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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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345화 ★ 로마의 맥슨 의원

wy 0 2024.12.01

 

헤로디아 왕비님, 어서 오세요. 이게 얼마 만입니까!”

 

맥슨 의원은 머리만 벗겨지지 않았으면 맥슨 백부장과 구별하기 어려운 젊고 건강한 모습이었다.

 

안녕하세요! 맥슨 의원님, 30년 넘었지요.”

 

왕비가 오른손을 내밀었고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춘 맥슨 의원이 감탄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우스신께 맹세코 왕비님은 30년 전보다 더 아름다우십니다!”

 

제가 이래서 의원님을 옛날부터 좋아했나 봐요.”

 

맥슨 의원이 슬며시 진한 눈썹을 찡긋한 후 시선을 루브리아에게 돌렸다.

 

, 루브리아 양. 어릴 때 로무스 대장의 집에서 본 소녀가 이렇게 아름다운 처녀가 되었네

 

나를 본 기억이 나지요?”

 

그럼요. 의원님.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루브리아가 무릎을 살짝 굽혀 인사를 했고 맥슨이 두 사람을 대문 안으로 안내했다.

 

양쪽으로 아름드리 소나무와 잣나무가 무성한 정원을 지나 현관으로 들어서니 집안이 야외처럼 밝았다.

 

천장에 뚫린 큰 창으로 밝은 빛이 쏟아져 내려와 회색 대리석 분수대를 환히 비추었고 그 가운데 노란 돌로 조각한 큰 잉어의 입에서 맑은 물이 끊임없이 뿜어 나오고 있었다.

 

분수 옆에는 아네모네와 장미가 여기저기 피어 있었고 꽃향기가 물소리와 함께 춤추듯 어울렸다.

 

이 집은 맥슨 의원의 아버지가 안토니우스와의 전쟁에서 큰 공을 세워 당시 옥타비우스 장군에게 하사받은 전리품 중 하나였다.

 

응접실로 들어간 헤로디아에게 맥슨이 상석을 권했다.

 

유대가 작은 나라지만 일국의 왕비 대우를 하는 것이다.

 

그녀가 사양하다가 못 이기는 척하고 의자에 앉았다.

 

가구들은 이집트 물소 가죽으로 만들어 부드럽고 푹신했다.

 

전체적으로 화려했지만 사치스럽게 보이지는 않았다.

 

황제 폐하는 건강하시지요?”

 

맥슨이 시녀가 가지고 온 차를 권하며 물었다.

 

그럼요. 여전하세요. 앞으로 10년은 끄떡없으시겠어요.”

 

헤롯 전하도 여전하시고요?”

 

헤로디아가 차를 한입 마시고 대답했다.

 

, 여전히 별 재미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왕비님같이 지혜롭고 아름다우신 분이 바로 옆에 계시는데 그럴 리가 있나요.”

 

맥슨의 눈썹이 다시 움직였다.

 

문제는 저는 더 재미없이 지내고 있다는 거지요. 호호.”

 

, 앞으로 자주 로마에 오셔서 좀 쉬시고 그리스 유적지로 여행도 하시면서 지내세요.

 

데살로니카나 아테네는 구경할 만합니다.”

 

,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혼자 가면 오히려 더 쓸쓸할 때가 있지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던 맥슨 의원이 옆에 얌전히 앉아 있는 루브리아를 쳐다보며 화제를 바꾸었다.

 

로무스 대장님은 언제 오시나요?”

 

, 4~5일 안에 도착하실 거예요. 저희 배가 순풍을 만나 항해 기간이 생각보다 며칠 단축되었어요.

 

아빠가 의원님께 먼저 인사드리라고 해서 왔습니다.”

 

연분홍색 드레스를 화사하게 입은 루브리아의 얼굴은 해맑고 깨끗했으며 눈은 반가움과 설렘을 간직하고 있었다.

 

역시 청춘의 아름다움은 너무나 귀하고 흉내 낼 수 없는 것임을 느꼈다.

 

, 루브리아 양을 보니까 황제 폐하의 말씀이 금방 이해가 되네

 

지금 우리 아들 맥슨은 폐하의 명을 받고 로마 최고의 조각가를 만나러 나갔어요.

