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판결.jpg

                                                                                  

새사도신경 77 화 ★ 새사도신경

wy 0 2019.08.24

 

 

문교수가 마리아 그림에서 시선을 다시 사도신경 돌판으로 옮겼다.

 

“이 돌판은 지금 어디 있나요?”

 

“터어키 문화재 관리국에서 보관하고 있지.

 

그 사람들이 아직 이 돌판의 가치를 잘 몰라서 신경을 별로 안 쓰고 있네.

 

우리가 기자 회견을 하면 달라지겠지. CNN과 BBC 방송국에서 올걸세.

 

자네에게 콥트어 돌판을 보여주고 발표하려고 기자회견을 연기했는데, 모레 같이 회견장에 가도록 하세.

 

이제 사도신경 본문의 내용에 대해 문교수의 의견을 듣고 싶네.”

 

문익진이 새로 발견된 사도신경을 눈으로 천천히 다시 읽었다.

 

사도신경

 

존재의 근원이신 하나님을 내가 믿사오며, 선한 목자 예수님을 따르오니

 

이는 병든 자를 고쳐 주시고,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 하시고,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다 하시고, 원수를 용서 하셨는데

 

이를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장사한지 사흘 만에 제자들에게 다시 살아나시어,

 

생명의 확장과 사랑의 충만으로 하나님의 빛을 온 세상에 비추셨나이다.

 

이제 예수님이 내 안에 계시어, 내가 부활의 증인이 되는 것과 모든 생명이 서로 통하는 것과

 

우리가 이 땅에 사는 동안 서로 사랑함으로 영원히 사는 것을 믿사옵나이다.   아멘.

 

                                      클라우디우스 5년 - 마리아, 수잔나, 도마, 시몬, 빌립

 

 

“이런 글이 당시에 써졌다는 자체가 놀라운 일이네요.

 

무엇보다 기존 사도신경에는 전혀 없는, 예수님이 이 땅에서 하신 일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실 칼빈 선생도 사도신경에 그 부분이 빠진 것에 안타까움을 표시했었지.

 

이것은 예수님의 신성과 인성이 잘 조화되어 있다는 느낌일세.”

 

“ 네, 또 크게 다른 것은 하나님에 대한 설명이 간략해졌고 ‘아버지’ 라는 말이 빠져있습니다.

 

여성 제자들의 영향이겠지요?”

 

“그렇겠지.  모세가 하나님의 이름을 물었을 때 그 분의 대답이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다” 라고 했는데 사람들이 계속 신을 형상화하는 작업을 한 것이지.

 

지금 지적한 변화들을 중심으로, 전체적으로 상당히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이네. “

 

“네, 마치 21C의 신학자들이 모여서 쓴 사도신경 같습니다.

 

이것이 발표되면 도마복음 발견 이후 최대 사건이 될 터인데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잠시 마주 친 후 선생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봤네.

 

만약 요한복음이 도마복음과 순서가 바뀌었으면 어땠을까…

 

말하자면 도마복음이 4복음서에 들어갔고, 1945년 이집트 ‘나그함마디’에서 요한복음이 발견되었다면 어떤 반응이었을까? “

 

“아, 그러고 보니 요한복음의 시작도 요즘의 신학자나 철학자가 쓴 느낌이네요.

 

당시 이집트의 플라톤이라 불리던 '필로'의 글과 요한복음의 서문이 비슷한 부분이 있는데 상당히 현대적이지요.

 

그렇다면 이번에 발견 된 사도신경도 오히려 당시의 순수한 신앙고백에 가까울 수 있겠네요!”

 

문교수가 계속 말을 하려는데 노크소리가 들리고 메리안이 스콘빵과 홍차를 네모난 쟁반에 들고 들어왔다.

 

“닥터 문이 점심을 많이 안 해서 조금 일찍 가지고 왔어요.”

 

귀족적이고 부드러운 홍차 향내와 달콤한 스콘 빵 냄새가 여기가 런던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문익진이 슬라이스 된 레몬을 짜서 3-4방울 컵 안에 넣었다.

 

레몬을 짜는 은색 기구가 빅토리아 왕조시대의 앤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스콘빵 하나를 뚝딱 집어넣고 홍차를 마시는 문교수를 보고 마리엔이 말했다.

 

“서울이 지금 늦은 저녁 시간이니까 닥터 문이 배가 고팠겠어요.”

 

“메리안이 만든 빵과 홍차가 케임브리지에서 먹을 때보다 더 맛있네요. “

 

그의 칭찬에 메리안의 얼굴이 급격히 밝아졌다.

 

 “닥터 문, 새사도신경 보니까 어때요? “

 

그녀는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첫 부인과 사별한 로빈슨 선생에게 먼저 구혼을 해서 결혼 했다.

 

20년의 나이 차이로 문교수와 비슷한 연배였다.

 

“너무 놀라서 이게 꿈인가 싶습니다. “

 

“나는 벌써 새사도신경 외우는 것이 더 좋아요. 

 

‘존재의 근원이신 하나님을 내가 믿사오며 선한 목자 예수님을 따르오니~~”

 

그녀가 시를 읊듯 새사도신경을 처음부터 외우는데 음률이 잘 맞았다.

 

그녀의 낭송이 끝나자 로빈슨 선생의 입에서 나직한 음성이 새어 나왔다.

 

“음, 다른 사도신경이 아니라 새사도신경이로군. “

 

“그래요. 모레 기자회견 후에는 모두 ‘새사도신경’이라고 할거에요.

 

BBC와 CNN은 물론이고 N.Y Times와 워싱턴 포스트기자도 온다고 연락이 왔어요.

 

한국에서는 J일보 런던 특파원이 올 거에요.

 

선생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메리안이 쟁반을 들고 일어섰다.

 

“그럼 두 신학자들께서 계속 말씀 나누세요. “

 

그녀가 나가자 로빈슨 선생이 던힐 파이프에 담배 잎을 가득 채워 넣고 긴 나무 성냥으로 불을 붙였다.

 

파이프 담배를 피는 선생의 쑥 들어간 뺨이 벽에 걸린 사진 속의 러셀과 비슷했다.

 

구수한 파이프 담배 연기를 몇 번 내뿜고 선생이 말했다.

 

“파이프 담배는 타르가 없고 연기를 입 안에서 돌리니까 메리안이 펴도 된다고 하네.

 

시가는 목 뒤로 조금 넘기니까 후두암, 시가렛은 깊숙히 들어가니 폐암, 즉 연기가 머무는 곳에 병이 생기는 건데… 나는 예전에 시가렛을 너무 피웠지. “

 

선생이 다음에 무슨 말을 하려는지 걱정이 되었다

 

“의사가 3달안에 모든 것을 정리하라고 하더군. 길어야 반년 정도 남았다네…”

 

선생의 눈이 천장으로 향했다.

 

문교수가 얼른 위로의 말을 했다.

 

“사람마다 많이 다를 거에요. 어떤 사람은 몇 년씩 잘 넘기잖아요. “

 

“하나님께 조용히 간구를 드리고 있네. 

 

내 병은 광야의 마지막 시험일세.

 

나는 지금 떡도, 세상도, 기적도 원치 않지만 건강한 몸과 정신을 원한다네.

 

종교를 초월한 건강함.”

 

 

State
  • 현재 접속자 8 명
  • 오늘 방문자 1,048 명
  • 어제 방문자 355 명
  • 최대 방문자 1,048 명
  • 전체 방문자 301,971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