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아셀이 가볍게 헛기침을 한번 한 후 계속 말했다.
“제가 예수 선생님을, 그분의 부활을 믿는 이유를 여러분도 이제 아셨을 겁니다.
그렇게 믿으니까 제 마음에 평안이 찾아왔습니다.
전에 몰랐던 놀라운 평안, 여러분도 저처럼 믿으시면 전날의 고통이 감사로 변하고 슬픈 탄식도 여러분의 노래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시기를 간절히 바라며 저의 말씀을 이만 마칩니다.”
사람들이 박수를 크게 쳤고 엘리아셀이 자리에 앉았다.
요한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다시 일어났다.
“네, 정말 은혜로운 말씀이었고 들으면서 제가 미처 생각지 못한 점도 깨달았습니다.
또 다른 분 무슨 말씀이나 질문 있으신가요?”
다락방의 뒤쪽에 앉아 있던 젊은 여성이 손을 들고 일어났다.
해맑은 얼굴에 눈동자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나이는 20대 중반 같았다.
“저는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어떤 질문을 해도 괜찮지요?”
“네, 그럼요.”
요한이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수 선생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후 부활하실 때까지 어디서 무슨 일을 하셨을까요?
3일간 무덤에 계시다가 바로 막달라 마리아를 만나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젊은 여인의 갑작스런 질문에 요한이 잠시 생각을 한 후 조심스레 대답했다.
“제 생각에는 예수 선생님께서 무덤을 박차고 나오셔서 바로 음부, 곧 지옥으로 내려가셔서 말씀을 전하셨을 것 같습니다.”
여인이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요한을 바라보며 다시 질문했다.
“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무덤에서 마리아에게 '아직 아버지께로 올라가지 않았다'고 하셨으니까요.
그런데 골고다에서 선생님이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 오른편에 있던 강도가 회개하면서 천국에서 자기를 기억해 달라고 했나 봐요.
요한 님도 그때 골고다에서 그 말씀을 들으셨나요?”
“저는 그 말씀을 듣지 못했습니다.”
요한이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고 여인이 다시 질문했다.
“예수님께서 그 강도에게 말씀하시기를 ‘네가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하셨다는데 그럼 예수님도 낙원으로 가신 것 아닐까요?”
요한이 조금 생각한 후 대답했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음, 아브라함이 지옥에 간 부자에게 했던 것처럼 낙원에서 바로 지옥의 영혼들에게 말씀을 선포하셨을 수도 있겠어요.”
“네, 그런가요. 예수님은 그러실 수 있겠지요. 알겠습니다.”
그녀는 대답은 그렇게 하고 자리에 앉았지만 무언가 흔쾌한 표정은 아니었다.
분위기가 약간 가라앉자 앞자리에 앉은 사도 중 한 사람이 일어났다.
“제가 좀 더 설명하도록 하지요.
저는 도마라고 합니다.”
앞머리가 조금 벗겨진 통통한 얼굴의 30대 사내가 조금 전 질문한 여성에게 시선을 보내며 계속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는 조금 전 질문에 대해 확실한 대답을 모릅니다.
다만 선생님이 지옥에 내려가셨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현재는 더 많은 듯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말씀, 선생님이 저에게 직접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순간 다락방 안에 긴장된 공기가 감돌며 모든 사람의 시선이 도마의 입술에 집중했다.
야고보와 베드로도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어느날 선생님께서 스스로 당신이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말씀하셨어요.
‘나는 모든 존재하는 것들과 함께하는 빛이다.
나는 전부이다. 모든 것이 나로부터 나왔고 모든 것이 나에게로 돌아온다.
장작을 쪼개 보아라. 나는 거기에 있을 것이다.
돌 하나를 들어 보아라. 그리하면 거기에서 너희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
도마가 이렇게 말한 후 생각한 시간을 주듯이 좌중을 천천히 돌아본 후 계속 이어 나갔다.
”예수 선생님은 어디에도 계십니다.
천국에도 지옥에도 내 마음에도 계십니다.
예루살렘 성전에만 하나님이 계시지 않듯이 예수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분은 빛이시기 때문이고 그 빛으로 우리는 서로의 얼굴과 사랑을 비추어 알 수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은 스스로를 죄인이라 부르며 끝없이 불쌍한 자로만 여겨 왔습니다.
어둠의 세력은 빛의 자녀인 우리가 스스로 빛을 가리고 가두도록 길들여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진정한 빛이 세상에 왔고, 그분을 따르는 우리는 빛을 더 이상 가두면 안 됩니다.”
도마가 이렇게 설명하자 조금 전 질문했던 젊은 여성이 다시 손을 들었다.
“지금 하신 말씀은 처음 들었어요.
돌 하나에도 계신 분인데 제 마음속에도 계시겠지요.
이런 가르침은 기존 유대교에서는 이단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도마 님이 직접 예수 선생님께 들었으니 참으로 귀한 말씀이네요.”
“네, 선생님은 우리를 눈동자처럼 지켜 주신다고 하셨어요.
사두개파와 바리새파의 지도자들도 우리의 존재를 알고 있고 야고보 님께서 그들과 대화를 계속하고 계십니다.
우리를 이단이라고 배척하지는 않을 겁니다."
“아, 그러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궁금한 것은 예수 선생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 물고기가 그려져 있는데 이게 무슨 뜻인가요?
예수님의 여러 제자들이 갈릴리 호수에서 생선을 많이 잡아서 그런가요?”
“그 질문은 요한 님께서 대답해 주시는 게 좋겠어요.
갈릴리 호수에서 대대로 고기잡이배를 많이 가지고 계신 집안이니까요.”
도마가 자리에 앉고 요한이 웃음을 잔뜩 머금고 일어났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아들이고 구세주입니다’
이 말을 그리스어로 바꾼 후 머리글자를 하나씩 떼어 이으면 ‘이크투스’ 라는 말이 됩니다.
그리스어로 물고기란 뜻이지요. 저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서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엘리아셀이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도 궁금했는데 그런 뜻이군요.
앞으로 예수 선생님을 따르는 모임이 유대 땅을 넘어서 안티옥이나 로마까지 널리 퍼질 텐데 국제어인 그리스말로 그런 상징을 만든 것은 아주 그럴듯합니다.
앞으로 저의 가게에서 식사하시고 물고기 사인을 그리시는 분은 무조건 음식값을 반으로 깎아 드리겠습니다.”
사람들이 박수를 크게 쳤고 분위기가 좋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엘리아셀이 명랑한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아직은 우리가 세례요한 선생의 제자들보다 적게 모이지만, 이제 곧 물고기를 그리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늘어나면서 이른 시일 내에 유대교 최대 종파가 될 것입니다.”
다시 한번 박수가 나왔다. 엘리아셀이 자리에 앉자 도마가 곧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