

 

유다의 빈자리에 맛디아가 뽑힌 사례를 목사님이 간단히 설명한 후 제비 뽑기로 뽑힌 장로는 마지막 사람이었다.

 

하나님이 다 들으셨으니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이고 예배는 생각보다 조금 일찍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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