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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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352화 ★ 여자의 마음

wy 0 09:34

누보와 유리가 이사한 집에 몇 주째 같이 지내고 있는 카잔은 마음이 편치 못했다.

 

아직 결혼식은 안 했지만 두 사람의 신혼집 같은 분위기에 은근히 방해되는 것도 같았고 무엇보다 미리암을 빼앗아 올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그녀의 깜찍한 얼굴, 귀엽게 웃는 목소리, 청약수를 오랜만에 마신다며 기분 좋아하던 모습으로 가득 찼다.

 

레나의 말대로 미리암도 뭔가 친밀감을 느끼고 있는 성싶었다.

 

누보는 곧 유리와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사마리아 촌장에게 주례를 부탁했고 레나가 내달 보름으로 날짜를 잡았다.

 

두 사람이 결혼하기 전 이모 집과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하겠다고 했더니 유리가 극구 반대를 했다.

 

자기네들 다음에는 카잔 삼촌과 엄마의 차례라는 것이었다.

 

레나는 싫어하는 기색은 아니지만 우선 미리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았다.

 

더욱이 이런 일은 미리암의 의사도 중요하다.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누가 카잔의 방문을 두드렸다.

 

누보의 엄마가 옥수수를 한 웅쿰 쟁반에 가지고 들어왔다.

 

카잔 아저씨, 옥수수 따끈할 때 좀 드셔보세요. 꽤 고소하고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누보는 시장 갔다가 아직 안 왔나요?”

, 세 사람이 중앙시장에 같이 갔는데 야채를 많이 사는지 아직 안 오네요.”

 

누보 어머님도 같이 드세요. 저 혼자 먹기 너무 많아요.”

 

누보 엄마는 요즘 들어 흰머리가 부쩍 많이 늘었다. 나이가 아직 오십도 안 되었는데 오랜 세월 누보를 혼자 기르느라 할머니가 다 되었다.

 

누보가 은전 상자도 찾았고 유리와 결혼하게 되어 엄마로서 웃음꽃이 필 만도 한데 그런 내색을 별로 하지 않았다.

 

옥수수를 집어 드는 그녀의 손등이 거칠었다.

 

누보가 곧 장가를 가게 되었으니 이제 아무 걱정이 없으시겠어요.”

 

, 그럼요. 지가 좋아하는 여자와 결혼하게 되니 참 다행이지요.”

 

그녀의 얼굴이 대답만치 밝지 않았다.

 

카잔 아저씨에게만 말이지만 저는 가능한 유대 처녀와 맺어지길 바랐어요.”

 

옥수수를 손으로 한 알씩 떼어 입으로 집어넣으며 하는 말이었다.

 

, 그러셨군요. 그래도 유리 양이 얼마나 참하고 이뻐요.

 

살림도 벌써 어머님께 많이 배워서 잘하는 것 같던데요.”

 

엄마가 별 대꾸 없이 옥수수를 입으로 가져갔다.

 

역시 모든 엄마들은 애지중지하며 기른 아들을 장가보낼 때는 며느리에게 아들을 빼앗기는 심정이 되는 성싶다.

 

카잔이 대화를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

 

누보 어머님은 흰머리가 나셔도 잘 어울리십니다.”

 

고마워요. 요즘 젊은 것들은 노란색, 흰색으로 머리에 색칠을 하고 다녀요.

 

특히 그리스 신들을 본떠서 수염도 염색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우리 유대교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지요. 유리는 그러지 말라고 했어요.”

 

그녀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계속 이어나갔다.

 

오래전 유대 선지자께서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라 공의로운 길에서 얻으리라하셨는데 그만큼 머리가 하얗게 될 때까지 아무 탈 없이 살기 어려운가 봐요.

 

하지만 평생 정의롭게 안 살아도 머리만 멋있게 하얀 사람들도 많아요.

