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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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309화 ★ 식당으로 온 미리암

wy 0 2024.07.28

 샤론 여관 식당 한구석에서 미리암이 오기를 기다리는 카잔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목이 계속 말랐다.

 

여로암이 옆에서 초조해하는 카잔을 보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이런 때 청약수 한잔 마셔야 하는데.”

 

마침 주문을 받으러 온 두스가 그 말을 들었다.

 

제가 청약수 한잔 가져다드릴까요?”

 

, 그럼 고맙지요. 주문은 조금 나중에 할게요. 오늘따라 손님이 많네요.”

 

잠시 후 두스가 청약수 한잔을 가져 왔는데 색이 자주색에 가까웠다.

 

포도주에 청약수를 섞어서였다.

 

두스가 한눈을 껌뻑거렸고 여로암이 싱긋 웃었다.

 

잔을 들고 입에 가져다 대는 카잔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식당 입구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고 카잔이 급히 잔을 내려놓았다.

 

들어온 사람은 미리암이 아니고 남자 두 명이었다.

 

한 사람은 지팡이를 짚고 있었고 그 뒤에는 엄청난 덩치가 목을 좌우로 돌리며 들어왔다.

 

그들은 식당 중앙에 있는 둥근 테이블에 털썩 앉았다.

 

카잔의 머릿속이 분주히 돌아갔고, 어디서 본 사람인지 곧 생각이 났다.

 

누보를 구해주기 위해 격투를 벌였던 그 황소였다.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저놈의 왼눈을 세게 찌를 때의 기분이 그대로 뭉클하게 온몸에 다시 느껴졌다.

 

슬쩍 자리에서 몸을 옆으로 틀어서 놈이 이쪽을 정면으로 못 보게 고쳐 앉았다.

 

혹시 아는 사람인가요?”

 

눈치 빠른 여로암이 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카잔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청약수를 한 모금 다시 마셨다.

 

손님, 이 테이블은 4인용인데요

 

손님이 더 오시나요?”

 

두스의 질문이었다.

 

내가 3인분 먹으면 되지 않소.”

 

거칠고 탁한 황소의 말에 두스가 입을 다물었다.

 

그보다 여기에 2주 전쯤 인도 여자 두 사람이 왔었을 텐데

 

본 적 없소?

 

좀 마르고 얼굴이 삼각형으로 생긴 남자도 같이 있었을지 모르고.”

 

잠시 침묵이 감돌더니 두스의 대답이 들렸다.

 

그 두 여자분이 모녀 사이지요?”

 

맞아. 그 여자들 지금 어디 있나?”

 

다른 목소리가 급히 물었다.

 

, 여기 얼마 전까지 계셨는데 거처를 다른 곳으로 옮긴 것 같아요.”

 

거기가 어딘데?”

 

또 잠시 아무 대답이 없는데 그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졌다.

 

, 세겜 중앙시장 오른쪽에 있는 주택가로 간다고 했던가.

 

확실치는 않아요."

 

그들은 튀어 오르듯이 급하게 일어났다.

 

식사는 안 하고 가시나요?”

 

두스의 질문이 대답을 찾지 못했다.

 

두 사람이 식당 밖으로 나가자, 카잔이 두스를 불렀다.

 

거기가 어제 유리가 이사한 곳은 아니지?”

 

당연히 아니지요저 사람들 누군데 인상이 그렇게 험악해요?”

 

카잔이 대답하려는데 식당 문이 열리며 30대의 여자가 들어오고, 그 뒤에 머리에 파란 리본을 묶은 귀엽고 깜찍한 소녀가 따라 들어왔다.

 

사벳이 여로암이 있는 테이블로 다가왔고 카잔과 소녀의 눈이 마주쳤다.

 

크고 까만 그녀의 눈은 처음 보는 사람들에 대한 천진한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미리암과 사벳이 카잔의 맞은편에 앉았고 옆에 서 있던 두스가 주문부터 받았다.

 

우리 미리암이 지난번 여기서 먹은 올리브 빵이 맛있다고 하던데요.”

 

사벳이 두스를 쳐다보며 말하자 소녀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이 너무 이뻐서 카잔의 가슴이 찡하며 미리암을 끌어안고 싶었으나 둘 사이에 테이블이 가로놓여 있었다.

