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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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50화 ★ CCTV의 진실

wy 0 2019.05.20

 

마호타이와 소주의 궁합은 맞지 않았다.

 

같은 하얀 술이지만 합치면 ‘마소’가 돼서 무언가 안 좋은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성 싶었다.

 

빈 속에 우유 한 잔만 마시고 서둘러 회사에 출근 한 서준은 머리가 무거웠다.

 

주기자는 아직 출근 전인데 어제 목소리로 봐서 정시 출근은 어려울 것 같았다.

 

CCTV를 확보했다니 이제 흑백이 가려질텐데 서준은 결과를 알고 싶지 않았다.

 

누구의 말이 사실이든 마음이 편치 못할 것이다.

 

만약 방주가 거짓말을 했다면 앞으로 그를 지금처럼 절친으로 대할 수 있을지 불안했고, 선희가 아버지인 김영중의원의 망상증이 있다면 이 또한 마음 아픈 일이다.

 

어제 밤 손준기가 선희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 그에게 알 수 없는 적대감을 느꼈으나, 그의 눈동자는 열정에 차 있었다.

 

서준이 휴대폰에서 신장로님의 전화번호를 찾아 눌렀다.

 

벨이 3번 울리자 장로님의 차분한 목소리가 나왔다.

 

“네. 신종일입니다”

 

종일 신을 찾는 분의 이름으로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면서 서준이 전화를 건 이유를 말했다.

 

손준기가 용서를 빌고 싶어하니 내일 교회 끝나고 잠깐 만나시면 좋겠다는 설명에 선뜻 대답이 없으셨다.

 

재차 만남의 필요성, 즉 방주가 무죄가 되더라도 상대방을 너무 코너에 몰면 후유증이 생길 수 있으니 일단 만나보시라는 말에 장로님의 음성이 들렸다.

 

“서준군, 자네의 말은 잘 알겠지만 내일 교회 끝나고 다른 볼 일이 좀 있네.

 

방주의 일은 이미 하나님께서 주관하고 계시니 그 분이 어찌 하실 지 우리는 조용히 기도하며 지켜 보는 게 좋겠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이해가 전혀 안됩니다’ 라는 말을 꾹 삼키고 서준이 한마디 더 했다.

 

“방주의 재판이 며칠 안 남았는데 그 전에 용서하시면 더 좋지 않을까요?”

 

주기자가 사무실 안으로 급히 들어오며 전화를 하는 서준에게 가볍게 손을 들어 인사했다.

 

“용서는 사실이 밝혀지고 정의가 세워진 후에 해야 더 뜻이 있지.

 

하나님은 공의의 하나님이기 때문에 인간의 생각으로 무슨 일을 자꾸 하려면 안 되네.

 

우리 방주를 위해 계속 기도 해 주게.”

 

신장로님의 목소리는 온화했고 서준은 더 할 말이 없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주기자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어제 이세벨은 어땠어?”

 

주기자의 질문에 술 냄새가 섞여 있었다.

 

“주선배 덕분에 구경 잘 했어요.

 

술도 서비스로 한 병 마시고..”

 

“혹시 윤마담이 최기자에게 눈독들이면 내 허락을 받으라고 해. ㅎㅎ”

 

“나보다 주선배같은 터프가이가 더 인기가 있을텐데요?”

 

“ㅎㅎ, 윤마담은 나 스카우트 안 해.

 

그 녀석 나하고 동창이야.

 

학교 다닐 때부터 낌새가 이상하더니만 대학교 졸업하고 성전환 수술했어.

 

아이만 못 낳지 완전히 여자야. 나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

 

“아, 그래서 이세벨에 안 가시는구나.”

 

주기자가 소리 없이 웃더니 수염이 덥수룩한 얼굴을 손으로 문지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어제 저녁에 베로나 가서 CCTV 가지고 왔어.

 

최기자가 왜 이것을 찾는지 확실히 물어보고 가게에 문제가 없다는 조건으로 보여주라고 우리 처남이 신신당부했네.”

 

“아, 걱정 마세요.

 

제가 아는 여자가 거기를 갔다고 하는데 누구와 갔었는지 궁금해서요.”

 

말을 하고 보니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었다.

 

작은 눈을 살짝 크게 뜨며 주기자가 물었다.

 

“그 여자와 썸을 타고 있는 건가?”

 

“네, 뭐 그렇다고 볼 수도 있지요.”

 

“혹시 경찰에 그 여자가 바람 피우는 증거로 제시하는 건 아니지?”

 

“네. 절대로 그런 일은 없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여자인데요.” 

 

"그런 건 모르겠고, 경찰이 공연히 베로나에 오거나 하면 난 집에서 쫓겨날 거야.”

 

여하튼 내년 초 맛 집 선정에 베로나가 3년 연속 강북 최고의 이태리식당으로 뽑힐 거라고 말했으니 네가 알아서 해.”

 

“네. 베로나는 3년이아니라 5년 연속으로도 충분히 최고의 식당이 될 겁니다.”

 

서준은 자신의 말이 엉터리는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주기자가 주위를 살짝 돌아본 후 오른 쪽 바지 주머니에서 작은 USB를 꺼내 슬며시 서준의 손에 쥐어 주었다.

 

간첩 접선 같은 기분이 들면서 서준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고 컴퓨터를 키는 손가락이 약간 떨렸다.

 

CCTV 녹화는 약 2달치였는데 다행히 방주와 선희가 베로나에 간 날이 거의 끝부분에 담겨 있었다.

 

그 날 저녁 8시로 찾아 보니 두 사람이 식사하는 화면이 바로 나왔다.

 

서준이 지난 번 선희와 앉았던 바로 그 자리였다.

 

화면의 초점이 흐리고 카메라가 멀어서 얼굴은 잘 안 보이지만 동작은 알 수 있었다.

 

9시경에 두 사람이 서 있는 장면이 나오고 방주가 선희에게 다가가는 뒷모습이 보였다.

 

얼굴이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방주가 서있는 선희를 포옹하였다.

 

리플레이를 몇 번 해 봐도 CCTV는 같은 동작을 계속 보여주었다.

 

선희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영상을 볼수록 방주의 거짓말에 대한 분노보다 그가 선희를 포옹했다는 사실이 더 충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주라는 예수님의 기도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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