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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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396화 ★ 카잔과 이세벨의 맞장

wy 0 2025.05.28

 

이세벨의 두 눈이 시퍼런 빛을 풀어냈다.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엉덩이를 반쯤 든 그녀에게 카잔이 말했다.

 

저를 지금 체포하시면 황금성배는 영원히 찾으실 수 없습니다.

 

점심때까지 제가 돌아오지 않으면 제 동료가 성배를 도끼로 찍어서 화롯불 속으로 던져 버릴 것입니다.”

 

엉거주춤 다시 앉은 이세벨에게 카잔이 목소리를 낮추어 계속했다.

 

지금 에세네파에서 성배를 애가 타게 찾고 있습니다.

 

또 열성단의 바라바도 여기에 개입되어 있지요. 제가 개인적으로 그를 잘 압니다.

 

만약 미리암과 성배를 당장 교환해 주지 않으시면 그것을 바라바에게 넘길겁니다.”

 

이세벨의 한쪽 눈썹이 움찔거리더니 곧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런 협박은 하지 마세요. 그럴 사람이 왜 아직 성배를 가지고 있습니까?

 

당신은 미리암을 찾을 때까지 성배를 누구에게도 줄 수 없어요.”

 

그녀가 잠시 말을 멈추고 긴 숨을 내 쉰 후 계속했다.

카잔 이세벨 추상화 Screenshot 2025-05-28 at 11.09.49.JPG

 

그리고 우리에게는 미리암이 성배만큼 중요해요.

 

앞으로 그녀를 시몬 교주의 후계자로 키울 생각이니까요.

 

또 카잔 님이 설령 우리 미리암의 생부라 하더라도 10년간 가만 있다가 갑자기 나타난 것은 염치없고 너무 무책임한 행동이에요.”

 

이세벨의 붉은 입술을 바라보던 카잔의 고개가 가만히 숙여졌다.

 

낳기만 했다고 우리 미리암이 받을 충격도 생각지 않고 무조건 데려가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아이의 행복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기심일 뿐이지요

 

그녀의 앞날을 잘 생각하셔서 지금이라도 생각을 돌리세요.”

 

미리암을 계속 우리 미리암이라고 말하며 오히려 카잔을 설득하려는 이세벨이었다

 

아직 고개를 숙이고 있는 카잔에게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무엇보다 우리 미리암에게 카잔 님이 친아빠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겠어요?

 

그 아이가 그런 확신이 없는 한 그녀에게 혼란만 더해 줄 뿐이에요.”

 

시몬 교주님이 저를 아시니까 그렇게 미리암에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카잔의 힘없는 말에 그녀가 어이없다는 듯 까르르 웃었다.

 

그 말은 그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뜻이고 카잔 님이 우리 미리암의 친아빠라는 것은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군요.

 

교주님이 그렇게 말씀할 리는 없으니까요.

 

나는 솔직히 카잔님을 믿을 수 없어요

 

이런 이야기를 하려면 적어도 본인이 친아빠라는 증거 아니면 그런 증인이라도 있어야지요.”

 

카잔의 얼굴이 다시 조금 숙여졌으나 곧 이세벨의 파란 눈을 향해 말했다.

 

저도 그동안 후회와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이세벨 님 말씀처럼 아버지의 자격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고요.

 

10년이란 세월을 보내고 지금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도 죄송하고 회한이 많습니다.

 

그러나 중간에서 잘못되었다고 해서 끝까지 인생을 잘못 살 수는 없습니다.

 

아무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는 없지만, 누구나 지금부터 새로운 끝을 만들 수는 있으니까요.”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 그의 말이 계속되었다.

 

미리암, 우리 미리암이 두 분이 친 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제가 말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그 아이는 알고 있었습니다.

 

물론 제가 아버지라는 말도 아직 하지 못했지만.”

 

이세벨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카잔의 말을 중단시켰다.

 

그걸 어떻게 알았지요? 그 아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지난번 식당에서 그녀를 보면서 느낌으로 알았습니다.

 

피가 통하는 부녀지간은 그 정도는 알 수 있으니까요.”

 

어이가 없는 듯 그녀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여하튼 미리암을 찾을 생각은 하지 마세요. 절대 내주지 않을 거예요.”

 

카잔의 콧수염이 부르르 떨렸다.

 

그 아이는 이미 마음속으로 친부모를 찾고 있습니다.

 

어린 새끼 양도 자기를 낳아 준 어미를 따르는데 천륜을 억지로 막을 수는 없지요.”

 

기억도 전혀 없는 남자가 갑자기 친아버지라고 나타나는게 천륜인가요?

 

미리암의 친 부모는 우리예요. 내가 낳고 내가 키웠어요.”

 

이세벨의 목소리가 싸늘했다.

 

황금성배가 없어진 것이 소문나면 미트라교에 엄청난 피해가 올 텐데요?”

 

그녀가 피식 웃고 가볍게 말했다.

 

그것은 우리에게 금덩어리에 불과해요

 

소문이 나면 비슷하게 만든 것을 대예배 때 신도들에게 보여줄 거에요.

 

바닥에 새겨진 지도는 우리가 벌써 따로 그려 놓았는데 그것만으로는 쿰란의 어느 동굴에 보물이 숨겨져 있는지 알 수 없어요.

 

안 믿을지도 모르지만

 

보물 말고도, 하나님이 모세에게 마지막으로 전한 말씀이 기록된 문서가 동굴에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카잔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이 계속되었다.

 

사실이에요. 적어도 에세네파의 빌립 선생이 헛소리하실 분은 아니니까요.

 

우리는 그 말씀 안에 그리심산의 성전이 예루살렘보다 더 거룩하고 위대하다는 계시가 있다고 믿고 있어요.”

 

이세벨이 카잔을 슬쩍 바라본 후 목소리를 부드럽게 낮추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같이 힘을 합쳐 그 동굴을 찾도록 해요.

 

그래서 보물은 에세네파와 적당히 나누어 갖고 모세의 마지막 문서는 우리가 그리심산 성전에 모시면 되는 거예요.

 

황금성배 자체는 사실 에세네파에 줄 수도 있어요.”

 

저는 보물도 황금 성배도 모세의 마지막 문서도 필요 없습니다.

 

우리 미리암만 돌려주세요.”

 

카잔의 말에 그녀의 눈꼬리가 순간 올라갔으나 다시 미소를 지었다.

 

카잔 님이 우리 미리암과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을 이해 못 하는건 아니에요.

 

,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이세벨이 잠시 뜸을 들인 후 긴 속눈썹을 깜빡이며 말했다.

 

카잔 님이 우리 미트라교의 중요한 직책을 맡아주세요.

 

예를 들면 방위군 사령관이랄까.

 

이런 일을 하시면서 미리암과도 옆에서 가족처럼 같이 지내요.

 

삼촌이라고 부르도록 하면 어떨까요?”

 

카잔이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어떻게 아버지를 삼촌이라고 하나요?”

 

우리 미트라교는 모계 중심으로 가족이 형성되어서 가능해요.

 

아버지가 누군지 확실치 않을 때는 두 사람의 삼촌이 있게 되지요.

 

나는 카잔 님을 처음 볼 때부터 미트라교에서 큰일을 하실지 알았어요.

 

우리 미리암이 카잔 님을 삼촌으로 부른다는 의미는 대단한 거예요.

 

나하고도 육체적 관계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니까요. 호호.”

 

이세벨이 눈으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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