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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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323화 ★ 신경 쓰이는 헛소문

wy 0 2024.09.15

휴가에서 돌아온 성전 경비대장 마나헴은 그동안 바라바가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 것을 알았다.

 

가야바 대제사장의 지시로 그렇게 되었다는데 영 기분이 찜찜했다.

 

대제사장을 만나서 이유를 물었지만 명쾌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고소한 사람이 유월절 해가 진 후에 서류를 제출했고, 목이 다쳤지만 그것이 바라바가 직접 입힌 상처라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무언가 정치적인 힘이 작용한 것이 틀림없었다.

 

왠지 유리가 도망간 것도 바라바와 관련이 있을 성싶었고 생각할수록 슬슬 화가 났다.

 

안 아프던 무릎도 약효가 떨어졌는지 다시 쑤시기 시작하는데 전보다 더 심했다.

 

우르소도 목을 계속 돌리며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

 

지난번 바라바 고소장 접수할 때 해가 진 다음이었나?”

 

잘 기억이 안 납니다만 어둡지는 않았는데요.”

 

혹시 누가 물어보면 확실히 해지기 전이라고 말해야 하네.

 

그리고 자네와 싸워서 목을 다치게 한 놈은 바라바라고 해야 하고. 알았지?”

 

그럼요. 당연하지요. 근데 제 생각에는 왕비님이 바라바를 풀어준 것 같습니다.”

 

왕비님이? ?”

 

우르소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바라바가 잘생겨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마나헴이 한숨을 한번 가볍게 쉬고 말했다.

 

그런 얘기는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하면 안 돼.

 

, 나는 칼로스 천부장 만나고 올 테니까 사마리아 토벌대를 어떻게 구성할지 생각 좀 하고 있게.”

 

빌라도 총독과 카이사레아로 돌아간 칼로스가 무슨 일인지 예루살렘에 어제 다시 왔다.

 

사마리아는 카이사레아에서 가까우므로 만약 칼로스의 지원을 받는다면 일이 아주 쉽게 풀릴 것이다.

 

안토니아 요새까지 가는 길이 평소보다 멀게 느껴졌다.

 

새로 산 지팡이가 익숙지 않았고 중간에 칼이 들어있는 것은 구하기도 어려웠다.

 

알렉스 백부장이 반갑게 맞이하는 자세가 전보다 예의 있게 느껴졌다.

 

역시 정식 성전 경비대장이 되니까 저절로 품위와 권위가 붙는 듯했다.

 

방에서 잠시 기다리니 칼로스가 들어왔다.

칼로스 마나헴 collage.png

 

안녕하세요. 칼로스 천부장님이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승진 인사도 드릴 겸 왔습니다.”

 

마나헴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

 

잘 오셨어요. 그러지 않아도 연락을 드리려고 했습니다.”

 

알렉스가 직접 마실 것을 들고 와서 탁자 위에 놓았고, 천부장의 말이 이어졌다.

 

지난번 십자가 처형을 한 나사렛 예수에 대한 소문을 들어 보셨나요?”

 

마나헴이 고개를 저었고 칼로스의 간단한 설명이 있었다.

 

예수의 제자들을 중심으로 그가 다시 살아났다는 헛소리를 하고 다니는데 갈릴리는 물론 예루살렘까지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나헴이 가볍게 대꾸했다.

 

그런 헛소문은 시간이 좀 지나면 저절로 없어지지 않겠습니까?”

 

나도 처음에 그렇게 생각했는데 의외로 문제가 간단치가 않아요.”

 

천부장이 앞에 있는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고개를 들어 마나헴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이런 소문을 믿는 사람 중 산헤드린 의원도 있습니다.”

 

그래요? 그 사람이 누군가요?”

 

몇 사람 의심스러운 정보는 있는데 아직 확증은 없어요.

 

성전 경비대장께서도 관심을 가지고 알아봐 주세요.

 

그들은 산헤드린 의원의 자격이 없습니다.

 

유대교에는 죽었다가 살아나는 사람은 없잖아요.”

 

, 안 죽은 사람은 몇 있지만 그런 사람은 없지요.”

 

우리 정보와 경비대장의 정보가 일치하는 증거가 있으면 즉시 체포하겠습니다.”

 

, . 그래도 재판 없이 산헤드린 의원을 체포하는 건 좀 무리 아닐까요?”

 

아닙니다. 그런 소문을 지금 잠재우지 않으면 어떤 사태가 일어날지 몰라요.

 

나사렛 예수가 신격화될수록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신에서 인간으로 떨어집니다.

 

의원 2~3명을 체포해서 종신형으로 다스리면 소문이 사라질 겁니다.”

 

, . 그럼 산헤드린 의원을 보충해야 할 텐데요.”

 

그건 걱정 마세요. 벌써 몇 사람 예비후보가 있습니다.

 

그중에 마나헴 님이 아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지금 그리스 말을 열심히 배우고 있지요.”

 

그게 누군가요?”

 

천부장이 한 박자 쉬고 대답했다.

 

우선 몇 사람 잡아넣은 다음에 알려드릴게요.

 

빨리 증거를 좀 잡아보세요.

 

비교적 젊은 의원들부터 조사하는 게 빠를 겁니다.”

 

칼로스가 이렇게 말하자 알렉스가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삼십 대 후반 의원 중 자기네들끼리 무슨 클럽을 만들어 모이는 사람들이 있어요.

 

참고하시면 좋을 겁니다.”

 

마나헴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왼 무릎을 주물렀다.

 

, 이제 무슨 일로 나를 만나러 오셨는지 말씀하시지요.”

 

천부장은 마나헴이 인사차 왔다는 말이 인사차 한 말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 . 실은 긴급히 상의드릴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마니헴이 사마리아 미트라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천부장의 눈이 반짝거렸고 알렉스가 철필을 들고 기록했다.

 

, 무식한 놈들이 종교적으로 뭉치면 무서운데.

 

그것도 빨리 해결해야 할 일이군요.

 

가야바 대제사장님은 뭐라고 하시던가요?”

 

아직 말씀 안 드렸습니다.

 

천부장님께서 카이사레아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 2천 명을 지원해 주시면 세겜은 바로 옆이니까 한나절이면 소탕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 경비대원도 물론 대부분 작전에 참여할 겁니다.

 

천부장님을 먼저 뵙고 지원 승낙을 받으러 왔습니다.”

 

, 사태의 심각성은 알겠는데 그렇게 많은 군사는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어요.

 

총독 각하께 보고해야 합니다.

 

그리고 실은 우리도 사마리아인들에 대한 불온한 정보를 입수한 것이 있어서 지금 조사 중이에요.

 

2주 후에 결과가 나올 겁니다.”

 

,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그 안에 산헤드린 의원에 대해 내사하고 다시 오겠습니다.

 

여하튼 제 생각에는 헛소문보다는 당장 무기를 들고 독립을 외치는 이교도 놈들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마나헴이 일어나 지팡이를 짚고 천부장의 방을 나섰다.

 

칼로스가 남은 차를 마시면서 혼잣말처럼 나지막이 말했다.

 

그런데 나사렛 예수의 얼굴을 생각하면 나도 그 사람이 다시 살아났다는 말이 그럴듯하게 들려.

 

참 이상하지.”

 

철필을 기록하던 알렉스의 손이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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