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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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225화 ★ 안나스 제사장의 축사

wy 0 2023.10.08

안나스 요나단 collage.png

 

안나스 제사장이 들어온 후 일행은 모두 홀의 오른쪽에 있는 긴 직사각형 테이블로 향했다.

 

테이블의 양 끝에 안나스와 가말리엘 선생이 마주 보고 앉았고 중간에 앉은 니고데모가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한 자세로 말했다.

 

오늘 로고스 클럽 창립 회의에 이렇게 참석해 주신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클럽의 간사를 맡은 니고데모입니다.”

 

사람들이 가볍게 박수를 보냈다.

 

서로 아시는 분이 많으시겠지만, 처음 회의고 하니까 간단히 한 분 한 분 소개를 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로고스 클럽의 회장님이신 가말리엘 선생님이십니다.”

 

가말리엘이 미소를 띠며 자리에서 일어나 좌중을 보고 목례를 했다

 

나이에 비해 주름살도 거의 없는 단아한 얼굴에 턱 아래로 흰 수염이 가지런히 한 뼘 이상 되었다.

 

존경하는 안나스 대제사장님, 그리고 회원 여러분, 제가 비록 이 클럽의 회장 명칭을 수락하였으나 실질적인 운영은 부회장과 간사께서 맡아서 해 주실 겁니다.

 

아무쪼록 좋은 결실이 맺어지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박수소리가 들렸고 니고데모가 계속했다.

 

다음은 부회장님 두 분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에세네파의 빌립 부회장님은 연세도 있으시고, 쿰란에서 요양 중이시라 참석을 못 하셨습니다만, 우리 클럽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잘 아시는 요나단 부회장님을 소개합니다.”

 

요나단이 일어나 인사를 하고 그냥 앉았다.

 

요나단 님은 아마 안나스 제사장님이 계셔서 아무 말씀을 못 하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렸고 안나스의 얼굴에 느긋한 미소가 흘렀다.

 

이번에는 우리 회원 중 유일한 여성분이신 요안나 님을 소개합니다

 

요안나 님은 아시겠지만, 헤롯 전하의 재무대신인 구사님의 부인이십니다.”

 

저를 먼저 소개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하얀 린넨 옷을 위아래로 입고 둥근 은귀걸이를 한 그녀가 일어나며 말했다.

 

아직 우리 사회는 여성에 대한 처우가 미비한 점이 많아서 모여 있는 사람의 숫자에 끼지도 못합니다.

 

그런데 저를 먼저 불러 주셔서 감격했고 앞으로 열심히 참석하겠습니다.”

 

박수가 크게 나왔다.

 

. 다음은 마티아스 님입니다

 

마티아스 님의 가문은 대제사장을 여럿 배출한 존경받는 가문입니다.”

 

약간 검은 얼굴의 건강한 40대 남자가 일어나 꾸벅 인사를 하고 앉았다.

 

이번에는 저와 같은 산헤드린 동료인 아리마대 요셉 님이십니다.”

 

요셉도 안나스를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하고 별말 없이 앉았다

 

니고데모가 요안나 다음부터는 나이 순으로 소개를 시키고 있었다.

 

다음은 소장파 율법 학자들의 선두주자 사울 님입니다.”

 

사울이 천천히 일어나 좌중을 돌아본 후 말했다.

 

제가 여기 앉아 있는 자체가 영광입니다.”

 

키는 작지만, 머리가 크고 눈에서 뿜어 나오는 빛이 강렬했다.

 

감히 한 말씀만 드린다면 저는 로고스 클럽이 그 이름 그대로, 하나님의 진리를 추구하는 모임이 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가벼운 박수가 나왔다.

 

, 마지막으로 가말리엘 2세입니다.”

 

가말리엘 2세가 일어나 얌전히 인사하고 앉았다.

 

이상으로 현재 로고스 클럽 회원 9분 가운데 8분이 참석하셔서 창립총회가 성립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제 존경하는 안나스 제사장님께서 내빈 축사를 해 주심으로써 로고스 클럽 창립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안나스를 향하여 얼굴을 돌렸다.

 

안나스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는데 가말리엘 선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사장님, 앉아서 말씀해 주세요.”

 

안나스의 노회하고 총기있는 눈이 살짝 웃었다.

 

제가 일어나서 여러분이 불편하시면 그렇게 하지요.”

 

다시 자리에 앉은 후 그는 목소리를 근엄하게 가다듬고 큰소리로 모세의 말씀을 외워 나갔다.

 

“*‘너희는 너희 하나님 여호와를 따르며 그를 경외하며, 그의 명령을 지키며 그의 목소리를 청종하며 그를 섬기며 그를 의지하라.

 

네 어머니의 아들 곧 네 형제나 네 자녀나 네 품의 아내나 너와 생명을 같이 하는 친구가 가만히 너를 꾀어 이르기를 너와 네 조상들이 알지 못하던 다른 신들을 우리가 가서 섬기자할지라도, 너는 그를 따르지 말며 듣지 말며 긍휼히 여기지 말며 애석히 여기지 말며 덮어 숨기지 말고 너는 용서 없이 그를 죽이되, 죽일 때에 네가 먼저 그에게 손을 대고 후에 뭇 백성이 손을 대라’”

 

여기까지 한 마디 한 마디 주위를 돌아보며 말을 마친 안나스가 테이블 위에 준비해 놓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계속했다.

 

또 말씀하시기를 너희 중에 선지자나 꿈꾸는 자가 일어나서 이적과 기사를 네게 보이고, 그가 네게 말한 그 이적과 기사가 이루어지고, 너희가 알지 못하던 다른 신들을 우리가 따라 섬기자고 말할지라도 그런 선지자나 꿈꾸는 자는 죽이라.

 

그는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너를 인도하여 내신 네 하나님 여호와에게서 너를 꾀어 떠나게 하려 한자이니 너는 돌로 쳐 죽이라.

 

그리하면 온 이스라엘이 듣고 두려워하여 이같은 악을 다시는 너희 중에서 행하지 못하리라’”

 

율법을 외운 그가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다시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오늘 로고스 클럽 창립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좀 썰렁한 말씀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요즘 여러 가지 세태를 보면 십계명의 제1조와 우리 유대 민족의 해방의 기쁨을 잊고 사는 사람이 많습니다.

 

여기 모이신 여러분들은 유대교를 대표하는 미래의 제사장이요, 율법 선생들입니다.

 

우리 유대 교육의 근본을 늘 생각하며 지켜나가 주시기를 당부하는 의미에서 드린 말씀입니다

 

아무쪼록 로고스 클럽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이상입니다.”

 

사울이 크게 박수를 치기 시작하자 모두 따라서 쳤다

 

길게 이어진 박수가 잦아들자 안나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맛있는 음식 냄새가 나지만 가말리엘 선생님도 계신데 저까지 있으면 노인이 너무 많아요.”

 

니고데모가 만류했지만, 안나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요나단은 속으로 한시름 놓았다.

 

아버지가 만찬을 같이 하면 어떻게 일찍 나가나 하는 고민을 덜게 되었다

 

집 문밖까지 아버지를 배웅하며 말했다.

 

저는 여기서 식사하고 들어가겠습니다.”

 

, 그렇게 해라. 술 많이 먹지 말고

 

, 근데 가야바 대제사장님은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안나스가 목소리를 낮추어 대답했다.

 

오늘 나사렛 예수가 입성했는데 곧 체포할 계획을 성전 경호대와 같이 세우고 있다.”

 

, .”

 

요나단은 조금 전 아버지가 왜 모세의 글을 언급하셨는지 알 것 같았다.

 

*신명기 1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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