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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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360화 ★ 엘리아셀의 식당

wy 0 11:03

예루살렘 성전 뒷골목에 있는 엘리아셀의 식당은 초저녁부터 붐볐다.

 

대부분 술을 먹는 손님들이라 왁자지껄한 소리와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했다.

 

구석 자리 작은 테이블 하나는 예약 손님을 위해 비워 놓은 듯 보였다.

 

주인인 엘리아셀이 직접 음식 접시를 나르며 종업원과 같이 일을 하고 있는데 이것이 그의 식당 성공 비결이었다.

 

주인이 같이 접시를 나르니 종업원들이 더 부지런히 일할 수밖에 없었고 더욱 중요한 것은 손님들과의 유대관계가 대단히 깊어지는 장점이 있었다.

 

음식을 서브할 때 정성껏 식탁 위에 올려주고 또 나중에 그릇을 치울 때 음식 맛이 어땠는지 자연스레 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님들은 술 한잔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런 정보도 엘리아셀의 사업 확장에 도움이 되었다.

 

이번에 왕비가 돌아오면 헤롯 왕이 빌립 왕의 영토를 합병할 거래.”

 

그래. 로마 황제를 만나서 뇌물을 잔뜩 주고 허락을 얻었다는 소문이 있어.”

 

글쎄, 그게 그렇게 쉽게 되지는 않을 거야. 원로원에서 반대할 수도 있고

 

엘리아셀 사장, 잠깐 앉아서 내 술 한잔 받으시오.”

 

떠들던 손님 중 한 사람이 옆으로 지나가는 엘리아셀에게 말했다.

 

가게의 오랜 단골손님으로 헤롯 왕실에서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관리들이었다.

 

술을 한 잔 따라주며 얼굴에 살이 찌고 눈이 항상 웃는 듯한 사내가 말했다.

 

이제 곧 가게를 또 하나 열어야 하겠네.

 

빌립 왕이 다스리던 가이사레아 빌립보가 큰 도시니까 엘리아셀 사장이 그냥 넘어갈 리가 없지.”

 

, 그래. 거기서 조금 더 올라가면 다마섹이 나오니까 일단 그것도 좋겠군.”

 

옆에 앉은 멸치같이 생긴 사람이 얼굴이 벌써 발개져서 말했다.

 

저야 그럴 수 있으면 좋지요.

 

나으리들께서 세금 문제만 잘 해결해 주시면 좋은 자리를 당장 골라보겠습니다.”

 

그건 걱정 마시오. 우리 관할로만 들어오면 가게를 새로 낸 때부터 2년간은 세금을 대폭 감면해 주겠소.”

 

감사합니다. 오늘은 이 테이블 술값은 안 받겠습니다.”

 

역시 우리 사장님은 장사를 잘하셔. 근데 헤로디아는 언제 돌아오나?”

 

웃는 돼지가 멸치에게 물었다.

 

아마 2~3일 안에 도착할걸세. 이제 슬슬 우리 휴가도 끝나가네.

 

여하튼 왕비가 능력은 뛰어난 여자야.

 

이번에 황제에게 돈뿐만 아니라 젊은 여자도 한 사람 같이 데리고 가서 진상했다고 해.”

 

이제 자기는 조금 늙었다고 생각했나 보네.”

 

그게 아니고 황제가 그녀에게 늙은 거지.

 

상당히 괜찮은 남자가 궁전 바로 회계사무실에서 이렇게 근무하는 것을 그 여자가 모르고 있어요. 하하.”

 

 

엘리아셀이 웃는 돼지에게 술을 한 잔 따라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기다리던 사람이 식당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조금 전에 보였기 때문이다.

 

구석의 작은 테이블에는 선량하게 생긴 청년이 앉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데반 님

 

천만에요. 이렇게 불러 주셔서 제가 고맙지요.”

 

엘리아셀이 청년의 앞에 앉아 종업원이 즉시 포도주를 한 병 가지고 왔다.

엘리아셀 스데반 collage.png

 

스테반 님, 이 포도주 한 잔 드셔보세요. 우리 집에서 제일 좋은 건데 나폴리 산입니다.

 

언젠가 예수 선생님 제자들과 한잔하면서 마셔봤는데 너무 좋아서 로마에서 특별히 주문했습니다.”

 

유리잔에 포도주 따르는 소리가 경쾌했다.

 

, 그러셨군요. 예수님도 이 포도주를 드셨나요?”

 

아마 그러셨을 거예요. 술꾼으로 소문난 분인데 많이 드셨겠지요.

 

진작 내가 예수님께 술 한잔 따라드려야 했는데 그때는 어리석어서 그분을 제대로 알지 못했어요.

 

곧 재림하시니까 앞으로 기회가 있겠지요.”

 

, 예수님의 재림을 위해서

 

엘리아셀이 잔을 높이 들었다.

 

잠깐만요. 저는 술이 약해서 물을 좀 타서 마셔도 될까요?”

 

그럼요. 편하신 대로 하세요. 로마에서도 대부분 물을 타서 마신다고 해요.

 

근데 혹시 물이 술이 돼서 더 좋은 포도주 되는 거 아닌가요? 하하.”

 

제가 그런 능력이 있나요? 베드로 님은 병자들도 많이 고쳐 주시지만요.”

 

종업원이 고소한 냄새가 나는 따끈한 밀전병을 한 접시 가지고 왔다.

 

엘리아셀이 둥그런 밀전병을 손으로 뜯어 먹으며 말했다.

 

스데반 님은 안디옥에서 태어나서 공부도 많이 하셨다고 들었는데 참 부럽습니다.”

 

아니에요. 공부한 건 별로 없고 그리스어만 좀 합니다.

 

그리고 세상의 지혜나 지식은 아무리 많이 알아도 참 생명인 진리에 비하면 모두 쓰레기와 같습니다. 버릴수록 좋지요.”

 

,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세상을 살아가면서 좀 현명하게 사는 게 좋지 않을까요?

 

우직하게 로마군이나 성전경비대와 정면충돌하여 기존 조직이 와해되는 것보다 그들과 어느 정도 타협도 하며 우리의 세력을 먼저 키우는 게 중요합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은 어차피 우리의 중심을 아실 테니까요.

 

특히 지금 성전의 중심 세력인 가야바나 안나스에게 우리의 모임이 이단이 아니라는 것을 잘 설명해 주면 좋겠어요.”

 

밀전병을 천천히 씹어 삼킨 후 스데반이 물을 한 잔 마셨다.

 

, 엘리아셀 님이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극복해야 할 상대는 로마제국과 기존 유대교의 근본주의 신앙입니다.

 

로마의 황제를 신격화하고 숭배하라는 지시는 모세의 율법에 정면으로 어긋납니다.

 

물론 그들이 우리를 다스리는 정책의 하나로 여호와를 경배하는 우리의 신앙을 용인해 주고는 있지만, 양쪽을 다 숭배할 수도 없지요.

 

지금도 로마 황제를 신으로 생각하는 유대인들이 부유한 동네를 중심으로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데 이대로 놔두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육체로만 절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 합리적이고 슬기롭게 황제숭배를 하는 척하자고 하는데 그것은 안 되는 말입니다.

 

우리에게는 예수님이 곧 재림하시기 때문입니다.”

 

 

스데반의 주장은 단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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