 

대개 위선적인 제사장들이 그런데 그들의 특징은 언뜻 보기에는 부드럽고 겸손하지요.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보이고 가난한 사람들을 동정하는 눈빛을 띠며 감옥에 들어가는 주위 사람들을 자기 일처럼 걱정하지요.

 

점잖고 머리가 하얀 회당의 장로가 그런 모습을 하면 거의 다 홀딱 넘어가는데 내일이라도 면회를 올 것 같은 사람이 1년이 지나도 안 오는 겁니다.

 

돈 준 사람에게만 열심히 가니까요.

 

이런 사람들은 또 인간의 인성교육을 무척 강조하지요.

 

기도와 교육으로 인간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정작 인성교육은 그들이 받아야 합니다.”

 

, 그런 사람들 주로 큰 회당에 가면 많이 볼 수 있지요.

 

그 사람들 머리를 노란색으로 염색해 주면 어떨까요. 하하.”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며 누보가 시장바구니에 한가득 채소와 과일을 들고 들어왔다.

 

유리와 레나 뒤에 남자 한 사람의 모습이 더 보였다. 여로암이 유리가 들고 다니는 바구니를 대신 들고 있었다.

 

마침 누보 씨를 집 앞에서 만났어요. 제가 먹을 복이 있나 봐요.”

 

여로암이 이렇게 말하고 서둘러 카잔의 방으로 들어갔다.

 

옥수수 좀 먹어봐. 누보 어머니가 맛있게 찌셨어.”

 

카잔이 건네준 옥수수를 한 손에 쥔 채로 여로암이 말했다.

 

조금 전 사벳을 만났는데 미리암이 카잔 아저씨와 같이 식사하고 싶다네요.”

 

, 그래. 백번이라도 해야지. 무슨 눈치를 챈 건가?”

 

그건 아니고 청약수 때문이에요.

 

지난번 마신 후에 계속 찾는데 엄마, 아니 이세벨 부교주는 절대 못 먹게 하니까 나름대로 꾀를 냈나 봐요.”

 

, 그럼 안 되는데.

 

그 약은 중독성이 있어서 나도 이제 주지 말아야겠네.”

 

, 여하튼 곧 날짜를 정해서 알려준다고 했어요.

 

그리고 제 여동생 미겔은 곧 갈릴리로 올라갈 것 같아요.

 

누보씨가 식당을 인수하면 거기서 일을 할까 했는데 어린아이의 장래를 위해서 갈릴리로 갔다가 2~3년 후 예루살렘에서 교육을 시킬 생각인가 봐요.”

 

그것도 괜찮겠지. 사마리아는 아무래도 앞으로 어찌 될지 알 수가 없으니까 미겔이 가기 전에 내가 식사라도 사줘야지.

 

미리암 만날 때 같이 나오라고 해.”

 

여로암이 고개를 끄덕이며 옥수수를 이로 한입 물었는데 유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두 분 좀 나와 보세요.”

 

거실에는 유리가 긴 빨간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게 서 있었다.

 

여로암이 옥수수를 재빨리 씹으며 말했다.

 

유리 씨, 너무 이뻐요. 오늘 어디 파티에 갈 건가요?”

 

유리가 대답을 안 하고 수줍게 웃었다.

 

, . 결혼식 드레스로구나. 이제 한 달밖에 안 남았네요.”

 

, 그래서 카잔 삼촌과 여로암 씨의 의견을 들어보려고요.”

 

저는 이 빨간색이 좋은데 누보 씨는 파란색 드레스를 좋아해요.

 

잠깐 기다리세요. 제가 방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금방 나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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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자기 방으로 들어간 후 누보가 살며시 나타나서 카잔에게 말했다.

 

둘 다 이쁘다고 하세요.

 

유리는 그걸 제일 좋아해요.

 

저는 여자의 마음을 좀 늦게 알았어요.”

 

부엌 쪽에서 마늘빵 굽는 냄새가 카잔의 코를 자극했다.

 

미리암이 좋아하는 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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