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판결.jpg

                                                                                  

바라바 220화 ★ 간음한 여인

wy 0 2023.09.20

 

나뭇잎이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감람산 아래 야외 회당에서 예수 선생이 말씀하는 모습이 멀리 보였다.

 

줄잡아도 백여 명 정도는 선생의 주위에 모여 있었다.

 

살몬도 그들의 뒤에 서서 귀를 기울였다

 

키가 별로 큰 편이 아니라 발뒤꿈치를 들어도 선생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더 안으로 들어갔다.

 

여러분이 점심이나 저녁을 준비했을 때는 부유한 이웃을 초대하지 마세요

 

그들이 여러분을 다시 초대하여 보답하기 때문입니다.

 

잔치를 베풀 때는 오히려 가난하고 몸이 불편한 사람을 초대하면 그들은 되갚을 것이 없고 여러분은 행복할 것입니다.”

 

대개 이런 말씀을 계속하는 선생의 음성은 크지는 않았으나 맑고 그윽했다.

 

잠시 후 갑자기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떤 사람이 선생의 앞에 끌려와 엎드렸는데, 뒷모습으로 보아 젊은 여자인 듯했다

 

곧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거칠게 들렸다.

 

랍비여, 이 여자가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혔나이다

 

모세는 율법에 이러한 여자를 돌로 치라 명하였거니와 선생은 어떻게 말하겠나이까?”

 

살몬이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 보니, 서기관들과 하얀 바리새인 복장을 한 몇 사람이 여자 뒤에 서서 선생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들의 말투는 정중했으나 예수 선생을 시험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만약 돌로 치지 말라고 하면 모세의 율법을 정면으로 부정하게 되고, 그렇다고 돌로 치라고 하면 그동안 선생이 강조한 사랑의 정신과 어긋나며, 빌라도만이 사형을 집행하는 실정법에도 어긋난다.

 

엄청난 함정이다

 

살몬은 예수 선생이 이제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고 생각했다.

 

또 모세는 분명히 간음한 남자와 여자를 둘 다 죽여 악을 제거할지라라고 했는데, 현장에서 잡혔다는 여자만 있고 남자가 없는 것도 수상쩍었다.

 

선생이 바로 대답을 하지 않고 허리를 굽혀 땅에다 무언가를 쓰는 듯했다.

 

[크기변환]1간음한 여인shutterstock_114722293.jpg

 

예수 선생, 지금 우리 말을 못 들으셨나요

 

빨리 답변해 주세요. 이 여자를 우리 모두 돌로 치리까?”

 

그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선생이 천천히 허리를 펴고 일어나 주위를 한번 돌아본 후 입을 열었다.

 

여러분 중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이 여자를 돌로 치세요.”

 

차분한 목소리에 슬픈 느낌이 들었다

 

모두 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다

 

선생은 다시 몸을 굽혀 땅바닥에 무언가를 쓸 뿐이었다.

 

잠시 후 나이가 지긋한 남자 몇 사람이 먼저 자리를 떴다.

 

그 뒤를 따라 여러 사람이 우르르 아무 말 없이 그 자리를 떠나자 기세등등하던 서기관과 바리새인들도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다.

 

결국, 하나하나 떠나가고 마침내 예수 선생만 남았다.

 

비로소 여인이 고개를 들고 주위를 돌아보았다.


살몬이 기겁을 한 것이 바로 이때였다

 

그녀는 바로 살몬이 은밀히 만나던 앉은뱅이 빌개의 딸 마리아였다.

 

혹시라도 그녀가 알아볼까 얼른 뒤로 돌아 나오다가 조금 떨어진 감람나무 뒤에 숨어서 선생과 마리아를 계속 주시했다.

 

선생이 그녀에게 뭐라고 몇 마디를 더 하는 듯했다.

 

마리아는 몸을 파는 여자는 아니었으나 아버지가 농장 일을 하다 쓰러진 후 불구자가 되자,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남자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살몬은 한때 그녀를 첩으로 둘까도 생각했으나 얼마 전 만났을 때 약혼자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더는 그녀를 찾지 않았다.

