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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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271화 ★ 보시오 이 사람이오

wy 0 2024.03.17

 나사렛 예수는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그의 몰골을 형편없게 만들어 군중의 동정심을 사려는 총독의 지시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가죽 채찍 끝부분에 날카로운 양 뼈와 작은 납추를 단 후, 기둥에 뒤로 묶인 예수를 로마 병사 두 명이 양쪽에서 교대로 때렸다.

채찍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살점이 뜯겨지며 피가 튀었다.

중간에 서 있던 병사는 때리는 횟수를 세었다.

모세 율법에 따라 매질은 서른아홉 번까지 하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매를 맞다가 죄인이 죽어도 안 되기 때문에 형벌 기술자들은 채찍을 중간에 멈추었다.

유대의 왕이라는 사내는 이미 피투성이가 되었고 거의 실신 상태였다.

병사들은 그를 기둥에서 떼어내어 재미난 놀이를 시작했다.

그들은 벌거벗은 사내의 몸을 더러운 자주색 외투로 덮어준 후 오른손에 긴 갈대를 쥐게 했다.

또 관저 안뜰에서 자라난 가시나무로 관을 만들어 머리에 씌웠다.

길이 2센티미터 정도의 가시가 촘촘히 박힌 가시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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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하고 휘어진 가시들이 예수의 머리와 이마를 깊숙이 찌르고 꿰뚫었다.

얼굴에 피가 길게 흘러내리자 병사들은 머리를 조아리며 외쳤다.

유대의 왕이시여!”

낄낄거리며 어떤 병사는 예수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시야가 흐릿해지며 세상이 피로 물든 것처럼 보이는 순간, 빌라도가 예수를 다시 불렀다.

제사장들과 산헤드린 의원들이 앞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처참하게 찢겨지고 조롱받은 유대인의 왕이 정문 앞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시끄럽던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보시오. 이 사람이오.”

총독이 모인 사람들에게 외쳤다.

이렇게 비참한 엉터리 왕을 보시오

이런 사람을 굳이 죽일 것까지야 있겠소?’

빌라도의 외침에는 이런 설명이 생략되어 있었다.

또 그의 마음 한편에는 앞에 몰려있는 군중을 향하여 '어쨌든 너희들의 왕은 이 정도 밖에 안 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라는 은근한 비웃음도 숨어 있었다.

하지만 군중의 반응은 더욱 냉담했다.

죽이시오. 그를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가야바는 유월절 의식을 진행하기 위해 조금 전 성전으로 돌아갔지만 그 전에 이미 그들이 할 말을 정해 주었다.

이자를 풀어주면 총독은 가이사의 충신이 아니오.

자기를 왕이라고 하는 자는 가이사를 반역한 것이고 우리의 왕은 가이사뿐입니다.”

이 말은 빌라도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

자칫하면 민중 소요보다 자신이 먼저 가이사의 역적으로 몰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허나 그는 다시 침착하게 물었다.

그러면 여러분은 누구를 풀어주면 좋겠소?

메시아라는 예수요, 아니면 바라바라는 예수요?”

이미 결과는 뻔히 보였지만 노련한 빌라도는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수순을 밟았다.

군중의 외치는 소리가 더욱 커졌다.

합창을 하는 듯 우렁찼다.

바라바를 풀어 주시오.”

바라바, 바라바, 바라바!”

빌라도가 오른손을 들어 알았다는 표시를 했다.

그러면 메시아 예수는 어찌하면 좋겠소?”

죽이시오.”

십자가에 못박아 죽이시오.”

총독은 예수 처형의 모든 책임을 그들에게 미루기 위해 그 처형 방법도 물은 것이다.

변덕이 심한 유대인들이 나중에 시리아 총독에게 어떠한 불만도 제기할 수 없도록 많은 증인을 확보했다.

이제 이 귀찮은 일을 끝낼 때가 되었다.

이들의 요구대로 하시오.”

