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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378화 ★ 사마리아 사투리

wy 0 2025.03.26

 

예루살렘 시내에서 가장 큰 중앙 회당은 사람들이 늘 드나들었다.

요남 회당 collage.png

 

더위가 심한 한여름철을 제외하고는 1주일에 2~3번 결혼식이 열리고 있었다.

 

성전에서도 가까워서 제사장이나 산헤드린 의원들의 친목 장소로도 잘 알려진 곳이었다.

 

유대교의 역사와 교리에 대한 특강도 자주 열리고 해외파 유대인들이 많아서 어떤 때는 그리스말이 더 많이 들렸다.

 

온순하게 생긴 젊은이가 회당 안내인에게 조용히 다가와서 질문했다.

 

이 회당에서 제 친척이 결혼식을 하는데 언제인지 알 수 있을까요?”

 

진한 회색 겉옷을 입은 퉁퉁한 회당 안내인은 약간 귀찮은 표정으로 대꾸했다.

 

친척 이름이 뭡니까?”

 

“’나오미라고 하는데요.”

 

안내인이 젊은 사내를 향해 눈썹을 치켜떴다.

 

여자 이름 아닌가? 여자는 등록이 안 돼. 신랑 이름이 뭔가요?”

 

, 신랑 이름이 뭐더라.

 

잘 생각이 안 나네요.

 

여하튼 앞으로 3일 안에 결혼식을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알 수 있을까요?”

 

신랑이 사마리아 사람이요?”

 

안내인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젊은 사내의 말투에서 사마리아 사투리를 느낀 것이다.

 

아닙니다. 신랑이 꽤 부자인데 카멜 지역에서 왔을 겁니다.”

 

요남이 얼른 말투를 바로잡으며 대답했다.

 

당신 혹시 어제부터 여기서 얼씬거리지 않았소?”

 

, 어제가 결혼식인지 알고 와 봤지요.

 

여기서 가야바 대제사장의 말씀도 들은 적이 있는데 요즘은 안 오십니까?”

 

회당 안내인은 그 질문에는 대답도 없이 내뱉듯 말했다.

 

오늘은 결혼식이 없고 내일과 모레는 모두 예루살렘에서 알 만한 집안의 결혼식이니까 당신이 찾는 사람은 없을 거요.”

 

요남은 이 사람과 더 이야기해서 좋을 게 없다고 느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얼른 발걸음을 회당 밖으로 돌렸다.

 

성전과 가깝고 저명인사들이 자주 오는 곳이라 성전 경비대 몇 명이 늘 입구에 배치되어 있었다.

 

이제 안토니아 감옥으로 돌아갈 날짜가 3일 밖에 없는 생각을 하면 초조함에 요남의 혀가 자꾸 말라왔다.

 

나오미와 결혼한다는 남자가 큰 부자일 테고 그러면 결혼식은 여기서 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번 주는 아닌 성싶었다.

 

요남이 회당 밖으로 나와서 몇 발짝 걸어가는데 사람들이 언성을 높이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흰옷을 입은 남자가 사내 여럿에게 담벼락을 뒤로하고 둘러싸여 있었다.

 

남의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지나쳐 가려는데 나사렛 예수라는 단어가 그의 귀에 들렸다.

 

발걸음을 돌려 언쟁을 하는 사람들 가까이 가 보았다.

 

상황은 자칫하면 폭력사태로 이어질 듯 몇 사람의 손에 돌멩이가 들려 있었다.

 

10여 명의 사내들에게 포위된 사람은 분위기가 험악한데도 자세가 꼿꼿했다.

 

사내들 중 몸집이 크고 구레나룻을 기른 40대 남자가 다시 언성을 높였다.

 

보아하니 예루살렘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나사렛 예수를 본 적은 있나?”

 

없습니다.”

 

침착하게 대답하는 그의 얼굴이 이상하게 편안해 보였다.

 

나는 나사렛 사람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지.

 

당신같이 처음에는 그가 메시아라고 생각해서 예루살렘에 나귀를 타고 들어오던 유월절에도, 체포되어 저 위의 골목을 십자가를 지고 걸어갈 때도 그 사람을 따라갔었소. 혹시 하고 골고다까지.”

 

구레나룻의 말을 들으며 주위 사람들 몇 명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기가 다윗의 자손이라는 소문을 스스로 믿으며, 유대의 왕이 될 거라는 착각에 빠져서 끝까지 그런 최후를 당할지 몰랐을 거요.

 

그가 처형장의 십자가에 달려서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고 원망하는 소리를 내 귀로 확실히 들었소.”

 

구레나룻이 눈살을 찌푸리며 하늘을 한 번 올려보고 계속 말했다.

 

, 나는 그가 우리를 속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소이다.

 

사람이 좋다 보니 스스로 속았을 뿐이지하지만 그의 제자들이 더 이상 우리를 속이는 것은 용서할 수 없네.

 

그의 하나님이 저 하늘에 있다면 그분은 우리의 하나님과 다른 하나님이요.

 

우리의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이요.

 

만약 당신이 계속 나사렛 사람이 메시아라고 이렇게 길거리에서 연설한다면 우리가 던지는 돌멩이에 맞게 될 것이오.”

 

그의 말이 다 끝나자 흰옷을 입은 남자가 입을 열었다.

 

여러분의 하나님과 저의 하나님은 같은 하나님입니다.

 

그분은 아브라함과 이삭의 하나님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한 분이시기 때문이지요.

 

여기서 한 분이란 의미는 숫자상의 하나보다 더 큰 뜻이 있습니다.

 

하나이면서 모든 것을 포용하는 하나님, 세상 전체를 품에 안으신 분이지요.”

 

진한 눈썹 아래 맑게 빛나는 눈빛으로 주위를 돌아보며 그의 발언이 계속되었다.

 

요남과도 잠시 눈을 마주쳤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았습니다.

 

하나님의 형상의 본질은 은총과 자유입니다.”

 

요남이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은총이라니요저쪽에 보이는 안토니아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도 은총이 있습니까?”

 

이제 곧 다시 들어갈 신세를 생각해서 저절로 나온 말이다.

 

요남의 말을 들은 듯 그의 가무잡잡한 얼굴에서 보일 듯 말 듯한 미소가 느껴졌다.

 

은총이란 최상의 것을 거저 얻었다는 삶의 고백입니다.

 

자신의 노력과 흘린 땀의 열매로만 인생을 살 수 없다는 자각이지요.

 

정작 인생에서 최상의 것들인 생명, 사랑, 믿음 등을 무상으로 받았다는 깨우침이지요.

 

특히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환경은 그 자체로 놀라운 은총입니다.”

 

감옥 안에서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나왔으나 요남은 침묵했다.

 

우리의 눈을 자연으로 향해 보세요.

 

공중에 나는 새와 들의 백합화를 보세요.

 

누가 먹이고 입히지도 않으나 넉넉하고 아름답게 살고 있지 않습니까.

 

그들이 우리 인간보다 하나님의 은총을 더 잘 알고 찬미하는 모습입니다.”

 

구레나룻이 그의 말을 큰 소리로 중단시켰다.

 

어째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혹시 나사렛 예수가 한 말 아닌가?”

 

, 그렇습니다. 제가 직접 듣지는 못했으나 그분이 하신 말씀 중 가장 아름다운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 말은 그만하라니까이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먼.”

 

구레나룻이 손을 들어 돌팔매질을 하려는데 요남이 뒤에서 그의 팔을 잡았다.

 

잠깐만요. 제가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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