 

잠시 후 마리아가 선생께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고 선생도 회당을 떠났다.

 

살몬은 자기가 그녀를 만나고 있었다면 같이 붙잡혀올 뻔했다는 생각을 하니 어깨가 오싹했다

 

마리아가 어쩌다가 끌려 왔는지 모르지만, 그녀를 위기에서 구해 준 예수 선생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갑자기 선생이 바닥에 무엇을 썼는지 궁금해졌다

 

좌우를 살피고 천천히 그 자리에 가서 바닥을 들여다보았다.

 

<지금 여기 숨어 있는 남자의 죄가 크도다>

 

살몬은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자기가 와 있는지 선생이 어찌 알았단 말인가.

 

여기까지 쉬지 않고 살몬이 그날의 충격을 단숨에 이야기했다.

 

, 살몬 님이 거기에 있었던 것을 예수 선생이 아셨네요!”

 

요남의 목소리가 흥분으로 높아졌다.

 

얼마 후 여기 들어오게 되니까 그 생각이 제일 먼저 나더라

 

내가 그 벌을 받은 거 아닌가 하고.”

 

그런 일이 있었군

 

사실 이 땅의 여자들이 율법에 얽매어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해요

 

심지어 *‘신부가 처녀의 표적이 없거든, 그 처녀를 그의 아버지 집에서 끌어내고 그 성읍 사람들이 그를 돌로 쳐 죽이라라고 되어 있으니까.”

 

이삭의 말에 요남이 살몬을 쳐다보며 물었다.

 

말만 들어도 으시시하네요. 근데 처녀는 모두 처녀의 표적이 있나요? ”

 

요남아, 그걸 왜 나에게 물어보니?”

 

눈을 크게 뜨며 정색을 하는 살몬의 말에 모두 웃었고 이삭이 계속 말했다.

 

*‘약혼하지 아니한 처녀를 만나 동침하는 중에 그 두 사람이 발견되면, 동침한 남자는 그 처녀의 아버지에게 은 오십 세겔을 주고 아내로 삼고 평생 버리지 못한다.’라는 말씀도 있네.”

 

그건 어느 정도 합리적인 면이 있네요. 문제는 그렇게 발견된 남자가 은 오십 세겔이 없을 경우도 많을 텐데요.”

 

그렇겠지. 그러니까 그런 사람은 발견되지 않도록 더 조심해야지. 흐흐.”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바라바가 입을 열었다.

 

예수 선생이 그 여자에게 뭐라고 하셨을까요?”

 

글쎄요. 나도 그게 궁금했어요. 아무도 들은 사람이 없어서요.

 

어떤 때는 그녀를 찾아가 물어볼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그만 여기 들어왔지요.”

 

예수 선생은 결혼을 하셨나요?”

 

그것도 잘 몰라요

 

연세가 얼추 40은 돼 보이던데 하지 않았을까요

 

그분을 따르는 사람 중에 여자들도 상당히 많다고 들었어요.”

 

그래도 부인이 누구라는 말이 없는 거봐서 안 한 것 아닐까요?”

 

그럴지도 모르지만, 대개 회당에서 사람을 가르치는 랍비들은 20살 정도면 거의 결혼을 하는 것이 관례지요.”

 

빵을 다 먹은 요남이 끼어들었다.

 

저는 예수 선생이 그 여인에게 뭐라고 하셨는지 알 것 같아요.”

 

그래? 뭐라고 하셨을까?”

 

, 이건 제가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거의 확실한데요.”

 

요남이 일어나서, 예수 선생의 흉내를 내며 엄숙한 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다시는 살몬 같은 남자를 만나서 죄를 짓지 마시오.”

 

요남이 얼른 바라바의 뒤로 자리를 피했다.


*신명기22:20-21

*신명기22:28-29

 


State
  • 현재 접속자 3 명
  • 오늘 방문자 26 명
  • 어제 방문자 225 명
  • 최대 방문자 884 명
  • 전체 방문자 287,048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