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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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354화 ★ 로마에 온 예수의 제자

wy 0 2025.01.01

3년 만에 돌아온 로마 시내는 번잡하고 화려했다.

 

카피톨리움 언덕에 우뚝 서 있는 주피터 신전을 중심으로 건너편 광장의 모퉁이에 나란히 들어찬 가게들은 최고급 상품들을 진열해 놓고 있었다.

 

인도산 비단 원단을 색깔별로 파는 가게, 레바논 백향목 침대와 소파가 있는 가게, 카프리산 포도주가 있다고 문 앞에 써놓은 가게, 그 밖의 여러 가게를 지나면 세계 각국의 화폐를 로마 돈으로 교환해 주는 환전소도 있었다.

 

루브리아는 헤로디아 왕비가 떠난 후 옛날 자유로운 생활로 돌아와 로마광장을 산보하고 있었다.

 

제우스 신전의 웅장한 계단 주위에도 많은 인파가 밀려들고 있었고 연단 주위에는 철학과 문학, 예술에 대해 논하는 연사들과 그들의 연설을 듣는 사람들로 붐비었다.

 

어떤 사람은 그리스어로 연설했고 페니키아 말도 간혹 들렸다.

 

여기저기에 과일과 술을 파는 장사꾼들의 외침과 만병통치약을 손에 들고 목소리를 높이는 약장수들의 소리도 소란을 더했다.

 

오랜만에 이런 광경을 보는 루브리아에게는 구경거리이긴 했지만 오래 머물고 싶지는 않았다.

 

옆에서 따라오던 유타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가씨, 정말 로마광장은 대단해요.

 

세계를 지배하는 로마의 힘과 그 혜택을 누리려 모여드는 사람들의 열기를 느낄 수 있어요.

 

돈만 많으면 여기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명예와 권력도 누릴 수 있지요.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죽어라 하고 돈을 쫓아다니나 봐요.

 

돈이 없으면 제우스 신전에 제물도 바칠 수 없으니까요.”

 

루브리아가 아무 대답도 않고 계단을 내려오자 유타나가 계속 말했다.

 

지난번 연두색 드레스도 이쁘지만, 오늘 파티를 위해서 드레스를 몇 벌 장만하시는 게 어떨까요.

 

저 아래 왼쪽 가게에 걸려 있는 분홍색 옷이 아주 잘 어울리실 것 같던데요.”

 

왕비님도 안 오시는데 검은색 드레스 입으면 돼.

 

지금도 옷이 너무 많은데 뭐.”

 

루브리아 유타나 collage 1.png

 

지난번 칼리굴라 님과 만난 후 루브리아는 매일 흉상을 만드는 조각가와 하루의 반 이상을 보내야 했다.

 

한 달 내에 카프리섬으로 완성품을 보내려면 열흘 안에 작업을 끝내야 했고 시간이 지체되면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을 조각가는 잘 알고 있었다.

 

또 하나의 복사품을 만드는 것은 시간상 불가능했다.

 

며칠 전 로마에 도착하신 아빠에게 카프리에서 황제 폐하와 여기서 칼리굴라 님을 만난 이야기를 해드렸다.

 

아빠는 걱정되시는지 로마시 경찰대장 보좌관으로 맥슨을 임명했다고 하시며 그 집안과 혼사를 서둘러 맺는 것이 어떠냐는 말씀을 하셨다.

 

루브리아도 칼리굴라가 보여준 예상 밖의 환대와 그의 발언에 다소 당황하기는 했으나 그 후 별 연락이 없이 시간이 지나니, 그날 일은 일시적인 장난기였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다 갑자기 루브리아를 파티에 초청하는 초대장을 받은 것이다.

 

물론 바라바 님의 모습은 한시도 잊은 것이 없었다.

 

하지만 바라바 님이 해야 할 일은 유대 민족의 앞날에 대단히 중요한 일들이고 내가 로마 여인이듯 바라바 님도 어쩔 수 없는 유대인이다.

 

더욱이 사라의 마음을 짐작하는 같은 여인으로서 모든 것을 내 위주로만 생각할 수는 없었다.

