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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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357화 ★ 마주친 미트라교 교주

wy 0 10:00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시간을 계속 보낼 수는 없었다.

 

이세벨을 단둘이 만나서 담판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에 카잔의 발걸음은 미트라교 성전으로 향했다.

 

곧 식사하러 온다던 미리암이 며칠을 기다려도 아무 소식이 없었다.

 

그동안 세겜 촌장이 알아본 바로는 이세벨이 12년 전쯤 임신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이세벨과 사마리아 시골에서 미트라교 초기 선교를 같이한 여자를 찾았는데 그녀의 기억은 확실했으나 증인으로 나서는 것은 꺼린다고 했다.

 

이세벨 부교주의 집무실은 신입교육실 뒤에 붙어있었다.

 

오전에는 대개 그녀가 성전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나 오늘따라 아직 출근하지 않았다.

 

카잔은 비서실에서 조금 기다리다가 보안과의 사벳을 만나러 방을 나섰다.

 

복도를 몇 걸음 걸어 나갔는데 교주 시몬과 이세벨이 정면에서 경호원과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

 

미트라교주 카잔 이세벨 collage.png

 

카잔이 잽싸게 뒤로 돌아 다시 비서실로 들어갔다.

 

순간적으로 시몬과 눈이 마주쳤는데 혹시 자기를 알아본 것은 아닌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잠시 후 이세벨이 들어오면서 카잔을 보고 무척 반가워하며 곧바로 자기 방으로 안내했다.

 

카잔 님이 갑자기 웬일이세요

 

지난번 찾던 사람은 잘 찾으셨나요?”

 

이세벨의 파란 눈동자가 호기심을 띤 채 카잔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 . 아직 찾고 있습니다.”

 

그러시군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은 뭐든지 말씀해 주세요.”

 

카잔이 고개를 숙였고 여비서가 차를 두 잔 가지고 들어왔다.

 

이세벨의 태도로 봐서는 시몬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듯했다.

 

세월이 오래 흘렀고 콧수염도 길렀지만, 여기에 갑자기 나타나리란 생각은 하기 힘들 것이다.

 

이세벨의 방은 정면 하얀 벽에 미트라교의 상징인 황소가 그려져 있었다.

 

끝이 뾰족하고 굵은 뿔의 황소가 카잔을 들어 받을 듯 웅크리고 있었다. 차를 들고 한 입을 마셔보니 청약수는 타지 않은 성싶었다.

 

어떻게 미리암의 이야기를 꺼내나 속으로 고심하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리고 남자 비서가 들어왔다.

 

신입 교육 때부터 부교주를 따라다니는 키가 크고 어깨가 떡 벌어진 사내였다.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

 

교주님께서 올해 성전 신탁 제사를 주관할 신녀 명단을 보내달라고 하십니다.”

 

, . 내가 귀한 손님이 오셔서 깜빡했네.

 

여기 이 처녀로 하기로 했어요.

 

이름이 나오미인가 그럴 거야.”

 

이세벨이 남자 비서에게 서류를 얼른 건네주었다.

 

나오미라는 이름이 카잔의 귀에 익숙하게 들렸다.

 

잘 생각해보니 여로암의 친구 요남이 찾던 애인의 이름이 틀림없었다.

 

성전 신탁 제사는 어떤 일을 하는 건가요?”

 

카잔이 넌지시 물었다.

 

매년 한 번씩 미트라신께 황소를 제물로 바치는 제사에요.

 

이때 양의 정강이뼈로 신의 뜻을 물어보는 신탁 점도 치게 되지요.”

 

이세벨이 친절하게 설명했고 카잔이 다시 물었다.

 

산 황소를 제물로 바치다가 혹시 사람이 다치는 일은 없나요?”

 

, 가끔 그런 일도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황소에게 청약수를 많이 먹인 다음 제물로 바치는데 그래도 조심해야지요.

 

내달 말에 대강당에서 의식을 치르니까 카잔 님도 참석해 보세요.

 

원래는 미트라교 장로 이상만 모이는 행사인데 카잔 님은 제가 특별히 모실게요.”

 

, 감사합니다. 그 행사는 여성 신도가 주관하나요?”

 

우리 미트라교는 모계 중심의 사회라 여성 신도가 주관하게 되어있지요.

 

신앙심이 깊고 나이 어린 처녀를 골라야 하는데 쉽지가 않네요.

 

이번에도 카멜지역에서 어렵게 뽑았어요.”

 

이세벨이 앞에 놓인 차를 한입 마신 후 카잔을 빤히 쳐다보았다.

 

이제 오늘 카잔이 온 목적을 말하라는 의미였다.

 

그 나오미라는 처녀가 혹시 카멜 수용소에 있던 아가씨 아닌가요?”

카잔은 우선 나오미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했다.

 

어머,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카이사레아 수용소장이 극비로 추진한 일인데.

 

혹시 지난번 카잔 님이 찾는다는 사람이.”

 

, 어쩌면 그 처녀일 수도 있겠습니다.

 

나오미가 약혼자와 예루살렘으로 갔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아마 대외적으로는 누가 물어봐도 그렇게 대답하겠지요.

 

. 그 처녀의 얼굴이나 몸에 무슨 특징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같은 사람이라면 좀 더 조심을 시켜야겠네요.”

 

, 실은 제가 직접 아는 사람은 아니고 누보가 아는 사람입니다.

 

내일이라도 다시 와서 알려드리겠습니다.”

 

내일은 제가 교주님과 갈릴리에 갔다가 3일 후에 와요.

 

작년 말 가버나움에 세운 미트라교 갈릴리 분교의 신도 수가 벌써 오백 명이 넘었어요.”

 

이세벨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시군요. 그럼, 내주 초에 다시 오겠습니다.

 

지난번 식사 같이한 따님도 건강하게 잘 있지요?”

 

카잔이 슬며시 물었다.

 

, 이번에 마지막 신탁 점을 치게 하려고 준비 중에 있어요.

 

한 달간 외부 출입 안 하고 음식도 하루에 한 끼만 먹고 있는데 잘하고 있어요.

 

우리 미리암이 나이는 어려도 철이 많이 들었어요. 호호.”

 

우리 미리암이라는 말에 카잔의 가슴이 쓰려왔다.

 

신탁 점 준비 때문에 식사 연락이 없다는 생각과 함께 오늘은 아무래도 그냥 가는 게 좋을 성싶었다.

 

카잔의 침묵이 길어지자 이세벨이 다시 물었다.

 

오늘 저에게 무슨 하실 말씀이 있어서 오신 게 아닌가요?”

 

, . 뭐 급한 건 아니니까 다음에 말씀드리겠습니다.”

 

. 언제든지 편하실 때 오세요.

 

오늘 마침 교주님이 계시니까 나가실 때 같이 인사하시지요.”

 

아닙니다. 바쁘실 텐데요. 교주님은 다음에 인사드릴게요.

 

, 그런데 나오미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지금 우리 훈련원에서 창으로 황소의 심장을 찌르는 연습을 하고 있을 거예요.

 

처음에는 진흙으로 비슷한 모양을 만들어 훈련하지요.”

 

카잔의 눈앞에 10여 년 전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온 아내의 모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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