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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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71 화 ★ 데이트의 어려움

wy 0 2019.08.03

 

 

노래방 대형 스크린에는 하와이 다이아몬드 헤드를 배경으로, 해변가를 거니는 비키니 여인들이 풍만한 몸매를 뽐내고 있었다.

 

홍수진변호사는 마이크를 한 손에 잡고 두꺼운 노래책에서 ‘제비’를 찾았다.

 

몇 년 전 TV에서 ‘나는 가수다’ 라는 프로그램이 히트를 친 후 대한민국은 지금 ‘모두 가수다’.

 

골목마다 즐비한 노래방에서는 물론, 블루투스 마이크로 핸드폰 앱과 연결하여 자동차 안에서도 노래를 부르며 다닐 정도이다.

 

먹방의 열풍이 계속되는 가운데, 춤을 추며 노래에 열중하는, 먹고 노는 시대로 모두 빠져들고 있었다.

 

직장 회식 때 2차로 노래방에서 특기 자랑을 했고, 아이들은 초등학교 5-6학년 때부터 댄스 학원과 노래 학원을 다녀야 왕따가 안 되었다.

 

2016 어느 사회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초등학교 학생들의 장래 희망은 41%가 연예인이었다.

 

“여기 ‘로스 트레스 디아만테스’가 부른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도 있네요.

 

‘제비’ 부르기 전에 이 노래 틀어 놓고 워밍업을 해야겠어요 ㅎㅎ “ 

 

서준의 옆에 한 뼘 정도 떨어져 앉아 있는 홍수진이 움직일 때마다 연한 장미 향내가 풍겼다.

 

망년회는 같이 한다는 약속을 지키라는 그녀의 추궁에, 베로나에서 식사를 하고 2차로 노래방에 온 것이다.

 

“L.A에서는 매년 가족들과 교회에 가서 송구영신 예배를 보았어요.

 

서울에 와서는 교회에 안 나가서 처음에는 편했는데 지금은 좀 허전해요 ㅎㅎ"

 

달 밤에 늑대 우는 소리 비슷한 멜랑코리한 음악,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가 서준의 귀를 간지럽혔다.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https://www.youtube.com/watch?v=yI2bxQ9vJKc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11시쯤 나가서 영락 교회나 명동 성당에 갈 수 있어요”

 

“아니에요. 오늘은 내년까지 최기자님 아니 서준씨와 둘이서만 보내고 싶어요.

 

12시에 ‘올드랭자인’도 같이 불러요.”

 

서준이 아무 말이 없자 그녀가 화제를 돌렸다.

 

“올해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일본의 ‘가즈오 이시구로’ 책을 읽어 보셨나요?”

 

“아니요. 신문에서 보니까 초등학교 3학년 때 영국으로 이민 가서 60이 넘도록 영국에 살았더군요.

 

그래도 그의 소설의 밑바탕에는 일본 정서와 추억이 그대로 있다고 해요.”

 

“네, 그의 수상 소식에 일본 열도가 신이 나서 들썩였지요.

 

공식적으로 그는 16번째 노벨 문학상을 받은 영국 작가지만요.

 

저는 몇 년 전 미국에서 그의 소설을 한 권 읽었는데 별로 재미는 없었어요.

 

‘나를 보내지마’ 라는 소설인데 복제인간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지요.

 

노벨상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읽으면 느낌이 다를지도 모르지만...”

 

“저는 기자라 그런지 그의 인터뷰에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홍변이 궁금한 눈빛으로 옆에 앉은 서준에게 상체를 돌렸다.

 

“소설가들이 대부분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를 대단히 존경하고, 그들의 작품에 대해 찬사만 늘어 놓는데 이시구로는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했더군요. 

 

특히 ‘카라마조프형제들’ 같은 책은 너무 설명이 장황하고 군더더기가 많아서, 지금의 독자들은 읽기가 힘들 거라고 했어요.”

 

“어머, 그 말이 참 반갑네요.

 

저는 그 책 아직도 다 읽지 못 했거든요. ㅎㅎ”

 

노래방 스피커에서 ‘베사메 무초’와 ‘솔라멘테 우나베’ 등 경쾌한 라틴 음악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네 물론 대단히 위대한 소설가이지만 누구도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황제’에 대한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발언도 비슷한 맥락일거에요”

 

“어머, 비트겐슈타인이 뭐라고 했나요?”

 

“그는 브람스 교향곡 악보를 모두 외울 정도로 음악을 좋아했는데 베토벤의 황제 협주곡 1악장 시작 부분이 좀 지루하다고 했어요. 

 

내 생각과 똑 같아서 묘한 동지감을 느꼈지요.

 

그 때부터 베토벤의 음악이 다르게 들렸는데 더 좋아지는 곡도 있었어요.

 

어쩌면 그 전에는 음악이라는 신 앞에 베토벤이 나의 우상이었는지도 모르지요.”

 

홍변이 무슨 말을 하려는데 서준의 휴대폰이 울리면서 번호가 떴다.

 

“네 최서준입니다”

 

“지금 가고 있지?” 이차장의 목소리가 높았다

 

“네? 어디를 말인가요?”

 

“9시 뉴스를 못 봤구나.

 

오늘 Y대 문익진교수가 교회에서 설교 도중 어떤 젊은이에게 폭행을 당해서 병원에 입원했어. 

 

최기자가 문교수 잘 안다고 했지?”


"네…폭행한 젊은이는 누군가요?” 

 

서준의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젊은이 이름은 손준기, 폭행 이유는 결혼을 앞두고 약혼녀가 다른 남자와 교회에 간 것을 알고 찾아갔다가, 목사의 설교가 마음에 안 들어서 순간적으로 폭행, 현재 서대문 경찰서 유치장에 있음”

 

“문교수님은 어느 병원 인가요?”

 

“충정로 S병원에 있어. 

 

지금 즉시 S병원에 가서 문교수 사진 찍고 취재할 것.

 

내일 신문 안 나오고 우리 잡지가 모레 나가면 년 초부터 특종 터뜨린다. 얄라차!”

 

“네… 지금 곧 가지요.”

 

“그래, 어딘지 모르지만 음악이 베사메무초가 나오네.

 

옆에 여자 있으면 빨리 키스하고 현장으로 출동. 얄라차”

 

서준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전화가 끊겼다.


홍변이 맥 빠진 소리로 말했다.

 

“기자와 데이트하기 참 힘드네!

 

곧 가셔야 하겠지만 제비 한 곡만 듣고 가세요. 그럴 수 있지요?”

 

“네. 정말 미안합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서준이 다시 앉았고 스피커에서 트럼본 소리가 크게 울리며 제비의 전주가 시작 되었다

 

“바쁘시니까 1절만 부를게요.  ‘아 돈데 이라, 벨로지 화티 가~~다, 라 골론드리나~~’

 

제비https://www.youtube.com/watch?v=D1s9bvJqqfE

 

수진이 마이크를 입에 대고 눈을 지그시 감은 채 호소력 있는 목소리와 유창한 스패니쉬로 1절을 불렀다.

 

간주가 나올 때 홍수진이 상체를 옆으로 기대며 서준의 입술에 자신의 붉은 입술을 포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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