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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333화 ★ 백조로 변하는 제우스신

wy 0 05:46

 포도주잔을 살며시 탁자 위에 다시 놓고 세네카의 말이 이어졌다.

 

지금 로마의 국고에는 약 27천만 세스테르티우스가 비축돼 있습니다.

대기근이 들거나 홍수로 흉작이 돼도 몇 년간 로마시민을 먹여 살릴 수 있지요.

 

국경의 방위 태세는 건국 이래 어느 때보다 튼튼해 군인들의 사기도 높습니다.

 

이렇게 막강한 국방력과 풍요로운 경제력을 물려받는 다음 황제는 그야말로 제우스신도 부럽지 않은 권력과 명예를 양손에 쥘 것입니다.”

 

, 그렇군요. 로마 황제는 그리스 신 중 최고 신 제우스와 비유되지요?

 

그래서 여기 별장의 이름도 제우스의 다른 이름인 빌라 주피터고요.”

 

, 주피터 신은 그가 무기로 삼는 번개를 번쩍 쳐들면 어떤 전투에서도 이길 수 있지요.

 

별로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인류에게 노아의 홍수와 같은 엄벌을 내린 적도 있습니다.”

 

어머, 유대 경전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와 비슷한 벌이었나요?”

 

, 노아의 홍수는 바빌론의 수메르인도 그와 비슷한 대홍수의 전설이 있는데 거기서 영향을 받아 생긴 듯합니다.”

 

유대 경전에 대해서도 잘 아시네요.

 

그런데 주피터 신은 스캔들이 좀 많지요? 호호.”

 

, 그에게는 헤라라는 본처가 있는데 원래는 그의 누나였지요.

 

옛날 전설에는 근친혼이 많아요.

 

역시 유대 경전에 나오는 롯과 두 딸의 근친상간도 그런 맥락이지요.

 

그런데 본처라는 호칭에서 알 수 있듯이 제우스 신은 많은 정부들이 수시로 있었지요.

 

신화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는데 신들 사이에 생긴 아이는 역시 신이 돼 불사의 능력이 있어요.

 

예를 들면 태양신 아폴로는 뛰어난 능력과 용모를 지녔는데 제우스와 여신 레토의 아들입니다.

 

반면에 헤라클레스는 선천적인 힘은 있지만 제우스가 인간 여성에게 낳은 아들이라 결국 죽을 운명입니다.”

 

, 신과 인간의 피가 섞여도 불사의 몸이 되지는 않네요.

 

유대 경전에는 그렇게 태어난 사람은 없는 것 같지요?”

 

왕비의 질문이었다.

 

, 아마 없을 겁니다. 제우스 신과 여호와 신은 근본적으로 다르지요.

 

제우스 신이 본처 헤라 몰래 바람을 피우는 방법은 주로 변신술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그는 황소로 변신해 그 사실을 모르는 왕녀가 다가와 올라타면 전속력으로 달려서 납치한다거나 아름다운 백조가 돼 목욕하는 무방비 상태의 여성과 몸을 섞는 일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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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는 때로는 비로도 변신하고 구름이 되기도 하니까 여성들로서는 방어할 방법이 없습니다.”

 

헤로디아는 인간 세상의 제우스인 황제가 이미 백조나 구름으로 변신해 루브리아를 희롱하고 있는 상상을 해보았다.

 

얼굴이 달아올랐다.

 

노미우스가 자리에 없다면 당장 세네카를 유혹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우리 유대의 여호와 신은 그런 품위 없는 행동은 하지 않으십니다.”

 

왕비가 짐짓 목소리를 가다듬고 점잖게 말했다.

 

그리스 신화의 작성 연대는 유대 경전의 기록 시기보다 상당히 앞서지요.

 

그래서 원시적이고 주술적인 전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종교도 다신교의 마법적 믿음에서 유일신적인 절대적 믿음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그런 면에서 유대교 여호와 신은 새로운 개념의 신입니다.

 

처음에는 유대교도 다신적인 자취가 있었지만 모세 이후 일신교로 굳어진 듯합니다.”

 

, 저보다 유대교를 더 잘 아시네요.

