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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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34화 ★ 헤롯 왕의 꿈을 해몽하는 구사

wy 0 2022.11.23

예루살렘에 있는 헤롯 궁전의 거실 창문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사람들이 와글거리는 장터가 보인다.

 

장사치들은 식수도 팔고 무화과 열매에서 양고기구이까지, 대목을 앞두고 뭐든지 팔고 있다.

 

평상시 인구가 10만도 안 되는 이 거룩한 도시는 100만의 순례객을 맞을 채비를 위해 들떠 있었다.

 

화려한 복장을 한 이집트 여인들, 갈릴리에서 온 어부들, 돈을 받고 경호를 하는 이방인 병사들도 눈에 띄었다.

 

그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말 중에 히브리 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유월절 강의를 준비하는 율법 학자들도 분주히 움직였다.

 

그들은 백색 모자에 헐겁고 긴 옷을 입고 다녔다.

 

가장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사람들은 역시 축제를 주관하는 제사장들이었다.

 

그들은 모자 이마 부분에 파란색과 금테를 둘렀고 긴 겉옷에는 장식용 술과 방울들이 달렸다.

 

겉옷 위에는 망토를 걸쳤고 화려한 보석이 박힌 율법 상자를 들고 다녔다.

 

어떤 장식용 술에는 청색 끈이 달려 있기도 했는데 율법서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이스라엘 자손에게 명령하여 대대로 그들의 옷단 귀에 술을 만들고, 청색 끈을 그 귀의 술에 더하라.

 

이 술은 너희가 보고 여호와의 모든 계명을 기억하여 준행하고, 너희를 방종하게 하는 자신의 마음과 눈의 욕심을 따라 음행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

 

그리하여 너희가 내 모든 계명을 기억하고 행하면 너희의 하나님 앞에 거룩하리라.> 

 

율법서를 찾아 읽어 본 헤롯의 입에서 작은 한숨이 나왔다.

 

헤로디아를 처음 보았을 때 눈과 마음의 욕심에 빠져 사촌 동생의 여자를 빼앗는 음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또 여호와의 십계명을 기억하기는 쉽지만 행하기는 어려워, 자기는 거룩한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그 옛날 애굽을 탈출한 날을 기념하는 유월절은 올해도 또 돌아오고, 헤롯은 이 궁전의 주인으로 30년을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는 여리고 별장에서 잠시 쉬다가 유월절 준비도 점검할 겸 예루살렘에 돌아왔다.

 

그동안 유대의 분봉왕으로 큰 분란 없이 왕권을 유지한 것은 안나스를 비롯한 왕당파 사두개인들의 공로가 컸다.

 

30여 년 전 선친 헤롯 대왕이 돌아가시자 그 혼란을 틈타 갈릴리의 유다라는 폭도가 큰 혼란을 일으켰으나, 로마 군대가 들어와 모두 처형한 후 아직까지 전국적인 유혈 사태는 없었다.

 

헤롯의 마지막 인생 목표는 그의 아버지 헤롯 대왕처럼 유대 땅 전체를 다스리는 왕이 되는 것이다.

 

물론 그 결정적인 열쇠는 로마 황제가 쥐고 있고, 연로한 황제는 헤롯에게 호의적이다.

 

하지만 헤롯의 형제이자 골란 고원 쪽의 분봉왕인 빌립이 살아 있는 한 그 꿈이 이루어지기는 어려웠다.

 

그의 건강이 안 좋다는 소문도 있지만, 골골하면서 오래 사는 사람도 많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거실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 들어오게.”

 

소신을 부르셨습니까, 전하.”

 

그래, 그동안 별일 없었나?”

 

들어온 사람은 왕실 자금관리 담당인 구사였다.

[크기변환]구사 꿈 해몽가 1 shutterstock_1207242268.jpg


, 전하. 자금 집행도 차질없이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 왕비가 하시고 있는 일은?”

 

. 며칠 전 왕궁으로 금괴 100달란트가 들어왔습니다.”

 

헤롯은 왕비가 안나스 대제사장과 하는 일을 깊이 개입하지는 않았으나, 돌아가는 사항은 구사를 통하여 보고 받고 있었다.

 

실은 이번에도 금괴가 움직일 때 일부러 자리를 비우기 위해 여리고 별장으로 휴가차 간 것이다.

 

오랜 기간 집권하면서 그가 배운 교훈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일은 다른 사람을 시키고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헤로디아는 꼭 필요한 파트너이다.

 

나중에 로마 황제의 조사가 나와도 헤롯이 없을 때 왕비가 한 것으로 변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랬구먼. 생각보다 많이 움직였네?”

 

. 그렇습니다.

 

소신이 알기로는 왕비 님께서 왕실 금고 100달란트를 합쳐서 200을 일반 화물처럼 포장하여 로마로 이송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헤롯이 고개를 끄덕였다.

 

200이라면 티베리우스 황제에게 100, 칼리굴라에게 100을 줄 생각일 것이다.

 

역시 헤로디아의 손이 크다고 생각하며 구사에게 말했다.

 

물론 이 일은 나는 모르는 일일세.”

 

여부가 있겠습니까. 전하는 여리고 계셔서 실지로 모르셨지요.”

 

구사가 헤롯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했다.

 

오늘 부른 것은 어제 꾼 꿈 때문인데 한번 들어보고 해석해 보게나.”

 

헤롯이 구사를 심복으로 둔 것은 몇 년 전 구사의 꿈 해몽으로 위기를 모면했기 때문이다.

 

꿈에서 궁전 기둥에 금이 갔는데, 그날 예정되었던 헤롯의 지방 시찰을 구사가 중지시킨 것이다.


그날 그곳에서 지진이 나서 수 많은 사람이 죽었다.

 

이후 구사는 승진을 거듭하여 왕의 거실에 들어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몇 안 되는 측근이 되었다.

 

거실 문고리를 잡는 사람이 실세였다. 

 

헤롯왕이 어제 꾼 꿈 이야기를 시작했다.

 

*민수기 15장 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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