 

지난번 보낸 서신에 대한 답장이 오면 바라바 님의 생각과 계획을 대강 알 수 있을 테니 그때 결혼 문제를 구체적으로 진행해도 늦지 않으리라.

 

그래서 아빠에게는 석 달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로마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었고 맥슨 백부장을 아직 잘 모른다는 핑계를 대었다.

 

아가씨,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세요?”

 

, 별생각 안 해. 여기 오니까 사람들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네.”

 

, 저는 오랜만에 오니까 사고 싶은 물건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어요.

 

그런데 요즘 칼리굴라 님의 소문 중에 사실이 아니겠지만.”

 

유타나가 목소리를 조금 낮추어서 계속했다.

 

둘째 여동생 드루실라 님과 심상치 않은 관계라는 거예요

 

아무리 그래도 친동생과 그럴 수는 없을 텐데요. 사촌이라면 몰라도

 

여동생 중 그녀를 제일 이뻐하니까 그런 소문이 난 거겠지 뭐.”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고 광장을 빠져나가려는데 입구에서 외치는 젊은 사내의 목소리가 그녀의 귀를 끌었다.

 

폭동입니다

 

알렉산드리아에서 그리스인과 유대인의 대규모 충돌로 시내의 기능이 반 이상 마비되고 약탈과 방화가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스인들이 유대인 밀집 지역을 습격하여 시작된 이 폭동은 경제적으로 유대인들에게 상권을 빼앗긴 그리스인들이 주도하여 일어났으며 알렉산드리아에 살고 있는 약 20만 명의 유대인 중 2만 명 정도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젊은 사내는 같은 내용을 2~3번 반복하고 사람이 많은 곳으로 자리를 옮기며 계속 큰소리로 연설하듯 외쳤다.

 

유타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어머 큰일이네요. 전에부터 두 민족 간에 이런저런 소란이 있더니 드디어 큰 분란이 일어났군요.”

 

주위 사람들이 서로 나누는 대화 소리도 들렸다.

 

유대인 놈들, 그렇게 돈을 빗자루로 쓸어 담더니 잘 되었어.

 

옛날에는 우리 그리스인에게 꼼짝도 못 하던 놈들이 로마인의 세상이 되니까 너무 함부로 까불더니 이번에 제대로 한번 당했구먼.”

 

눈썹이 진하고 얼굴이 가무잡잡한 남자 2명이 루브리아의 옆을 지나며 하는 소리였다.

 

그러게 말이야. 이집트 총독 플라쿠스가 이번에는 유대인을 보호하지 않는 것 같네.

 

속으로 그리스인 편을 들고 있나 봐. 그러니까 저 난리가 난 거 아니겠어?

 

아마 유대인 회당들도 지금 불에 많이 타고 있을 거야.

 

이 넓은 세상에 신이 하나밖에 없다는 게 일단 말이 안 되잖아.”

 

그리스인들이라 그런지 유대인들이 당하는 것에 전혀 동정의 여지가 없었다.

 

유타나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예루살렘에 있는 유대인들은 괜찮겠지요?”

 

, 거기는 괜찮겠지만 그리스인이 많은 카이사레아나 욥바는 어떨지 모르겠네.

 

그래도 많은 그리스인이 유대교를 받아들여서 소위 헬라파 유대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니까 큰 충돌은 없을 거야.

 

이 사람들이 예수 선생에 대한 가르침도 그리스말로 세계 각국에 전하고 있어.

 

아마 로마에도 곧 그분의 제자가 진출하겠지.”

 

벌써 진출했어요.”

 

어머, 그래? 누군가?”

 

루브리아가 정색하고 물었다.

 

루브리아 아가씨요. 호호.”

 

호호. 나는 아니야. 내가 뭐 아는 게 있나?”

 

그분의 마지막 순간에 놀라운 치료를 받으신 분이 아니라고 하시면 안 되지요.

 

다시 살아나셨다니까 어쩌면 아가씨를 만나러 오실지도 몰라요. 호호

 

그녀의 뒤에서 연설하는 젊은 사내의 목소리가 멀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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