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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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59 화 ★ 산타와 천당

wy 0 2019.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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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변의 영어 발음에 살짝 술 냄새가 묻어 있었다.

 

“여기 홍대 앞 클럽인데 오늘 같은 날 혼자 계시면 나오시라고 전화 했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꽤 크게 들렸다.

 

“아, . 친구하고 식사하고 있습니다.”

 

“그러시군요, 그럼 하나만 얼른 물어 볼게요. 

 

크리스마스를 왜 x- mas 라고 쓰나요?”

 

서준이 진미채를 볼 한 쪽으로 불룩 밀어 넣은 채 말했다.

 

“크리스마스의 크라이스트, 즉 그리스도의 희랍어인크리스투스 X자로 시작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간단히 쓰고, 읽을 때는 '크리스마스'로 읽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누가 옆에 있는 거 같은데...그럼 메리 x-mas.”

 

그녀가 전화를 끊으려다가 한마디 더했다.


"망년회는 저하고 해요. ㅎㅎ

 

“네. 메리 x-mas.”

 

서준이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입 안의 진미채를 위해 어금니를 쓰기 시작했다.

 

“누군지 목소리가 아주 명랑하네요

 

최기자님 애인이세요?”

 

“아니, 아는 변호사.

 

애인이면 오늘 같은 날 같이 있어야지요.”

 

말을 하고 보니까 어색한 기분이 들었고 선희의 양 볼이 약간 붉어졌다.

 

서준이 사케를 한 잔 입에 털어 넣었다.

 

“천천히 드세요. 사케 한 병 더 있어요.

 

원래 신목사님도 오실 걸로 알고 술을 많이 샀는데, 오늘 교회에서 출소 환영 모임이 있어서 못 오셨어요.”

 

선희가 방주도 같이 초대 했었다는 말을 들으니 술이 약간 깨는 듯싶었다.

 

“아니, 이걸로 충분해요.

 

오랜만에 기분 좋게 마시니 약간 취하는 것 같네.”

 

“저도 그래요. 소주보다 달고 부드러워서 그런 가 봐요.”

 

쇼팡 녹턴 20번의 애잔한 멜로디가 두 사람의 대화 사이에 끼어들었고 선희가 다시 입을 열었다.

 

x-mas 이브에 오시는 산타가 사실은 부모님이라는 것을 언제쯤 아셨어요?”

 

“ㅎㅎ, 글쎄 잘 기억이 안 나네.

 

아마 초등학교 4-5학년 때 아닐까..”

 

“저는 어느 해인가, 자다가 우연히 깨었는데 엄마가 선물을 빨간 양말 속에 넣고 있었어요.  

 

산타의 환상이 깨졌을 때 좀 슬펐어요.”

 

그녀의 얼굴에 그림자가 생기며 우울해 하는 것이 서준의 보호 본능을 자극했고 식탁만 아니면 얼른  가볍게 안아주고 싶었다.

 

“어느 외국 여론 조사에서 아이가 몇 살에 산타클로스에 관한 사실을 알게 하는 게 좋을까?’ 라는 질문을 했는데 무려 78퍼센트가 늦으면 늦을수록 좋다라고 했더군.

 

나머지 응답자들은 가능한 일찍, 아이들에게 거짓말 하지 맙시다라는 답변이었고..ㅎㅎ

 

서준의 들뜬 웃음에도 선희가 차분히 말했다.

 

“저는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산타가 있다고 믿으면 좋겠어요.

 

천당이 있다고 믿는 것처럼요.”

 

“그건 어렵지.ㅎㅎ

 

천당은 없는 것을 증명 할 수 없지만 산타는 없는 것이 확실하니까. ”

 

“네. 사실 천당이 있는 것도 증명할 수 없지만 천당은 있어야 해요.

 

있어서 있는 것이 아니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있는 거지요.”

 

그게 무슨 말인가? ”

 

선희가 서준을 정면으로 보며 대답했다.

 

만약 천당이 없으면 앞으로 엄마를 어떻게 만나겠어요.

 

저는 교회는 안 나가도 천당은 있다고 믿고 싶어요.

 

최기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성경에 나온 천당을 믿는다면 구름을 타고 하늘로 계속 올라가야겠지만 그런 천당은 없지요.

 

이런 말을 하면 어떤 사람들은 나에게 무신론자라고 해요.

 

내가 성경 대로 신을 믿지 않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나는 아직 신을 찾고 있어요.

 

신을 찾지 못 하거나, 내가 찾는 신이 예전의 신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계속 찾을 거에요.

 

어쩌면 신은 나의 노력을 가상히 여기고, 습관과 자기 만족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가엽게 여길지도 모르지요.

 

여하튼 나도 천당은 어딘가에 있으면 좋겠고, 선희씨는 나중에 엄마와 천당에서 만날 수 있을 거에요.”

 

선희의 눈동자가 촉촉해졌다.

 

서준은 지금 여기, 선희와 이런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하는 것이 바로 천당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다음 단계를 생각하며 술잔을 천천히 들어 입에 대는데딩동~’ 하고 벨소리가 울렸다.

 

“어머, 올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누굴까?”

 

선희가 눈을 동그랗게 떴고 서준이 시계를 보니 8시 정각이었다.

 

“내가 선희씨 x- mas 선물을 택배로 시켰지 ㅎㅎ.”

 

그녀가 감격한 얼굴로 잽싸게 거실로 나갔고 문을 여는 소리가 났다.

 

곧 이어 서준의 귀에 흥분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떤 놈을 불러 들인 거야?”

 

술이 확 깨면서 귀를 바짝 기울였더니 선희의 목소리가 작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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