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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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392화 ★ 요남 사망

wy 0 13:50

 혹시 그 젊은이 이름이 요남아닌가요?”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열성단 사람인가요?”

 

바라바가 요남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었고 니고데모의 양미간이 흐려졌다.

 

어쩌면 그 사람 같기도 한데잠시만 기다리세요.

 

내가 알아보고 오겠소이다.”

 

그가 방을 나가자 바라바의 심장 뛰는 소리가 빈방에 들렸다.

 

같은 사람이 아니기를 바라며 이런 때 기도를 해야 하나 생각하는데 니고데모가 다시 들어왔고 그의 뒤에 흰옷을 입은 30대 남자가 보였다.

 

얼굴은 좀 가무잡잡한데 눈이 맑고 호감이 가는 인상이었다.

 

이분은 빌립 집사님입니다.”

 

니고데모가 소개했다. 어디서 들은 이름인데 언뜻 생각이 나지 않았다.

 

지금 니고데모 님께 말씀 들었습니다.

 

바라바 님을 만나자마자 안 좋은 소식을 전해주게 되었네요.

 

요남 씨는 어제 오후에 그만 세상을 떠났습니다.”

 

자기의 귀를 믿을 수 없어서 바라바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돌멩이에 머리가 터져서 병원으로 옮겼으나 병원에서 가망이 없다고 해 우리 집에서 잠시 치료를 했습니다.

 

간혹 비몽사몽간에 말을 할 때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안토니아라는 사람을 찾는 듯했어요.

 

바라바의 가슴이 먹먹해졌다.

 

안토니아 감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그런 말을 되뇐 요남을 생각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요남 씨의 죽음은 전적으로 저 때문입니다.

 

며칠 전 우연히 돌팔매질을 당하기 직전에 저를 구해줘서 제가 우리 모임 장소로 이끌었는데 거기서 같이 다니다가 이런 참변을 당했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 어떻게 그런 일이. 그럼 장례는 어떻게?”

 

바라바의 입에서 말이 잘 안 나왔다.

 

니고데모 님의 소개로 아리마대 요셉 님의 별장 돌무덤 한 곳에 서둘러 안치했습니다.

 

나사렛 예수님이 잠시 계셨던 바로 그 돌무덤이지요.”

 

바라바는 요남을 처음 만났던 때가 생각났다.

 

어두운 안토니아 감방에 끌려 들어갔을 때 바라바에게 자기 소개를 하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었다.

 

바라바가 누구인지 알고는 열성단원이 되기를 원했고 그의 애인을 수용소에서 구출하기 위해 탈옥을 하고 싶어했다.

 

어쩌면 바라바가 누구보다 더 그의 죽음에 책임이 있을 수도 있다.

 

공연히 그를 사마리아에 데려가서 결국 이렇게 된 것이다.

 

요남이 씩 웃고 괜찮다며 마른 지네를 주머니에서 꺼내는 모습이 떠올랐다.

 

너무 마음이 아프지만 저는 요남 씨와 약속한 일을 꼭 해야 합니다.”

 

빌립 집사의 낮고 갈라진 목소리가 바라바의 귀에 들렸다.

 

요남 씨의 고향 사마리아에 나사렛 예수 선생의 말씀을 전파하기로 했습니다.

 

이 길만이 그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고 더욱 큰 열매를 맺는 방법입니다.

 

또 지금 예루살렘 전역에서 우리에 대한 검거령이 내려 있으니 어차피 당분간 지방으로 흩어져야 합니다.

 

요남 씨의 장례를 서두른 것도 그래서였지요.”

 

그의 이야기를 들으니 속에서 은근히 화가 치밀었다.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는데 사마리아에 예수 선생의 말씀이 전파되지 않더라도 저는 요남이 살아있으면 좋겠습니다!”

 

빌립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고개를 숙였고 말을 뱉고 보니 좀 미안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갑자기 충격을 받아서 심한 말을 한 것 같습니다.

 

집사님께서 사마리아에 가셔서 활동하시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작은 힘이나마 돕겠습니다.”

 

옆에서 니고데모가 한마디 거들었다. 

 

, 그래요. 바라바 님의 마음이 그렇게 아픈데도 불구하고 지금 말씀했듯이 빌립 집사의 사마리아 활동을 도와준다면 참 고마운 일이지요.”

 

, 지금 사마리아의 세겜에는 작지만 열성단 조직이 있으니까 빌립 집사님께서 활동하시는 데 모든 도움을 주도록 당부하는 서신을 써드리겠습니다.

 

저는 며칠 안에 로마로 떠나야 할 것 같습니다.”

 

바라바가 이번 여행의 목적을 좀 더 자세히 설명했다.

 

아주 중요한 여행이네요. 반드시 좋은 성과 있기를 바랍니다.”

 

빌립이 말했고 분위기가 좀 편안해지면서 니고데모가 다시 입을 열었다.

 

불행히도 요남 씨의 최후가 예상 못 한 비극이 되었지만 길거나 짧거나 삶의 마지막 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요.

 

우리 삶을 지배하는 것은 결국 알 수 없는 우연이 아닐까요그 가운데 생물학, 의학, 물리학, 또 돌멩이도 모두 포함되어 있지요.

 

이것들이 모두 우연이라면 이 세상에 운명은 존재하지 않겠지요.

 

그래서 우리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우연의 세월에 써나가야 하지요.”

 

바라바와 빌립이 니고데모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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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삶이 의미가 있다면 거기에 이야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온전한 삶의 단위입니다.

 

그리고 그 전체적인 구도는 의미 있는 순간들이 모여서 결정되지요.

 

우리는 자기 자신보다 더 큰 목적을 위해 이야기를 만들게 됩니다.

 

이야기들이 목적에 포함되지요.

 

요남 씨의 이야기도 짧지만 강력하고 이미 그의 삶보다 더 클 수가 있습니다.

 

빌립 님이 그의 이야기를 계속 써나가기 때문입니다.”

 

바라바가 고개를 끄덕인 후 목소리를 조금 높였다.

 

, 알겠습니다. 근데 아까 말씀한 사울이라는 사람이 제일 독하고 악랄한 듯하군요.

 

요남의 사망에 책임이 있는데 열성단에서 반드시 복수하겠습니다.”

 

니고데모가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지금은 잠시 놔두는 게 좋겠어요.

 

마음 같아서는 우리도 돌을 던지고 싶지만 이삭 님의 충고도 있고 또 지금 그를 건드리면 아직 예루살렘을 빠져나가지 못한 나사렛파 사람들이 많이 체포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소개해서 마련한 비밀 장소에서도 하루속히 철수해야 합니다.”

 

, 알겠습니다. 사울이라는 사람의 삶의 이야기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군요.”

 

바라바가 아쉬운 듯 짧은 숨을 뱉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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