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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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51 화 ★ 퀵서비스

wy 0 2019.05.24

 

 

아기예수1.jpg

 

서준은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사건의 진상이 밝혀졌지만 이렇게 마무리를 할 수는 없었다.

 

사실을 경찰에 알려서 방주의 앞길을 막을 수는 없고 동시에 선희가 억울한 피해를 당할 수는 더욱 없었다.

 

컴퓨터에는 인터넷 초판에 선희 엄마 김혜순씨의 기사가 전성기 때의 사진과 함께 뜨기 시작했다.

 

그녀의 마지막 사고 소식은 교회 이름을 빼고 간단히 언급했다.

 

서준은 자신의 기사를 보며 맞춤법과 사람이름, 숫자를 확인했다.

 

숫자나 이름을 몇 번씩 확인했건만 틀리게 인쇄되어 나오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간혹 정치인이나 연예인의 이름이 틀리게 나오면 그 저의를 의심하며 회사로 찾아와 항의 하는 열성 팬도 있었다.

 

김혜순씨의 기사는 얼굴 사진 한 장이 좌우가 바뀐 것 말고는 별 문제가 없었다.

 

휴대폰이 울렸고 전화 한 사람의 이름이 떴다.

 

“최기자님, 전화가 없어서 먼저 했습니다.

 

내일 일요일이니까 교회로 신장로님을 찿아 가면 어떨까예?”

 

“나도 그럴까 생각 중인데 조금만 더 기다려봐요.

 

지금 4시인데 퇴근 전 까지는 연락할게요.”

 

“네. 여하튼 저는 최기자님만 믿겠습니다.”

 

손준기의 태도가 싹싹했고 담백한 성격이 마음에 들려고까지 했다.

 

서준이 전화를 끊으려는데 그가 급하게 한마디 더 했다.

 

“남대문 경찰서에서 내 주 화요일 오전 10시에 선희를 참고인으로 나오라고 하는데예..”

 

“그래요? 내가 좀 알아볼게요.”

 

전화를 끊은 서준이 선희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손가락을 대려다가 남대문 경찰서 우계장과 먼저 통화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참고인으로 부른 후 즉석에서 피의자로 신분을 바꾸어 긴급 체포하는 것이 그들의 수법이다.

 

신호가 몇 번 울리더니 소리 샘에 녹음하라는 메시지가 나왔다.

 

자신의 전화를 일부러 피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녹음을 남기지는 않았다.

 

선희가 이 번 일로 어려움을 당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다.

 

서준의 손가락이 급하게 선희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밝고 명랑한 목소리가 금방 귓가에 울렸다.

 

“최선생님. 지금 막 인터넷에서 엄마 기사 읽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벌써 읽었군. 기사에 별 문제는 없지요?”

 

“네. 이렇게 엄마의 전체적 삶이, 이야기로 정리 된 것을 보니까 마음이 묘해요.

 

제가 알고 있던 엄마보다 훨씬 훌륭한 분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글을 잘 써주셔서 그렇겠지만요.”

 

“그 말을 들으니 어느 서양 철학자의 말이 생각나네.”

 

선희가 그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 것이 핸드폰 저 쪽에서 느껴졌다.

 

“ -삶의 진정한 의미는 자기 인생의 사건들을 이야기로 재통합하는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라는 말이 있지요.

 

나는 선희씨가 보내 준 자료를 그대로 쓴 것 뿐이고… “

 

“아니에요. 최기자님 덕분이지요.

 

그런데 자기 인생의 사건들을 이야기로 재통합하는 과정이라는 말, 거기서 ‘이야기’ 가 핵심인 것 같아요.”

 

선희의 총명함에 서준이 속으로 감탄하며 다시 말했다.

 

“그렇지, 인간은 이야기로 역사를 변화시켰으니까, 말하자면 예수님의 이야기인 4복음서가 없었으면 지금 같은 기독교도 없었을 거에요.

 

내가 알기로는 어록만 있는 도마복음 같은 문서는 그 자체로는 귀중하지만 그 안에 이야기가 없어요.

 

누가복음의 아름다운 예수님 탄생 이야기로 크리스마스가 더욱 맑고 환해진 것처럼.”

 

“네, 동방 박사 세 사람, 구유에 누우신 아기 예수, 하늘에 영광 땅에는 평화, 저도 유년부에서 크리스마스 때 예수님 옆에 내려오는 천사 역할을 했어요.ㅎ”

 

“선희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역할이었네. 

 

혹시 정말 날개가 있는 거 아닌가? “

 

그녀의 까르르 웃는 목소리와 함께 다른 전화가 걸려오는 소리가 났다.

 

오후 내내 기다리던 전화였다.

 

서준은 급히 선희와의 전화를 끊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네. 최서준입니다.”

 

“서준군, 나 신장로일세.”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

 

“아, 네. 장로님”

 

서준도 음성을 좀 낮추었다.

 

“지금 바쁘지 않으면 잠깐 통화 할 수 있을까?”

 

“네. 괜찮습니다.”

 

신장로가 목을 가다듬는 소리가 났다.

 

“아침에 자네와 통화 한 후 생각을 해 봤는데 내가 무고로 고소한 건은 취하하는 게 역시 좋겠구만.

 

자네 말대로 방주 재판 전에 우리의 관용을 모든 사람에게 알리도록 하세.”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럼 내일 교회로 찾아 뵙지 않아도 되겠네요.”

 

“아무렴, 오후 내내 기도 하는 중에 그런 마음을 주셨네.  

 

우리는 그대로 ‘믿습니다’ 하고 순종해야지.”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신장로가 전화를 끊었고 서준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길게 새어 나왔다.

 

서준은 CCTV 영상을 본 후 방주의 포옹 장면을 복사하여 신장로님 댁으로 보냈다.

 

장로님이 오후 3시에 직접 받았다고 퀵서비스 회사가 카톡을 보내 왔다.

 

서준이 첨부한 메모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신장로님, 저 손준기입니다.

 

이 화면을 보시고 모든 일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원만히 해결 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금일 오후 6시까지 말씀이 없으시면 이 화면이 관계 기관에 즉시 제출 될 것입니다.

 

최서준기자께 장로님의 결정을 알려주세요.

 

고소를 취하 하신다면 이 일은 저와 장로님만의 비밀이 되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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