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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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57화 ★ 개선장군 누보

wy 0 2023.02.12

 누보는 저절로 눈이 일찍 떠졌다. 창문으로 동이 트는 것이 느껴졌다.

 

살짝 일어나 나갈 준비를 하는데 어머니도 눈을 떴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어디 가니?”

 

, . 카잔 형님과 잠깐 다녀올 데가 있어요.

 

어머니 먼저 아침 식사하고 계세요. 어쩌면 그 전에 올지도 모르고요.”

 

뭐 또 위험한 일 하러 가는 건 아니지?”

 

그럼요. 걱정 마세요. 금방 다녀올게요.”

 

누보가 복도 끝의 카잔의 방에 들어가니 미사엘이 벌써 와 있었다.

 

세 사람은 작전 계획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호텔 문을 나섰다.

 

날이 훤히 밝았다.

 

누보가 샌들 끈을 단단히 조여 매고 고개를 드니 상쾌한 공기에 파란 하늘이 봄 소풍 가기 좋은 날씨였다.


시장통에는 벌써 새벽 장사를 끝낸 생선 장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조금 있다가 여기 사람들이 또 누보가 얼마나 잘 뛰는지 보겠네. 하하.”

 

카잔이 긴장을 풀려는 듯 농담을 했다.

 

오늘 일이 잘 끝난 후 유리를 만나,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 주고 싶은 마음이 누보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골목길을 몇 번 돌아 서민들이 사는 동네로 들어오니 누보의 집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 위로 아침 해가 이제야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누보가 앞서 혼자 가기 시작했고 나머지 두 사람이 천천히 그의 뒤를 따랐다.

 

집안에 몇 명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어쩌면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을 성싶었다.

 

누보가 앞마당을 지나 집 앞문에 섰다.

 

안에서 인기척이 나는 것을 보니 누가 일어나 움직이고 있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문을 두 번 두드렸다.

 

똑똑.

 

갑자기 집안이 조용해지더니 잠시 후 문이 열리며 놀랍게 웬 여자가 나왔다.

 

눈가에 화장 자국이 아직 남아 있는 젊은 여자였다.

 

누구세요?”

 

누보가 물어보고 싶은 말이었다.

 

여자의 입에서 술 냄새가 풍겼다.

 

누보 있어요?”

 

여자가 귀찮다는 듯이 안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누보라는 사람을 찾는데요?”

 

누보가 언뜻 안을 보니 덩치 큰 남자 한 사람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 그래? 누구냐고 물어봐.”

 

술이 덜 깬 목소리였다.

 

누보 친구인데요.”

 

친구래요.”

 

, 누보 며칠 전에 이사 갔다고 해.”

 

이사 갔대요.”

 

, 이사 갔군요. 실례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누보가 꾸벅 인사를 하고 나왔다.

 

집 옆에서 몸을 숨기고 누보가 후다닥 뛰어나오기만을 기다리던 두 사람이, 천천히 걸어 나오는 누보를 놀란 얼굴로 쳐다보았다.

 

아니, 어떻게 된 거야?”

 

카잔이 물었다.

 

하하, 누보 이사갔대요.”

 

누보의 설명을 들은 미사엘과 카잔이 바로 집 안으로 들어가, 누워 있는 남자를 제압하여 여자와 같이 묶어 놓았다.

 

누보는 그사이, 묻어 놓은 은전 상자를 여유 있게 파내어, 겉옷을 벗어서 둘둘 말았다.

 

돌아오는 길은 상쾌했다.

 

해가 완전히 떠올라 누보의 장래를 축복하듯이 비추었다.

 

묵직한 은전 상자를 가슴에 꼭 안고 시장통을 세 사람이 천천히 걸으니 개선장군의 행렬이 따로 없었다.

 

좌우로 부하 장군을 한 사람씩 거느린 듯싶었다.

누보 카잔 미사엘 collage.png

 

아마도 집을 지키던 놈들 중 한 놈이 어젯밤 여자를 끌어들였던 것이리라.

 

그래서 유대 지혜서에도 음녀를 조심하라고 쓰여 있다.

 

늘 어머니에게 들은 말이었다.

 

호텔에 도착해 누보는 엄마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 일찍 왔네. 이제 약속을 잘 지키는구나.”

 

엄마의 얼굴이 밝았다.

 

그럼요. 아침 안 드셨지요?”

 

, 너 일찍 오면 같이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었어.

 

근데 너 손에 들고 있는 건 뭐니?”

 

누보는 말없이 상자를 두른 옷을 벗긴 후 탁자 위에 은전 상자를 올려놓았다.

 

엄마가 보고 놀라시라고 아무 말 없이 상자 뚜껑을 열었다.

 

상자 안에는 번쩍이는 은전 대신 돌멩이가 가득 들어 있었다.

 

 

 

 

요한 님이 어제저녁에 그 여자분 잘 만나고 왔나요?”

 

유다가 넌지시 시몬에게 와서 지나가는 말처럼 물었다.

 

아직 요한 님을 못 만났어요. 잘 되었겠지요.”

 

베다니에 있는 나병 환자 시몬의 집은 예수 선생을 따르는 사람들로 아침부터 붐볐다.

 

선생이 보여준 이적이 소문이 나서 병자들이 모여들었고, 갈릴리에서부터 따라온 여자들도 여러 명 있었다.

 

오늘 아침도 빵과 생선을 넉넉히 돌리기 어려웠다.

 

몇몇 사람이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모이는 사람 수를 당해내기 어려웠다.

 

그보다 더 걱정인 것은 사람들이 선생에 대한 기대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병자들뿐만 아니라 가난하고 핍박받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세금을 못 내서 집을 뺏긴 사람들, 빼앗길 재산도 없어서 성전에서 강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둘러앉아 아침을 먹으며 그들은 여기저기서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럼 이제 곧 로마 놈들이 물러나게 되는가?”

 

, 시간 문제야. 빠르면 이번 유월절 지나면서 새 왕국이 세워질 걸세.”

 

그건 좀 어려울 거야. 우선 헤롯 왕부터 물러나야지.

 

예수 선생도 가이사에게 내는 세금은 인정했다고 하더군.”

 

아니야, 그건 로마에 있는 사람들에게 하신 소리고, 여기 로마 군인은 모두 물러가야 우리가 독립된 나라를 세울 수 있지 않겠나.”

 

지금 이 땅에 있는 몇만 명의 로마군을 어떻게 몰아내나?

 

난 그들의 긴 창과 칼, 갑옷만 봐도 소름이 끼치네잘못하다가 또 십자가에 달리는 거 아니야?”

 

어허, 이 사람이 뭘 모르는구먼. 이 집에 나사로라는 사람 있지?”

 

, 얼굴이 누렇게 뜬 남자 말이지?”

 

그래. 바로 그 사람이 얼마 전에 죽었었는데 선생이 살려내셨어.”

 

자네가 보았나?”

 

직접 내 눈으로 본건 아니지만, 사람들이 다 알아.”

 

, 그래도 로마 군인들 몰아내는 건 다를 거야.

 

이 대목에서 남자는 목소리를 낮추어 계속 말했다.

 

내가 볼 때는 선생의 제자라는 사람들도 별로 시원치 않아 보이던데.

 

그런 사람들 데리고 큰일을 할 수 있을까 몰라.”

 

유다와 시몬은 얼굴이 붉어졌지만, 잠자코 앉아 있었다.

 

갈릴리에서 온 여인들이 아침 식탁을 치우느라 바삐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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