빌라도는 옆에 서 있던 칼로스에게 지시를 내린 후, 예수를 한번 흘끗 보고 안으로 들어갔다.

죄 없는 사람을 구해주려는 자비심은 유대인에게 베풀 가치가 없다는 것을 다시 깨달은 그였다.

그래도 기분이 좀 찜찜해서 찬 물에 손을 깨끗이 씻었다.

이제 나사렛 예수는 신성 모독죄가 아니라 로마를 적대시하여 왕이 되고자 한 반역자로 처형당하게 되었다.

정치 혁명을 외친 자들은 죽으면 곧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지므로, 이는 가야바를 비롯한 제사장들과 종교지도자들이 바라던 바였다.

예수처럼 놀라운 사랑을 설파하여 군중의 마음을 움직인 자는 종교적 진리의 해석을 독점한 가야바에게는 큰 위협이었기에, 죄인은 십자가에 달리는 정치범이 되어야 했다.

 

 

루브리아 일행이 빌라도 총독의 관저 앞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해산하고 있었다.

바라바가 유월절 특별 사면의 대상으로 확정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루브리아와 사라는 서로를 바라보며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뒤에 따라 오던 맥슨 백부장에게 물으니 특사 석방은 내일 해가 뜨면 시행된다고 했다.

이제 하루만 지나면 자유인이 된 바라바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나사렛 예수는 어떻게 되었나요?”

네리가 바리새인 복장을 한 행인에게 물었다.

곧 십자가 처형 당할 거요.

며칠 전만 해도 메시아라고 난리를 치며 예루살렘으로 들어왔었는데, 그때 호산나라고 환호하던 사람들은 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소.

, 저기 나오네요.”

모두 얼굴을 돌려 그쪽을 보았다.

총독관저의 대문이 크게 양쪽으로 열리자 가슴에 흉갑을 찬 로마 백부장의 뒤로 예수의 모습이 보였다.

아직 꽤 남아 있던 군중이 홍해 바다 갈라지듯 길을 터 주었다.

죄인의 어깨에는 크고 무거워 보이는 십자가의 가로대가 얹혀 있었다.

예수의 양쪽에는 창을 든 병사 두 명이, 뒤쪽에는 채찍을 든 병사가 같이 나왔다.

, 롱기누스 백부장이네.”

맥슨의 혼잣말을 사라가 듣고 앞장선 사람들을 보았다.

검붉은 얼굴의 백부장은 선두에서 긴 나무 팻말을 높이 들고 걷고 있었다.

거기에는 유대의 왕 예수라고 히브리어로 써 있었다.

또 다른 두 나라의 언어도 적혀 있었는데, 그리스어와 로마어였다.

아마 같은 의미였을 것이다.

그 뒤를 따르는 예수는 무거운 십자가에 눌려 발걸음이 흔들리는 듯 보였고, 머리에는 가시관을 쓰고 있었다.

얼굴은 숙여져 땅을 향했고 온몸에는 검붉은 핏자국이 엉켜 있었다.

사라는 불현듯 이분이 바라바 오빠 대신 십자가를 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식당에서 유다가 한 말이 바로 그런 뜻이었다.

어제 저녁 만찬장에서 바라보았던 선생의 큰 눈이 떠올랐다.

이렇게 피투성이에 십자가를 지고 갈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까.

어디로 가는 건가요?”

네리가 옆에 서 있던 바리새인에게 물었다.

처형장이 있는 골고다 언덕으로 가는데, 아마 사람 많은 골목을 거쳐서 갈 거요.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보고 겁을 먹으니까.”

벌써부터 예수는 쓰러질 듯 걸었고, 비틀거릴 때마다 가시관을 쓴 이마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맥슨이 루브리아에게 넌지시 말했다.

이제 그만 돌아가시지요.”

루브리아가 눈물을 글썽이며 대답했다.

아니에요

골고다까지 같이 갈 거예요.

이분이 너무 불쌍해요.”

루브리아가 예수를 따라가는 행렬의 뒤로 걸음을 옮겼고 사라도 따라서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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