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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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40 화 ★ 변호사들의 대답

wy 0 2019.04.16

 

 전화벨이 여러 번 울려도 그는 받지 않았다.

 

일 분쯤 후에 다시 걸었으나 역시 받지 않았고 메시지를 남기라는 음성 녹음도 나오지 않았다.

 

전화 번호가 서준의 것임을 알고 손준기가 일부러 안 받는 성 싶었다.

 

서준은 자신이 선희에 대해 이렇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기사를 위한 취재인지 아니면 개인적 호감에서인지 아리송했다.

 

그녀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확실히 안다고 해도 그것을 기사로 낼 필요가 있을지,또 그것이 선희가 바라는 것일지는 더욱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나이에 비해 10년은 더 성숙한 여인 같은 느낌을 주면서 동시에 남성에게 보호 본능을 불러 일으키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만약 선희가 방주건과 엮이지 않았으면 그녀와 지금부터 연애를 해서 결혼까지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방주와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되었으니 일이 그리 되어도 이상할 건 없다.

 

여하튼 이제 곧 그녀의 본 모습이 무엇인지, 둘 중에 누가 거짓말을 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주머니 속의 휴대폰이 부르르 떨렸다.

 

손준기에게 온 전화일 것이다.

 

“최서준 기자님, 나 허일만이네.”

 

“아, 허변호사. 바쁘신 분이 웬일인가?”

 

“웬일이긴, 지난번 신목사 건으로 전화했지.

 

담당 판사이름이 인터넷에 떴어.


P판사라고 좀 까다로운 친구인데 다행히 우리 로펌에 고시 동기가 있어요.

 

김승태 변호사인데 그 사람을 쓰면 좋을 거야.

 

우리보다 5년 선배이고 인품이 아주 훌륭한 분이지.”

 

“아, 고마워. 잊지 않고 연락 해줘서.”

 

“천만에. 이게 내가 하는 일인데 뭐, 김변이 언제라도 S구치소에 가서 신목사를 만날 수 있어요.”

 

“음, 그래. 내가 방주아버님과 상의하고 알려 줄게.

 

근데 최근에 고발자가 자신의 착오를 인정했는데 판결에 도움이 되겠지?”

 

핸드폰 저쪽에서 잠시 목소리가 멈추었다.

 

그 동안의 경험에 의하면 변호사들은 아무리 간단한 질문에도 즉시 대답하는 경우가 없었다.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어.

 

어떤 판사는 진술이나 증거가 번복되는 것을 오히려 좋게 안 보니까.”

 

변호사들의 대답은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대부분 애매한 경우가 많았다.

 

결국 변호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이고 틀린 말은 아니었다.

 

좀 더 질문을 하려는데 주기자가 건너편 회의실로 들어가면서 손목 시계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벌써 문화부 기획 회의 시간인 오후 2시였고 서준이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이영숙차장이 자리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드디어 D데이가 결정되었다.

 

내일 저녁 8시에 내가 직접 ‘이세벨’에 출동할 것임.

 

주기자와 최기자도 내일 나의 호위 무사로 같이 간다.”

 

이영숙 차장이 적군을 일망 타진하기 위해 출전하는 장군처럼 의기양양한 선언을 했다.

 

이세벨은 강남 최고급 호스트 바로서 년 말 특집기사 취재를 위해 미리 섭외를 해놓은 곳이었다.

 

“나는 빼고 최기자만 데리고 가도 호위가 충분해요.”

 

주기자가 빡빡한 구레나룻을 손바닥으로 쓸며 심드렁하게 계속 말했다.

 

“여자 손님들이 가는 곳을 남자가 둘이나 가면 이상하니까..

 

그의 말을 무시하며 이차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거기 호스트들이 양성애자도 있어. 

 

그러니까 수염 많이 난 주기자가 꼭 가야지.

 

손님 많으면 잠깐 선수로 뛰어도 돼. 

 

1시간에 최소 20만원은 벌 수 있다던데.”

 

주기자가 더 이상 직접 대꾸를 안하고 시선을 돌려 서준을 바라보았다.

 

“최기자가 가서 이세벨 윤마담에게 내 얘기하면 예약 된 방으로 안내 할거야.

 

이선배 취향에 맞는 노래 잘하고 가슴 넓은 스타일로 부탁 해 봐.”

 

이차장의 눈이 무섭게 찢어지며 입을 막 벌리려는데 책상 위 전화가 울렸다.

 

“네, 국장님 내일 저녁에 취재 들어갑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이차장이 김이 샌 표정으로 입맛을 몇 번 다셨다.

 

“무슨 일입니까?”

 

주기자가 곁눈질로 슬쩍 물었다.

 

“연말 특집이 ‘낚시배 좌초. 묵념하는 문재인 정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로 바뀌었어.”

 

웃음을 참느라고 주기자가 벌개진 얼굴을 돌리고 숨을 깊게 들이킨 후 말했다.

 

“윤마담에게 내일 예약 취소 전화해야겠네.”

 

이차장이 그를 보며 입 꼬리를 올렸다.

 

위험하고 모순 된 웃음이었다.

 

“연말 특집으로는 안 하지만 나 이영숙, 내년 초에는 반드시 취재할 것이다.

 

윤마담에게 예약을 내년 1월로 연기한다고 해. ”

 

서준은 은근히 호스트 클럽에 호기심이 있어서 내일 저녁을 기다렸는데 약간 김이 샌 느낌이었다.

 

터어키의 니케아 호수 밑 성당에서 새로운 버전의 사도신경이 나왔으니 내년 초 카버 스토리로 하자는 안건도 이차장의 기분이 안 좋아서 일단 묻어두었다.

 

회의실을 나오자 핸드폰이 진동하고 허일만의 번호가 다시 떴다.

 

“최기자님, 아까 미처 말을 못했는데 혹시 오늘 저녁 7시에 강남 야래향으로 올 수 있나?

 

아까 말했던 김승태 변호사와 홍변호사가 올 텐데 홍변은 미모의 여변호사야.

 

내 친구 중에 잘 생긴 총각 기자가 있으니 소개시켜 준다고 했지.”

 

“오늘 저녁 7시?  회사에서 7시 전에는 나가기 힘든데 좀 늦을지도 몰라.”

 

“조금 늦어도 괜찮으니 걱정 말고 와.

 

그 바쁜 기자 양반도 미모의 변호사가 나온다니까 바로 나오는구나.ㅎ

 

아, 그리고 김승태 변호사는 예전에 국회의원 하던 김영중씨의 아들이야.

 

참고로 알고 있어요. 식사하면서 정치인들 너무 욕하면 안 되네.”

 

“4선 의원이던 대한당 김영중 의원의 아들인가? ”

 

“맞아. 역시 유능한 기자라 정치인들 기록이 머리 속에 다 있구나.

 

방주 사건과 관계 없이 알아 두면 서로 좋을 거야. 그럼 나중에 야래향에서 만나.”

 

우연치고는 묘하다는 생각이 서준의 기자 본능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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