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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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379화 ★ 집사 빌립과 요남

wy 0 2025.03.30

사람들이 그를 바라보자 요남이 천천히 앞으로 나가 흰옷 입은 남자 옆에 서서 주위를 돌아보며 말했다.

 

나사렛 예수가 사형선고를 받을 때 나는 저 안토니아 감옥 안에 있었습니다.

 

그를 십자가에 매단 것은 하나님이 아니고 바로 그를 따라다니던 사람들이었지요!

 

요남이 구레나룻의 눈을 정면으로 쳐다보며 계속 이어 나갔다.

 

그날 빌라도 총독이 그의 관저 앞에서 나사렛 사람과 바라바 중 누구를 사면해 줄까라는 질문에 바라바를 살리라고 큰 소리로 외친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나는 그 큰 함성을 안토니아 감옥에서 내 귀로 똑똑히 들었소이다.

 

내 옆에 바라바 님도 같이 있었고 결국 바라바 님은 석방되었습니다.”

 

모여 있는 사람들이 서로 수군거렸다.

 

이 젊은 사내가 바라바와 같은 감방에 있던 열성단이라 생각하니 돌을 든 손에 힘이 빠지는 듯했다.

 

바라바 님은 나사렛 사람에게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그의 제자들을 잘 보살피라고 했습니다.

 

여러분이 바라바 님의 체면을 생각하신다면 오늘 일은 여기서 끝내 주시기 바랍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 후 구레나룻이 입을 열었다.

 

나사렛 사람이 열성단원이란 소문도 있었는데 그게 사실인가요?”

 

열성단은 점조직으로 운영돼서 단장님 외에는 아무도 확실히 모릅니다.

 

궁금하시면 내가 바라바 님께 물어봐서 알려드리지요.”

 

요남의 막힘없는 대답에 구레나룻이 옆 사람들과 눈을 마주쳤다.

 

, 그럼 이번에는 우리가 양보하도록 하지요.

 

하지만 나사렛 사람의 제자들은 앞으로 더욱 조심하는 게 좋을 거요.

 

그들이 가는 곳마다 열성단원이 보호해 줄 수는 없을 테니까.”

 

돌들이 툭툭 땅에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흩어졌다.

 

흰옷의 남자가 허리를 가볍게 숙이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열성단의 젊은 분께 큰 도움을 받았네요.”

 

천만에요. 바라바 님이 옆에 계신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실례지만 예수 선생의 열두 제자 중 한 분이신가요?”

 

아닙니다. 저는 일곱 집사 중의 한 사람인 빌립이라고 합니다.”

 

요남 빌립 collage.png

 

그의 눈은 맑고 부드럽게 반짝였고 꽉 다문 입술은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일곱 집사는 처음 듣는데요

 

무슨 일을 하시는 건가요?”

 

저희는 십이 사도 분들이 기도하는 일과 말씀 사역에만 전념하시도록, 공동체 안의 다른 봉사나 구제 활동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헬라파 유대인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새로 만들어진 조직이지요.

 

물론 저희도 때로는 말씀 사역을 하면서 나사렛 예수님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 그러시군요. 저는 바라바 님을 모시는 요남이라고 합니다.

 

예수 선생이 유대의 메시아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바라바 님에게는 확실한 메시아였습니다.”

 

예수님은 바라바 님이나 유대인은 물론이고 사마리아 땅끝까지 있는 사람들 모두의 메시아이십니다.

 

그리스말로는 그리스도라고 하지요. ’예수 그리스도’.”

 

실은 제가 사마리아인입니다

 

그럼, 저의 메시아도 되시겠네요.”

 

빌립이 그 말을 듣더니 더욱 반갑게 요남의 두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물론입니다. 그분이 요남 님을 저에게 보내 주셨군요.

 

정말 반갑네요. 바로 성령의 인도하심입니다.

 

저의 구제 목표는 사마리아인들입니다.

 

일곱 집사로 뽑히면서 저는 꿈인지 환상인지 모르는 하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사마리아를 네 품에 품으라이런 계시가 저의 가슴에 3일 계속 내렸지요.

 

,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마침 점심시간이고 하니까 안 바쁘시면 식사하면서 대화를 좀 더 나누시지요.”

 

, 지금 당장 바쁜 일은 없습니다.”

 

사실 요남은 주머니에 손이 몇 번 들어갔다 나왔다.

 

중앙회당을 나올 때부터 시장기를 느껴서 지네 말린 것을 먹으려고 했는데 빌립을 만났고, 그의 말이 길어지자 중간에 먹을까 하다가 참고 있는 중이었다.

 

두 사람은 예루살렘 시내 남쪽으로 내려가 작은 식당으로 들어갔다.

 

주인이 빌립을 반갑게 맞이하며 구석 자리로 안내했다.

 

음식을 우선 시키고 요남이 궁금한 듯 물었다.

 

저 주인도 헬라파 유대인으로 예수 선생의 제자인가요?”

 

, 그렇습니다. 얼마 전에 우리가 제자 삼은 귀한 일꾼이지요.”

 

요남이 앞에 놓인 물 한 잔을 거의 다 마신 후 다시 말했다.

 

빌립 님께서 사마리아를 품으라는 계시를 받았다고 하셨는데 지금 거기는 미트라교가 세력을 떨치고 있습니다.

 

유대교도 아닌데 너무 어렵지 않을까요?”

 

오히려 더 쉽습니다. 잘 짜인 조직일수록 그 단체의 수장만 생각을 돌려놓으면 다른 사람은 모두 따라오니까요.

 

제가 알기로는 미트라교 교주인 시몬이 예전에는 독실한 유대교인이었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도를 들으면 성령의 능력으로 회심할 것입니다.”

 

시몬 교주에 대해 잘 아시는군요.

 

마술사 시몬, 비도 오게 하고 환자들의 병도 고쳐주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예수 선생도 마술사라고 생각했지요.”

 

처음에는 그런 사람들도 있었는데 마술사는 다른 건 몰라도 부활은 못 합니다.

 

아니, 그 전에 십자가를 질 수가 없지요.

 

그러니까 십자가를 지는 게 먼저인데 지금 우리 모임에서도 부활부터 하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수 선생이 십자가를 대신 져주었다면 우리는 부활만 할 수 없나요?

 

십자가를 지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 자기 힘으로는 못 하지요. 하나님의 발길에 차여야 합니다.

 

그것이 제가 아까 말한 은총이지요

 

최상의 것을 거저 얻었다는 깨달음.”

 

그리심산에서 산적질을 하다가 안토니아 요새의 감옥에 갇힌 것도 하나님의 발길질이었군요.

 

빌립 님 말씀이 약간 이해가 됩니다.”

 

, 그렇습니다. 인생에서 큰 추락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은혜를 알 수 없습니다.

 

아래로 내려간 사람만이 위로 올라가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합니다.

 

십자가를 져야만 부활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상당히 그럴듯한 말이긴 한데 요남의 손은 주머니로 들어가고 싶었다.

 

마침 주인이 크고 동그랗게 구운 빵을 올리브 다진 소스와 같이 가지고 왔다.

 

얼른 빵을 하나 삼키고 두 개째 집어 드는데 빌립의 말이 들렸다.

 

앞으로 요남 님께서 사마리아 사역에 큰 역할을 하실 것입니다.

 

오늘 별일 없으시면 우리가 거처하는 시내 남부 회당에 같이 가시지요.”

  

오늘은 중앙 회당에 결혼식이 없다는 생각에 요남이 빵을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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