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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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238화 ★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wy 0 2023.11.22

 

기적을 본 사람들이 모두 형을 믿은 것도 아니고, 믿음이 있다고 모두 치료된 것도 아니지.”

 

야고보가 요한에게 설명을 보탰다.

 

거라사 주민들은 표적을 보고도 형을 배척했고, 나사렛에서는 낫고 싶은 환자들을 고칠 수 없었으니까....”

 

다음날이 휴일이라 베다니 시몬의 집은 저녁을 먹은 후 삼삼오오 마당에 모여 앉아 대화를 나누었다.

 

, 그렇긴 하지만 엘리아셀 같은 사람들은 순전히 이적을 보기 위해서 따라다녀요.

 

첫날은 식당 종업원들까지 동원하여 성전에 나왔는데 오늘은 나오지 않았어요.”

 

그래도 구레네 시몬같이 꾸준히 나오는 사람도 있잖아.”

 

, 처음에는 선생님을 세례 요한 같은 예언자로 생각했는데 얼마 전부터 다윗 가문의 메시아라고 믿는 사람이 늘어났어요.”

 

엘리아셀은 그렇게 생각 안 하나?”

 

, 며칠 전 그 사람이 베드로 님께 묘한 질문을 했어요.”

 

요한이 목소리를 조금 낮추어 계속 말했다.

 

변화산 사건이 은근히 소문이 나서 엘리아셀도 들었나 봐요.”

 

예수 형이 높은 산에 올라가 몸이 변하고 옷에서 광채가 난 사건 말이지?”

 

, 그때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고 곧 하늘에서 구름이 덮치며 우리가 듣기로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 그의 말을 들으라라는 소리가 났어요.

 

그래서 베드로 님이 그 자리에 초막을 세 개 세우고 싶다고까지 했거든요.”

 

, 그런데?”

 

엘리아셀이 베드로 님에게 묻기를 예수 선생이 다윗의 자손 메시아라면 왜 다윗이나 솔로몬이 나오지 않고 모세와 엘리야가 나왔냐고 했어요.

 

베드로 님이 대답을 못 하자 그가 실망하는 눈치였지요.”

모세 예수 collage.png

 

글쎄, 나도 거기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겠네.”

 

제가 지금 생각해 보니 선생님은 다윗왕보다 모세에 더 가까운 듯싶어요.

 

다윗왕은 통일 국가를 세웠지만, 그 나라는 솔로몬왕 사후에 나뉘고 말았어요

 

반면에 모세는 애굽에서 신음하던 유대인들을 자유와 희망의 나라로 이끌었지요.

 

이런 말은 야고보 형님께 처음 하는 거예요.”

 

“아, 그러니까 모세가 나타났다고 생각할 수 있겠네

 

그러니 다윗왕처럼 새로운 나라를 당장 세우는 지도자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거고.”


, 그렇지요. 모세라는 이름이 애굽 말로 구원자라는 뜻이래요.”

 

다윗왕보다는 모세의 피를 이어받았다면, 그러면 누구를 구원해 주는 건가?”

 

고보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요한도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우선은 천대받고 가난한 갈릴리 사람들이겠지요

 

또 갈릴리 남쪽 이스르엘 평야의 곡창 지대에서 뼈 빠지게 일하면서, 집도 가족도 없는 가난한 농민들이 얼마나 많아요.”

 

, 그래. 그동안 빈부격차가 점점 커져서 가난한 사람들의 삶이 너무 피폐해졌어

 

우리는 목수 일을 해서 그나마 생계에 지장은 없었지만, 형은 어려서부터 주위에 가난한 사람들을 보면 마음 아파했지.”

 

, 그런 따스한 마음이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과 바로 통해서 선생님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은 거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형이 이제 우리 유대 민족 전체를 로마의 점령에서 해방시켜 주기를 바라고 있어

 

기대가 점점 너무 커진 거 아닌가?”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선생님의 구원은 어쩌면 범위가 더 클지도 몰라요

 

히브리 민족의 히브리라는 말도 어떤 지역을 뜻하는 게 아니고 집이 없이 떠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의미하니까요.”

 

범위가 더 크다면 사마리아 사람이나 로마 사람까지 포함할까?”

, 거기에도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이 많겠지요

 

떠도는 사람들은 다 히브리 민족이니까요.”

 

, 맞아. 형은 예전부터 가족보다 자기를 따르는 어려운 사람들을 더 가족같이 생각했어

 

어떤 때는 섭섭할 정도였지.”

 

여기서 두 분이 무슨 재미있는 얘기를 그렇게 하시나요?”

 

수산나가 다가와 잘 익은 오렌지를 한 개씩 건네주며 물었다.

 

감사합니다. 수산나 님도 앉아서 같이 드세요.”

 

야고보가 말했다.

 

, 그런 말씀 안 하시면 어떡하나 했어요. 호호.”

 

저녁해가 지면서 구름 밑이 붉게 물들고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왔다

 

그녀가 요한의 앞에 앉으며 말했다.

 

선생님이 얼마 전 하신 말씀이 있는데 이상하게 그 말씀이 계속 제 가슴에 남아 있어요

 

요한 님께 좀 여쭤봐도 될까요?”

 

그럼요. 뭐든지 말씀하세요.”

 

수산나가 안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내 천천히 읽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러면 너의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 선생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나요

 

참 좋네요. 저도 지금 처음 들었어요.”

 

어머, 요한 님이 못 들은 말씀도 있네요.

 

여하튼 이 말씀에 따라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을 쉬게 하려면 짐을 내려놓게 해야 하는데, 오히려 선생님은 자신의 멍에를 지라고 하세요.

 

이게 무슨 의미인가요?”

 

요한이 수산나에게 쪽지를 달라고 하여 한참을 들여다본 후 입을 열었다.

 

글쎄요. 우선 우리들이 평소에 지고 있는 짐이나 멍에는 자존심, 내일을 위한 돈, 남보다 앞서려는 경쟁심 같은 건데 선생님의 멍에는 그런 것이 아닌 것 같아요.”

 

요한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 수산나의 둥그런 얼굴이 어린 소녀처럼 보였다.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한 분이 지고 있는 멍에는 어떤 멍에길래 쉽고 가볍다고 하셨을까요?”

 

그리고 우리는 그 멍에를 메고 무엇을 배우는 걸까요?”

 

요한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후 야고보와 수산나를 돌아보았다

 

야고보가 천천히 말했다.

 

“형의 멍에는 사랑의 멍에겠지

 

그리고 그 멍에를 메고 우리가 배우는 것은 온유와 겸손 아닐까?

 

멍에가 전혀 없는 것보다 이 멍에가 오히려 사람의 마음을 더 쉬게 한다는 의미 같아.”

 

수산나가 감탄하는 얼굴로 야고보를 바라보았다.  

 

베다니의 저녁은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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