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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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393화 ★ 활과 과녁

wy 0 10:09

 사라와 호란에게 미트라교 교주를 만난 이야기를 들은 누보는 입이 떡 벌어졌다.

 

옆에 앉은 카잔도 아무 말 안 했다.

 

시몬 교주의 말을 믿을 수 없어요.

 

두 분이 다그치니까 마지막에 성배가 없어졌다고 둘러대는 거 아닌가요?”

 

누보가 사라에게 얼굴을 가까이하며 물었다.

 

, 나는 교주의 말이 사실로 믿어져요.

 

처음 만났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성배를 안 주려고 일부러 그런 것 같지는 않았어요.”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시몬 교주는 생각보다 상당히 솔직한 사람 같아요.”

 

호란이 사라의 말에 동의했다.

 

그리고 사람 보는 안목도 있더군.

 

호란 씨를 자기 사위로 점 찍었으니까. 하하.

 

딸 이름이 미리암이라고 했던가? ”

 

저도 그 말을 듣고 당황했어요.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못 했네요.”

 

호란이 그를 빤히 쳐다보는 카잔을 보며 싱긋 웃었다.

 

제일 황당하고 분통이 터지는 건 나발이 때문이야.”

 

사라의 자세한 설명에 누보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그러니 바라바 오빠의 서신도 별로 힘을 못 쓰고 로마군이 쳐들어와도 갈릴리 열성단과 힘을 합쳐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할 법하지.

 

아무튼 성배가 없다는데야 뭐 더 이상 할 말이 없지만.”

 

아니, 도대체 어떤 미친놈이 성배를 훔칠 수 있을까요?”

 

누보가 눈썹을 찌푸리며 좌우를 돌아보고 말했다.

 

나는 아직도 그 말을 믿을 수 없어요.

 

시몬 교주의 집을 샅샅이 뒤지면 좋겠는데 카잔 형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처음부터 아무 말이 없는 카잔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다.

 

, 시몬이 성배를 숨겼다면 집을 뒤진다고 나오지는 않겠지.

 

집을 뒤지게 놔두지도 않을 거고.”

 

카잔이 남의 말 하듯이 했지만 말는 말이긴 하다.

 

여하튼 바라바 오빠가 동료들을 석방시키고 곧 올 테니까 그때 또 상의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특별한 방법이 별로 없네요.

 

당장 누보 씨가 여기 열성단을 모아서 쳐들어갈 수도 없고.”

 

누보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고 카잔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사실 황금 성배 자체는 본인에게는 별로 중요한 물건이 아니고 오직 미리암과 교환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극비리에 확보한 것이다.

 

이제 이것이 미트라교에서 없어진 사실이 알려졌으니 하루속히 미리암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자칫 잘못하면 일이 엉뚱하게 꼬일 수 있을 것이다.

 

호란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몬 교주를 칭찬하고 싶지는 않지만, 황금 성배의 보물은 우리를 다 줄 수도 있다고 말한 것도 의외였어요.

 

어떤 면에서는 같은 유대인인데도 종파가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비난하는 사람들보다 나아요.

 

그들이 겉으로는 작은 율법의 차이로 서로 정통성을 주장하지만, 실은 모두 그 조직 안에서 돈과 권력을 잡으려는 거니까요.”

 

누보가 얼른 거들었다.

 

그래요. 저의 어머니도 그래서 회당에 안 나가신다고 했어요.

 

모임이 조금만 커지면 돈 문제가 생기면서 싸움이 난다고요.”

 

, 참 어이없을 때도 많아요.

 

심지어는 반대파를 공격하는 기도문을 적어서 나누어주고 이렇게 밤새 기도하라는 제사장도 있어요.

 

주여, 저들이 하는 일마다 크게 실패하게 하시고, 손으로 잡는 것들은 모두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게 하시고, 그들의 자녀들을 굶주리게 하소서!’’’

 

호란이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시늉을 하며 말하자 사라가 깔깔 웃었다.

 

호호, 그런 제사장들은 그렇게 기도하면서 자기 아이들 식사는 잘 챙기고 있겠지.

 

여하튼 시몬 교주가 대단해. 호란 씨가 은근히 감탄하는 거 보면.”

 

시몬이 지금은 그렇게 보이지만 그 사람은 위선자예요.”

 

갑작스러운 카잔의 말에 모두 그를 쳐다보았다.

 

사실은 제가 그를 오래전에 만난 적이 있습니다.

 

미트라교가 처음 여기 들어올 때였는데 시몬은 황소의 피를 뒤집어쓰는 것을 구원의 영광으로 생각하고 성난 황소를 제물로 쓰다 보니 도중에 여러 사람이 희생되었지요.

 

또 이때 양의 정강이뼈를 공중에 던지며 떨어지는 모양으로 하늘의 뜻을 안다고 무식하고 순진한 사람들을 속이는 겁니다.

 

겉으로는 생명을 존중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 엉터리예요.”

 

카잔 님이 그래서 시몬 교주를 잘 아시는군요.”

 

사라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 저도 초창기에는 미트라교 신도였으니까요.

 

아직도 처음 호기심에 끌려서 황소의 피를 온몸으로 받기 위해 그 밑에 나무와 갈대로 만든 상자 속에서 누워있던 때가 생생히 기억납니다.

 

그 위에서 피를 쏟으며 죽어가는 황소의 몸무게로 상자가 거의 무너져 내릴뻔했지요.

 

참 이상하게도 그런 피의 의식을 같이 치른 동료들은 가족보다 가까운 사이처럼 느끼게 되고 특히 군인들은 전장에서 겁이 없어진다고 합니다.

 

여하튼 그런 의식을 치르면 갑자기 본인이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 거룩한 신의 영역에 한 발을 내딛고 있는 착각에 빠지게 되지요.

 

문제는 그 신이, 죽은 황소에 가까운지 죽이는 사람에 가까운지 잘 알 수 없는 것인데 그러다가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지요.

 

헤라클레이토스가 활과 과녁은 근본적으로 같다는 이론이 이해가 될려고 합니다.”

 

카잔이 여기까지 담담하게 자기 생각을 말하고 물을 한 잔 마셨다.

헤라클레이투스 Screenshot 2025-05-18 at 10.32.55.JPG

 

헤라클레이토스가 누군가요?”

 

누보의 질문에 호란이 대신 대답했다.

 

제가 알기로는 약 6백 년 전 그리스의 유명한 철학자였는데 세상 모든 것은 끝없이 생성되면서 그 가운데 반대되는 것들이 대립했다가 결국 통일된다는 이론을 주장했습니다.

 

예를 들면 (βιός)이라는 단어가 (βίος)”과 어원이 같지만 정반대의 뜻을 가진다고 언급했지요.

 

이는 삶은 죽음을 품고 있고, 죽음은 삶 속에 있다는 식의 역설적인 관점을 드러내는 표현입니다.

 

카잔이 고개를 끄덕였고 사라가 감탄한 듯 말했다.

 

호란 씨는 돌팔매질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공부를 많이 했네요.

 

나는 무슨 말인지 반도 못 알아듣겠어요.”

 

어려서부터 할아버지께 역사와 철학을 배웠어요.

 

잘 모르지만 그때 외운 것이 기억나서 말씀드린 거예요.”

 

카잔은 이만하면 호란이 자신의 사윗감으로 쓸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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