 

그녀의 얼굴 윤곽은 세상 떠난 엄마를 똑 닮아서 계란형으로 갸름했고, 큰 눈과 오뚝한 코는 자기를 닮은 듯했다.

 

코에는 작고 까만 점이 있었고, 귀 언저리 곱슬머리가 귀엽게 흘러내렸다.

 

미리암이 카잔의 시선을 느끼고 부끄러운지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이분은 선생님 친구분들이세요?”

 

두스가 주문을 다 받고 돌아가자 미리암이 사벳에게 물었다.

 

, 선생님이 잘 아는 미트라교 교인들이셔.

 

마침 여기서 만났네. 인사드려.”

 

안녕하세요. 미리암이라고 합니다.”

 

그녀가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 미리암이구나. 나는 카잔이라고 해. 만나서 정말 반가워.”

 

카잔을 빤히 쳐다보던 미리암이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말했다.

 

아저씨는 그리스에서 오셨나 봐요.

 

카잔은 그리스 이름인데.”

 

, 그래. 우리 미리암이 아는 것도 많구나.”

 

그녀가 약간 이상한지 사벳을 쳐다보았다.

 

사벳도 카잔과 미리암의 관계는 여로암에게 듣지 못했다.

 

이때 누가 갑자기 카잔의 테이블로 다가오며 미리암에게 무언가를 불쑥 내밀었다.

 

쳐다보니 마르스였고 그의 손에 파란 리본이 들려있었다.


마르스 리본 collage.png

 

지난번에 왔을 때 이게 마차에서 떨어졌어.”

 

, 그랬구나. 집에서 이거 한참 찾았었는데 고마워.”

 

미리암이 리본을 그의 손에서 받았고 마르스는 까만 손이 부끄러운 듯 얼른 허리 뒤로 숨겼다.

 

마르스야, 너도 여기 앉아서 점심 같이 먹을래?”

 

여로암이 물었다.

 

아니요. 오늘은 제가 다른 약속이 있어서 사양할게요.”

 

마르스가 점잖게 말하고 미리암을 한번 쳐다본 후 빠른 걸음으로 나갔다.

 

곧이어 두스가 까만 올리브 열매를 잘게 썬 소스와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하얀 빵을 들고 나왔다.

 

혹시 마르스 녀석 왔었나요?”

 

여로암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녀석, 그렇게 손님 테이블에 오면 안 된다고 했는데 고사이에 왔었네.

 

오늘은 여기서 점심을 먹고 싶다고 해서 절대 안 된다고 야단쳤어요.”

 

사벳이 주먹만 한 빵을 집어서 반으로 잘라 미리암에게 주었다.

 

건포도가 군데군데 박혀있는 빵은 바로 구워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나왔다.

 

미리암이 빵조각을 올리브 열매 소스에 듬뿍 찍어서 한입 먹었다.

 

, 정말 맛있어요. 선생님도 드세요.”

 

사벳이 남은 반쪽을 먹자 미리암이 빵 바구니를 테이블 중간으로 밀며 카잔과 여로암에게도 권했다.

 

카잔은 빵에 손을 대지 않고 앞에 있는 포도주를 한 모금 더 마셨다.

 

여로암이 사벳에게 카멜 강제 수용소 소장에 대해 물었고 그녀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는 용맹한 로마 천부장 출신으로 오래전 게르만 전투에서 공을 세웠으나 그의 직속상관이었던 게르마니쿠스 장군이 갑자기 죽자 로마 근위대에서 밀려났다.

 

그 후 변방을 돌다 지금 여기서 근무하고 있는데 빌라도와 사이가 별로 안 좋다고 한다.

 

미트라교 신도이고 이름은 '카이레아'라고 하는데 이세벨 부교주가 잘 안다는 것이다.

 

빵 두 개를 금방 다 먹은 미리암이 엄마 이름이 나오자 귀를 쫑긋하고 한 마디했다.

 

우리 엄마가 모르는 사람이 없지요.

 

근데 이상하게 어디서 청약수 냄새가 나네요.”

 

그녀가 코를 킁킁거리며 카잔의 술잔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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