 

루브리아 양이 오자마자 흉상을 만들어 가능한 한 빠른 기간 내에 카프리섬으로 가져오라는 폐하의 말씀을 어제저녁 비서관을 통해 들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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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벌써 그렇게 하셨군요.

 

저는 그냥 지나가는 말로 로마에 가면 맥슨 의원님을 먼저 찾아뵐 거라고 말했는데요.”

 

루브리아의 탐스럽고 뽀얀 볼이 살짝 붉게 물들었다.

 

우리 아이가 왜 폐하가 그런 지시를 하셨을까 의아해했는데 그 녀석이 아직 어려서 이해를 못 했었네.

 

루브리아 양은 현모양처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로마 최고의 조각가가 당연히 자기의 작품으로 남길 만한 가치가 있어요.”

 

얼굴이 더 붉어진 루브리아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 그리고 왕비님. 아직 소식을 못 들으신 것 같은데

 

맥슨이 목소리를 조금 낮추어 말했다.

 

오늘 새벽에 돌연 아그리파 님이 체포되어 감금되었습니다.”

 

, 그랬군요!”

 

헤로디아가 반가운 나머지 너무 기쁜 내색을 보인 것 같아 표정 관리를 하며 물었다.

 

죄명이 뭔가요?”

 

저도 자세히는 모르는데 내란음모죄가 적용될 거라는 소문입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적어도 10년은 감옥이나 외딴섬에 수용될 거예요.”

 

그 사람이 무슨 내란 음모를 했을까요?”

 

헤로디아가 즐거움을 감추고 슬쩍 물었다.

 

글쎄요. 얼마 전 세야누스도 하루아침에 날아갔는데 내란 음모를 한 건 아닐 테고 아마 칼리쿨라 님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맥슨 의원이 말을 끝맺지 않고 왕비의 눈치를 슬쩍 보았다.

 

친오빠가 체포되었다는데 그녀의 반응이 조금 이상했다.

 

걱정은커녕 당연한 듯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아그리파가 칼리쿨라 님과 친하다는 이야기는 저도 들었어요

 

그분의 세력이 커지고 있나요?”

 

왕비가 태연히 물었다.

 

, 지금으로서는 황제 폐하의 연세도 있으시고 사람들이 주위에 몰리고 있습니다.”

 

루브리아가 그분과 어릴 때부터 친한 친구예요.

 

우리도 곧 그분을 만날 거예요.”

 

그녀의 말을 들은 맥슨 의원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내심 루브리아를 며느리감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칼리굴라와 친한 사이라면 남녀관계는 어떻게 발전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들 녀석도 루브리아를 상당히 좋아하는 눈치고 그동안 백부장으로서 유월절 행사에 예루살렘에서 그녀를 경호하고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로무스 대장도 두 사람의 장래를 염두에 두고 경호를 시킨 것일 테고 이렇게 루브리아를 보내는 것도 마찬가지 뜻이리라.

 

그냥 인사만 하는 건데 우리는 괜찮겠지요. 너무 걱정 마세요.”

 

왕비가 맥슨의 속마음을 아는 듯 말하는데 거실의 한쪽 휘장이 열리며 맥슨 백부장이 들어왔다.

 

왕비님, 안녕하세요. 맥슨 백부장입니다.”

 

청년 맥슨은 여기서 보니까 훤칠한 키에 귀공자 태가 물씬 풍겼다.

 

그가 왕비에게 인사한 후 옆에 있는 루브리아에게 가볍게 눈인사했다.

 

, 맥슨 백부장이 이렇게 멋진 청년이었네. 우리가 언제 만났었나요?”

 

예루살렘 파티에서 루브리아 님이 리코더를 불던 날 인사드렸는데 아마 기억을 못 하실 겁니다.”

 

청년 맥슨이 대답하며 루브리아를 바라보았다.

 

, 그 말을 들으니 그런 것도 같네. 그날 내가 술을 좀 많이 했어요.

 

맥슨 백부장을 이렇게 보니 3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 내 가슴이 뛰네요.”

 

왕비가 청년 맥슨의 남자다운 모습에 감탄한 듯 말하며 맥슨 의원에게 한쪽 눈을 찡긋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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