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바가 천부장과의 약속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야곱 여관으로 돌아오니 사라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헤로디아 왕비가 급히 찾는다는 그녀의 전갈이었다.
너무 중요한 일 같아서 자신이 곧바로 왔다는 것이다.
“그랬구나. 나는 혹시 아버지가 무슨 일이 있으신가 하고 깜짝 놀랐어.”
사라가 갑자기 나타났는데도 별 반가운 기색이 없었다.
“음, 왕비가 무슨 일로 나를 찾을까….”
“그건 잘 모르겠지만 빨리 가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지난번에도 루브리아 언니의 부탁으로 왕비가 오빠를 석방해 준 거니까 나쁜 일은 아닐 거야.”
바라바는 왕비가 루브리아 님과 같이 로마에 갔던 생각이 나면서 혹시 그녀의 소식을 전하려는지 모른다는 기대에 얼굴이 밝아졌다.
“그래, 어차피 모레는 안토니아 감옥에서 나오는 동료들을 맞이하러 가려고 했는데 그때 왕비를 만나면 되겠다.”
“글쎄…. 시녀장의 태도로 봐서는 한시가 급한 것 같았는데 내일 아침에라도 떠나는 게 어떨까.”
사라가 서둘렀다.
“내일은 미트라교 시몬 교주를 만나야 하는데….”
그들의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누보가 바라바에게 말했다.
“시몬 교주가 일정을 하루 늦춰서 모레 저녁에 돌아온대요.”
바라바가 난처한 기색으로 호란과 사라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바라바 오빠는 내일 떠나고 내가 남아서 시몬 교주를 만날게요.
시몬 교주에게 전달할 서신을 한 장 써 줘요.
어쩌면 그게 지금은 더 나을 수도 있어요.”
사라의 말에 모두 약간 놀라며 그녀의 입술에 시선을 집중했다.
“사무엘 님의 딸로서 내가 먼저 만나는 것도 좋을 거예요.”
“네, 그것도 좋을 것 같네요.
나도 사라 님과 같이 시몬교주를 만날게요.”
호란이 얼른 사라의 제안에 적극 찬동했다.
그녀의 적극적인 발언, 사무엘 님까지 거론하며 열성단을 대표하는 듯한 태도가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바라바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시간이 맞지 않아 내가 만나기는 어렵게 되었네.
그럼 사라가 내대신 수고해줘.
에세네파의 운명이 걸린 일이니까 잘해야 돼.
음, 내가 만나서 말하려는 내용을 지금 서신으로 써 줘야겠다.
내 방에 올라가서 써 가지고 내려올게. 포도주 한 잔씩 하고 있어.”
바라바가 서둘러 올라갔다.
“누보 씨,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안색이 좀 안 좋은 것 같아요.”
늘 명랑하던 누보가 뭔가 그늘이 있는 성싶었다.
“아니에요. 사라 님, 별일 없어요.”
“아, 결혼식이 얼마 안 남아서 신경이 쓰이나 보다. 호호. 그렇지요?”
누보가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이런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지금 여기 열성단 자금이 넉넉지 못해요.
그동안 은밀히 조직을 다시 일으켜 이제 거의 2백 명에 육박하고 있는데 획기적인 방법으로 수입을 늘리지 않으면 내 개인 능력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사라가 이 말을 듣고 누보의 기분이 왜 안 좋았는지 눈치를 챘다.
“누보 씨, 지난번 안 쓴 변호사 대금이 반이 남았으니 곧 돌려줄게요.
미안해요. 원래 모두 다 줘야 하는데 나발이 워낙 급하다고 해서 할 수 없이 반은 그렇게 되었어요.”
“천만에요. 그건 제가 일단 드린 건데요 뭐.
그래도 반을 돌려주신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사람들에게 매달 지출하는 비용이 엄청나요. 한 달이 어찌 빠른지…”
누보가 미안한 표정으로 포도주 한 입 마시고 호란에게 권했다.
“저는 술을 안 마십니다. 이해해
주세요.
근데 수입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무슨 방법을 생각하고 계신가요?”
“아, 뭐 몇 가지 있긴 하지만….”
‘황금 성배를 찾아서 보물을 같이 나누는 방법’이라는 말을 하기는 좀 이른 듯했다.
술을 한 모금 더 넘기고 있는데 바라바가 다시 식당으로 내려왔다.
손에 든 서신을 탁자 위에 놓고 포도주를 반 잔쯤 한입에 마신 후 읽기 시작했다.
<미트라교 시몬 교주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열성단의 바라바라고 합니다.
직접 찾아뵙고 말씀드리려 했는데 부득이 서신으로 인사드립니다.
먼저 세겜시를 중심으로 불과 10년 만에 대단히 큰 종교단체를 만드시고 이끌어 가시는 교주님의 능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제가 서신을 드리는 이유는 황금 성배에 대해서 부탁 말씀이 있어서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 물건은 에세네파의 보물이므로 주인에게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에세네파의 한 사람으로서 성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아는 한 그것을 다시 찾아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문제가 가능한 한 평화적으로 해결되어 서로에게 유익하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성배가 주인에게 돌아오지 않는다면 교주님께서 그동안 이룩하신 일이 안타깝지만, 허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교수님의 현명하고 신속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열성단 바라바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