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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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54 화 ★ 출소 후 목욕탕

wy 0 2019.06.04

 

 

방주의 보석 심사 결과가 나왔다.

 

보증금 납입 없는 석방이었다.

 

피해자인 선희의 처벌 불원서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오전 8시 정각에 구치소에서 나온 방주는 동네 목욕탕으로 직행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날 밤 12시에 나올 수 있었는데 H모씨가 법무부 장관이 된 후 다음 날 아침 8시로 무려 8시간이나 출소가 늦추어졌다.

 

갈 곳 없이 나온 수용자들이 밤 늦게 술이나 먹고 행패를 부린다는 이유였다.

 

구치소 정문을 나오면 두부를 한 입 먹고, 한강에 가서 입고 있는 내복을 태워 재를 뿌리고, 목욕탕으로 가서 묶은 때를 벗겨내는 것이 관행이었다.

 

이렇게 해야 다시 옥고를 치르지 않는다는 것인데, 첫날 밤에는 호텔방에서 향초를 키고 자야 감옥 귀신이 떨어져 나간다는 말도 있었다.

 

두부는 나중에 식사하면서 먹으면 되니까 방주는 얼른 목욕탕에서 뜨거운 물을 마음껏 몸에 붓고 따스한 탕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사람들이 왜 출소 하자마자 목욕탕으로 바로 가는 지 이해가 되었다. 

 

빵잽이들이 ‘감옥에 들어오는 이유는 나오는 맛이 좋아서이다’ 라고 하는 이유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방주의 때를 미는 세신사가 때밀이 수건을 바꾸면서 한마디 했다.

 

“손님은 다른 사람보다 시간이 좀 오래 걸립니다요~.”

 

‘내가 지금 감옥에서 나오는 길이요’ 라는 말을 목구멍으로 꿀꺽 삼켰다.

 

잠시 후 바닥에 널린 국수 같은 때를 까치발로 살살 피하며 세신사의 눈총을 뒤로 하고 높이 달린 샤워 꼭지의 물을 세게 틀었다.

 

바닥에서 20cm위에 붙어 있는 감옥의 수도 꼭지를 보고 놀란 일이 기억 속으로 아득했다.

 

충분히 몸을 씻은 후 온탕에 들어가 10분쯤 있으니 이마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물 위로 떨어진 땀 한 방울이 이제 여기가 바깥 세상이라며 방주에게 인사를 했다.

 

방주는 휴게실 안마 의자에 깊숙이 누워서 잠깐 눈을 붙이려 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교수님, 졸라 시원하시겠소이~’ 바로 옆에서 무혁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싶었다.

 

집에서 눈이 빠지게 기다리실 아버지를 생각하니 점점 안마 의자가 불편하게 느껴졌다.

 

방주는 서둘러 목욕탕을 나와 집으로 향했다.

 

신장로님.. 교회에서는 장로님과 목사님으로 서로 호칭하는 신종일 장로, 방주의 아버지는 두 달도 안 된 사이에 폭삭 늙어 보였다.

 

햇빛이 밝아서 그런지 이마에 없던 세로 주름이 보이는데, 마치 칼에 베인 상처처럼 눈썹과 수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방주의 마음 정중앙이 시큰했다.

 

아버지 얼굴을 이렇게 자세히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았다.

 

안방에서 큰 절을 하고 서재로 자리를 옮겼다.

 

아들의 왼 손을 잡은 채 신장로님의 기도가 시작되었다.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죽음의 골짜기에서도 주님의 은혜로, 주님의 지팡이와 막대기로 우리 방주, 신목사를 지켜주시고 이렇게 무탈하게 돌아오게 해 주신 은혜를 감사 드립니다.

 

앞으로 있을 재판에서도 아버지, 능력의 손길로 홀로 주관하셔서 신목사가 최종 무죄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사옵나이다.

 

그리하여 이번 일을 통하여 오묘하신 하나님의 섭리와 긍휼을 세상에 널리 선포하여 주옵소서.

 

주여, 이제 신목사는 이번 고난을 통하여 정금같이 되어 나왔나이다.

 

방주가 욥과 같은 의인은 아니오나, 이제 진실한 하나님의 종으로, 주님의 도구로 다시 태어나 오직 하나님께 영광 돌리고, 주님의 십자가를 끝까지 지고 가는 선한 목자의 사명을 감당하는 신방주 목사가 될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옵소서.

 

부족하고 아무 공로 없사오나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 하였나이다.  아멘. –

 

‘아멘’은 방주도 끝을 올려 힘을 넣었다.

 

신장로는 지그시 감은 눈을 천천히 뜨고 앞에 있는 두터운 성경책을 집어 들었다.

 

개역 개정 큰 글 성경으로서 방주가 태어난 해에 발행 된 성경이었다.

 

“오늘 내가 새벽에 읽은 큐티 말씀이다.

 

이렇게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를 어찌 감당할꼬! ”

 

아버지가 펼쳐 준 성경에는 출애굽기 12장 40절부터 43장이 노란 수정 펜으로 칠해져 있었다.

 

“여기 소리 내서 읽어보아라.”

 

오래 전 성경을 가르쳐 주시던 차분한 목소리였다.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에 거주한 지 사백삼십 년이라

 

사백삼십 년이 끝나는 그 날에 여호와의 군대가 다 애굽 땅에서 나왔은즉

 

이 밤은 그들을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내심으로 말미암아 여호와 앞에 지킬 것이니 

 

이는 여호와의 밤이라 이스라엘 자손이 다 대대로 지킬 것이니라. -

 

방주가 다 읽은 것을 확인 한 신장로가 부드러운 음성으로 다시 말했다.

 

“얼마나 놀라운 여호와의 은총이신지..”

 

무슨 뜻인지 잘 모르는 듯한 방주에게 아버지의 설명이 이어졌다.

 

“바로 오늘이 네가 구속된 지 43일 만이다.

 

애굽에서의 노예생활 4백30년이 너에게 43일로 임하시고 바로 오늘 출소 한 것이다.”

 

방주가 눈을 몇 번 껌벅인 후 말했다.

 

“오늘이 46일 째 아닌가요?”

 

“음, 그것은 네가 경찰서 유치장부터 따지면 그렇지만 거기서 3일은 아직 구속이 확정 된 것이 아니었으니까 제외해야지.”

 

“아, 그렇군요.”

 

방주가 ‘성경의 다른 곳에는 425년으로 되어 있는데요? ’라는 말을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어차피 반올림하면 43일이 되고 본인은 믿음이 부족한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 무죄가 된 거나 마찬가지니까 학교는 그만두고 교회 일에 전념하거라”

 

방주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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