 

세네카 님은 시인이고 웅변가시지만, 철학자로 가장 유명하신데 왜 철학을 하시게 되었나요?”

 

헤로디아의 질문이 진지했다.

 

세네카가 잔을 들어 가볍게 목을 축이고 발언을 계속했다.

 

인간에게는 남을 지배하려는 권력욕, 이성에 대한 갈망, 세상의 이치를 알고 싶은 지적 욕망이 있는데 저는 이 세 가지 중 지적 욕망이 제일 강했습니다.

 

철학자로 산다는 것은 나의 삶을 비롯해 세상의 궁극적 의미를 찾는 삶입니다.

 

즉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이지요.”

 

저는 그 세 가지 욕망이 모두 강한 것 같은데 비밀로 해주세요. 호호.”

 

헤로디아가 두 사람에게 눈웃음을 보내며 말했다.

 

누구나 추구하는 삶의 길은 여러 갈래가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모든 길을 동시에 걸을 수는 없지요.

 

그러기에 삶은 갈등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런 갈등을 느끼면서 그때마다 가장 의미 있는 삶을 살려는 의지만은 포기하지 않아야지요.

 

고독하고 좁은 길입니다. 철학자의 삶이란.”

 

옆머리가 살짝 하얗게 세기 시작한 세네카의 이마에 굵은 주름이 보였다.

 

그래서 궁극적 의미 중 가장 궁극적 관심인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 종교로 나타난 것 아닌가요?”

 

묵묵히 듣고만 있던 노미우스의 질문이었다.

 

, 철학과 종교의 경계가 있다면 그 말씀이 맞겠지요.

 

종교인들은 철학의 한계를 지적하며 모든 것을 의지하고 맡길 수 있는 절대자가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죽음을 초월하는 것이 반드시 종교의 힘으로만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영원히 살려는 욕망, 헤어진 가족들과 사랑하던 사람들을 나중에 다시 만난다는 확실치 않은 희망을 포기한다면 철학에도 구원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러 신처럼 인간은 살아 있는 한 영생을 바라는 것이 인류역사상 가장 큰 소망 아닐까요?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요.”

 

, 그래서 종교는 인간이 죽는 운명인 한 없어지지 않겠지요.

 

믿는 신은 서로 다르겠지만.”

 

오늘 저녁은 만찬이 두 군데 있어서 음식이 이제 막 나오기 시작했다.

 

네모난 하얀 접시에 생선과 새우가 얇게 구운 빵 위에 올려져 나왔다.

 

헤로디아가 한 입 먹어 보고 감탄을 하며 말했다.

 

정말 맛있네요. 혀에서 살살 녹아요.

 

세 가지 욕망에 한 가지 추가해야겠어요. 호호.”

 

모두 잠시 아무 말 없이 식사에 열중했고 기타라 연주도 잠시 중단되었다.

 

세네카 님은 로마에서 게멜루스 님도 가르치고 계시지요?”

 

왕비가 하얀 수건으로 입가를 가볍게 닦으며 말했다.

 

, 그렇습니다. 상당히 총명하신 분입니다.”

 

왕비는 나머지 백 달란트를 반씩 나누어 게멜루스에게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저는 아직 한 번도 뵌 적이 없는데 세네카 님이 소개장을 좀 써 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언제 떠나실 예정인가요?”

내일 오후에는 나폴리만으로 가서 바로 아피아 가도를 타고 로마로 올라갈 예정입니다.”

 

알겠습니다. 내일 오전에 써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큰 신세를 지네요.

 

나중에 꼭 보답하겠습니다.”

 

천만에요. 그런데 루브리아 양은 아직 미혼인가요?”

 

갑자기 루브리아에 대한 질문을 했다.

 

, 그렇습니다만 어디 좋은 혼처 자리라도 있으신가요?”

 

아닙니다. 그냥 궁금해서요.”

 

세네카도 노인 황제가 왜 루브리아와 단둘이 식사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한 질문일 것이다.

 

헤로디아가 슬며시 질투를 느끼는데 갑자기 천둥소리가 들리고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제우스 신이 비로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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