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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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54 화 ★ 새로운 끝

wy 0 2023.02.01

 오랜만에 마음 놓고 고기를 많이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양고기 집에서 광장호텔로 돌아온 누보가 카잔에게 인사했다.

 

나도 잘 먹었네. 자네가 준 돈으로 먹은 건데 뭐.”

 

아니에요. 내일 일이 잘 되면 좀 더 드려야지요.”

 

천만에. 이제 어머니 모시고 유리와 같이 새롭게 시작해야지.

 

아까 어머니 말씀대로 이제부터 새롭게 시작하면 새로운 끝을 만들 수 있을 거야.”

 

. 그런데 유리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네요...”

 

유리도 나발이 그렇게 된 것을 알면 자네의 마음을 받아주겠지

 

여하튼 내일 아침 중요한 일을 성사시키고 다시 잘 생각해 보도록 하자.”

 

네... 앞으로 카잔 형님은 고향으로 돌아가서 무슨 일을 할 생각이신가요?”

 

나는 우선 딸을 찾아야지.

 

미트라교 사람들을 만나서 수소문해 보면 찾을 수 있을 법한데. 좀 위험할지도 몰라.

 

미트라교가 페르시아에서 크게 교세를 확장해서 그리스로 건너갔는데 거기서 로마로 전파되었고, 폼페이우스 장군의 동방 정복 이후에 로마 제국의 수호신으로까지 격상되었어.”

 

, 대단하네요.”

 

, 로마 제국의 수호신이 하나는 아니지만, 많은 신 중에 상당히 높은 신이고 주로 군인들이 열성 신도라는군.

 

비밀 종교의식을 치르기 때문에 외부 사람이 허가 없이 들어오면, 군인 신도들이 그 자리에서 침입자를 처형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네.”

 

어휴, 살벌하네요.”

 

, 그래서 접근이 어려워.”

 

그럼 어떡하지요?”

 

내 친척 한 사람이 사마리아의 미트라교 조직원을 만난 적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번에 가서 그 사람부터 찾아봐야지.”

 

, 그러셔야겠네요. 우리 일이 잘되고 티베리아로 이사한 후 저도 가서 도와 드릴게요.”

 

말만 들어도 고맙네. 그 아이가 살아는 있어야 할 텐데.”

 

그럼요. 틀림없이 살아 있을 거예요. 이름은 뭐지요?”

 

, 미리암이라고 부르긴 했는데 어려서니까 자기 이름도 모르겠지.”

 

미리암. 좋은 이름이네요. 저도 유리와 딸을 낳으면 미리암이라고 지어야겠어요.”

 

그래. 하하, 이제 어머니가 방에 혼자 계시니까 그만 돌아가서 쉬도록 하지. 내일 아침 일찍 할 일도 있고.”

 

, 그럼 좋은 꿈 꾸세요.”

 

누보가 나간 후 카잔은 자리에 누었으나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눈을 뜨고 천장을 보니 미트라교 암벽에 새겨져 있는 수소의 모습이 떠올랐다.

 

[크기변환]1황소 shutterstock_1273065154.jpg

미트라교 신도들의 제사 의식은 맑은 샘물이 솟아나는 바위굴 안에서 행해졌는데, 그 깊숙한 곳 암벽에는 미트라 신이 수소를 도살하는 장면이 새겨져 있다.

 

미리암의 엄마가 그런 제사 의식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다가, 흥분한 수소의 뿔에 받히고 깔려 죽었을 생각을 하면 언제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당시에는 너무 큰 충격에 고향을 떠나고만 싶었었는데, 세월이 10년이 지나다 보니 그때 힘이 들더라도 용기를 내서 딸아이를 찾았어야 했다는 회한이 들었다.

 

카잔은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나야말로 새로운 끝을 만들기 위해 힘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11살이 된 미리암이 어떻게 생겼으며 만나면 알아볼 수 있을지, 또 내가 아버지라고 하면 믿기나 할지, 여러 상념이 카잔의 머리를 스쳤다.

 

그의 방에 있는 작은 창문으로 달빛이 포근히 스며들고 있었다.

 

 

 

 

 

유타나는 저녁 식사도 하지 않고 시온 호텔 로비로 내려왔다.

 

예수 선생의 제자인 요한과 그의 어머니 살로메를 빨리 만나기 위해서였다.

 

로비는 하얀 대리석 바닥에 이오니아식 기둥이 군데군데 서 있어서, 화려하면서도 품위가 있었다.

 

기둥 옆, 큰 화분들에 심은 벤자민 나무의 초록색 잎들이 하얀 기둥과 조화를 이루었다.

 

유타나는 입구가 보이는 로비의 한쪽 구석에 앉아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화려한 제사장 의복을 입은 유대인들의 출입이 많았고, 온통 하얀 옷을 입은 바리새 랍비들도 삼삼오오 모여서 떠들고 있었다.

 

온종일 마차를 몰았더니 피곤하고 목이 말랐지만, 그녀는 자리를 뜨지 않고 호텔 문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들어오는 사람들은 대개 남자들이었고, 여자라도 장성한 아들과 같이 오는 사람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실례지만 유타나 님이신가요?”

 

옆에서 조용한 목소리로 누가 말을 걸었다. 유타나가 깜짝 놀라서 돌아보았다.

 

키가 작고 호기심 많은 얼굴의 젊은이가 그녀를 보고 있었다.

 

. 요한 님은 안 오셨나요?”

 

젊은이가 대답을 하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요한이란 사람은 저는 잘 모르는데요.”

 

어머, 그럼 누구세요? 저를 어떻게 아세요?”

 

로벤 유타나 collage.png

 

저는 로벤이라고 합니다. 말씀을 좀 전해 드리러 왔는데. 바라바 님을 아시지요?”

 

, . 그럼요. 지금 어디 계신가요?”

 

그녀가 반색을 하며 물었다.

 

, 그건 저도 잘 모르고요.

 

여하튼 지금 잘 계시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전해 드리래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는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핀 후 로비를 잽싸게 빠져나갔다.

 

유타나는 루브리아가 기다릴 것 같아 일단 2층 그녀의 방으로 올라갔다.

 

루브리아는 침대에 누워 있고 사라가 옆에서 뜨거운 물수건을 꼭 짜고 있었다.

 

시간이 오래 걸렸네. 사람들이 늦게 왔나?”

 

루브리아가 궁금한 듯 물었다.

 

기다리던 예수 선생의 제자는 아직 못 만나고 로벤을 만난 이야기를 유타나가 해주었다.

 

, 다행이네.”

 

루브리아가 사라와 눈을 맞추며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저는 다시 내려가서 기다릴게요.”

 

유타나가 물 한잔을 꿀꺽꿀꺽 다 마신 후 급히 내려갔다.

 

루브리아는 이번 여행에서 바라바를 만나기는 어려울 거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연락이 되니 마음이 갑자기 밝아졌다.

 

그의 자상한 마음에 가슴도 따스해졌다. 기분이 좋아지니 눈도 조금 더 잘 보이는 듯했다.

 

정말 다행이에요. 바라바 오빠가 잡힐 사람이 아니지요.”

 

사라가 눈에 대는 수건을 새로 갈아주며 말했다.

 

, 그럼. 내일 사라 재판에는 오실지도 몰라.”

 

루브리아의 눈이 건강한 사람처럼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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