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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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45 화 ★ 감옥의 까마귀

wy 0 2019.05.04

 

 높은 담장 안에서는 밖에서 알던 사람을 만나도 대개 아는 척 하지 않는다.

 

또 갑자기 구속 되면 몇 주 동안 가족들에게도 연락을 안 해서 실종 신고가 접수 되기도 한다.

 

출소 후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몇 달간 비밀 첩보 훈련을 받았다는 안기부파나 갑자기 아프리카 봉사 활동을 다녀왔다는 해외 선교파도 있었다.

 

무혁도 목포에 계시는 홀어머니에게 서울에서 직장 생활 잘하고 있다고 가끔 서신으로 연락을 하는데, 구치소 주소는 P.O.Box로만 되어 있기 때문에 주위 사람도 발신지를 잘 알 수 없었다.

 

전화는 한 달에 3번을 할 수 있는데 3분 이내로 해야 해서 늘 바쁘다는 핑계로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무혁이 최근 어느 국회의원의 발언에 대해 방주에게 물었다.

 

“교수님, 얼마 전 야당의 어느 국회의원이 포항에 난 지진은 하나님이 현정부에 보내는 마지막 경고라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짧은 한숨을 내쉬며 방주가 대답 대신 질문을 했다.

 

“이번 포항 지진으로 아무도 죽지는 않았지?”

 

“사망자는 다행히 없고 몇 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지라.”

 

 “만약 사망자가 있었다면 그들도 경고용으로 희생 된 걸까?”

 

“글씨.. 그 건 아닌 것 같소”

 

“그 국회의원이 어느 교회에 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믿음을 문자주의라고 하네.”

 

반짝이는 무혁의 눈이 다음 말을 재촉했다.

 

“복음서 중 가장 먼저 쓰여진 마가복음 13장에 곳곳에 지진이 나면 재난의 시작이라고 되어있네.

 

몇 년 전 일본 후쿠시마 지진으로 엄청난 사상자가 났을 때나 인도네시아 해일로 수 만 명이 죽었을 때도 그 나라 국민들이 하나님을 안 믿고 회개를 안 해서 그렇다고 설교하는 목사님들이 있었지.

 

아직도 그런 수준의 믿음을 강조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인데 그런 사람들이 한국 교회에 상당히 많아.

 

더 어이 없는 일은 포항 지진이 과거 정부에서 주도 한 '지열 발전' 시험 가동 때문이라는 발표가 최근에 있었지.

 

지반 암석을 파쇄 해 인공 수증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지진을 유발했다는 거야.”

 

“하! 포항 이재민들 뚜껑 열려 버렸네”

 

“그래서 어느 신학자는 모든 종교에는 surface신앙과 In-depth신앙이 있다고 했지.

 

표면 신앙과 내면 신앙이라 할 수 있는데 처음에 종교에 입문하면 누구나 겉으로 보이는 표면 신앙부터 시작하네.

 

여기서 좀 더 깊이 있는 내면 세계로 들어가지 못하고 매주 한 번씩 교회에 가서 현상 유지로 만족하고 그 상태로 정지한 채 몇 년 혹은 몇 십 년을 보내게 되지.

 

학교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중학교로 올라가는데 교회는 초등교회 졸업식이 없어.”

 

“ㅎㅎ 잘못하면 유아교회로 내려가기도 하겠소.”

 

“그렇지. 또 다른 문제는 표면 신앙이 종교의 전부라고 생각해서 이에 실망한 많은 신도들, 특히 젊은 층의 이탈이 크게 늘고 있네.”

 

“교수님 말씀을 들으니 나가 바로 표면 신앙이네.”

 

복도 저편에서 뚜벅 뚜벅 무거운 발자국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무혁이 얼른 누운 자세를 일으켜 똑 바로 앉자마자 검은 옷을 입은 교도관 두 사람이 창문으로 방안을 힐끗 살펴보며 복도를 지나갔다.

 

구치소를 순시하며 돌아다니는 기동 순찰대인데 재소자들은 그들을 ‘까마귀’라고 불렀다.

 

까만 옷을 입고 다니는 재수 없는 존재란 뜻이다.

 

까마귀는 하루에 세 번 복도를 돌면서 방안을 살피는데 대개 오전 10시, 오후 2시, 저녁 8시경에 온다.

 

그들의 신발은 유사시를 대비해 군화 같은 묵직한 것이라, 다른 교도관들의 걸음소리와 구별이 되어 누워 있다가도 군화 소리가 나면 잽싸게 일어나야한다.

 

까마귀들이 다니면서 지적하는 것은 복장 상태가 단정한 지, 방바닥에 누워 있지 않은 지, 모포 정리가 잘 되어 있는 지, 아픈 사람이나 싸우는 사람은 없는 지 등이다.

 

간혹 신입이나 나이 지긋한 사람들은 젊은 까마귀들이 지적하는 문제나 태도에 분통을 터뜨리며 언쟁을 벌이기도한다.

 

허리가 아파서 누워 있는 노인들도  당장 일어나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손자 같은 어린 까마귀의 지시를 거부하며 싸우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들은 구치소 질서 유지의 상징이므로 법무부 장관이나 청와대 민정 수석이 직접 와서 노인 편을 들지 않는 한 물러서지 않는다.

 

까마귀들이 지나가자 무혁이 다시 방주에게 물었다.

 

“근디 방주, 그 큰 노아의 방주라는 것은 무슨 나무로 만들었소?”

 

“방주는 잣나무로 만들었다고 성경에 나오지.”

 

“그것도 아시고 역시 대단하시오.

 

신교수님은 잣을 좋아하시겠네. ㅋㅋ”

 

무혁이 동그란 안경 속 눈동자를 좌우로 한 번 굴린 후 다시 입을 열었다.

 

“근디 나가 성경을 혼자 읽고 이해 하기는 쪼까 어렵구만.

 

성경에서 나오는 여러 이야기가 도대체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겄소.

 

방주, 그 큰 방주에 지상의 모든 동물을 쌍으로 집어 넣었고 노아 가족 8명 말고는 홍수에 다 죽었다거나, 예수님이 물을 포도주로 만들고 물 위를 걸었다는 것을 그대로 믿어야 믿음 좋은 사람이라고 하는디…신교수님은 그걸 믿소?”

 

방주가 가볍게 미소 지으며 반문했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글씨… 나가 볼 때는 노아의 방주는 아무래도 좀 이상하고 예수님 정도 되면 물을 포도주로 만들거나 물 위를 걷는 것 정도는 가능하지 않겄소?

 

요즘도 어떤 여자는 하늘에서 떨어진 천사의 깃털을 보여주고 빡세게 기도해서 물을 포도주로 바꾼다고 하던디...신교수님 생각은 어떠시오?”

 

무혁이 다시 같은 질문을 했다.

 

“그런 기적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이제 별로 중요하지 않아.”

 

“그럼 뭐시 제일 중요하오?”

 

무혁의 질문이 주일학교 학생처럼 들렸다.

 

“자네가 읽은 마가복음에서라면 8장에 나오는 말씀 ‘나를 따르려면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 라는 말씀이지.  

 

사실 우리는 자기 십자가를 질 생각은 커녕 피할 궁리만 하고 살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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