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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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32 화 ★ 무고죄, 10년 징역

wy 0 2019.03.17

 


"사람은 개나 고양이의 하인일 뿐이며 나중에는 대개 그들의 사형 집행인이 된다" 

 

 미국의 수필가 ‘버나드 쇼’의 반려 동물에 대한 신랄한 풍자다. 


  50대 여인이 엘리베이터에서 옆집 개에 물려 패혈증으로 사망한 뉴스를 버나드 쇼가 봤으면 뭐라고 했을까. 

 

한국에는 진돗개를 신으로 모시는 종교도 있으니 이들에게 ‘우리 개는 안 물어요’ 라는 말은 신성모독이 되겠다.

 

서준은 Y 신학대의 문교수를 찾아가 니케아 호수에서 발견 된 성전에 대한 기사를 써야 하는 데 잡지 마감에 몰려 틈을 낼 수 없었다. 

 

 내주 문화부 심층 취재 기사로 선희 엄마에 대한 글을 3쪽 먼저 내보내고 바로 Y신학대의 문교수를 찾아가기로 순서를 정했다.

 

선희가 보낸다는 엄마의 자료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부르르 울렸다.

 

“최기자님, 남대문의 우순남입니다.”

 

침착한 목소리의 남대문 경찰서 형사계장이었다.

 

“혹시 오선희라는 학생 아시나요?”

 

“네, 잘 아는데요.”

 

서준의 입에서 ‘잘’ 이라는 단어가 바로 튀어 나왔고 이어진 우계장의 설명은 서준의 맥박을 뛰게 했다. 

 

방주를 고소한 오선희의 무고죄가 성립되어 지금 경찰서에서 그녀를 조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를 무고로 고소한 사람은 방주의 아버지 신종일장로라고 했다.

 

“제가 그 내용을 잘 아는데 선희는 선의의 피해자입니다. 

 

곧 그리 갈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서준이 후다닥 자리를 차고 나가는 모습을 주기자가 멀끔히 쳐다보았다.

 

 택시는 급할 때 타지만 급할 때는 늘 차가 막히는 현상이 발생한다. 

 

남대문 경찰서 입구의 계단을 뛰어 올라가 유치장 안을 살폈으나 선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선희는 조사실에 따로 있어요. 혐의가 확실치 않고 최기자님이 잘 안다고 해서…”

 

우계장이 서준의 등 뒤에서 말했다. 

 

곰 같은 몸매지만 부드러운 목소리에 미소 띤 모습이 늠름하고 훌륭하게 느껴졌다. 

 

우계장의 방에 들어간 서준이 그녀가 쓴 처벌불원서는 자신의 부탁이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친구인 방주를 빨리 빼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작은 눈을 몇 번 깜빡 거리더니 눈을 살며시 감고 동작을 멈췄다. 

 

갑자기 둥그런 벽시계의 초침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1996년 김모 내무 장관의 하사품이라고 시계 아래 부분에 금박으로 써있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긴 숨을 한 번 내쉬더니 우계장의 입술이 움직였다.

 

“일이 아주 복잡하게 돼 버렸네. 

 

잘못하면 최기자님도 위계에 의한 위증 교사죄에 해당돼요. 

 

공범이나 공동 정범도 될 수 있으니까, 조금 전 말은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이제 신목사와 선희, 두 사람중 누가 사실을 말하고 있는지는 그야말로 판사의 판단에 맡길 수 밖에 없겠소이다.

 

참고로 무고죄는 최장 10년 징역입니다. ”

 

난감해하는 서준에게 그의 말이 이어졌다.

 

“선희는 학생이고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생각해서 긴급체포는 하지 않을 테니 최기자님이 데리고 나가셔도 됩니다.”

 

서준이 우계장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잠시 후 선희와 남대문 경찰서를 나란히 걸어나가면서 서준이 사과를 했다. 

 

“정말 미안해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신목사 아버지가 고소를 하셨나봐.”

 

옆에서 걷는 선희의 표정이 생각보다 밝아 보였다.

 

“네, 저도 그렇게 들었어요. 최선생님 잘못이 아니에요.”

 

“내가 시켜서 그렇게 처벌 불원서를 썼다고 얘기했지요?”

 

“아니요. 안 했어요. 최선생님께 해가 될 것 같아서요.”

 

선희가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말했다.

 

“여하튼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신장로님이 고소를 취하 하시도록 할게요.”

 

선희가 아무 말없이 몇 발자국을 걸은 후 화제를 바꾸었다.

 

“안 바쁘시면 점심 좀 사주세요.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배 고프네요.”

 

그러고 보니 2시가 거의 다 되었고 서준도 시장기를 느꼈다. 

 

두 사람이 택시에서 내린 곳은 충무로의 작은 이태리 식당이었다.

 

“이 집이 명란 스파게티도 맛있고 오니온 수프가 정말 맛있어요. 

 

지난 번 신목사님과  여기에 왔었어요.”

 

네모난 까만 간판에 하얀색으로 ‘베로나’ 라고 써있는 가게는 시간이 조금 늦어서인지 손님이 몇 사람 없었다. 

 

방주와 같이 왔다가 그 사달이 난 곳을 다시 오는 선희의 심정이 이해가 안 되었지만 물어보기도 어색했다. 

 

종업원이 안내한 자리에 앉은 후 메뉴를 들여다 보는 서준에게 선희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서는 아까 제가 말씀 드린 음식 시키시면 되요.”

 

“응, 그래요, 와인도 한 잔하고 칼라마리도 좀 시키지요. 

 

지난번 선희씨 집에서 너무 잘 먹었는데...”

 

“아니에요. 튀김은 몸에 안 좋아요. 그리고 와인은 다음에 저녁에 사주세요. 

 

근데 이상하게 지난 번 신목사님과 앉은 자리도 이 자리였어요.ㅎㅎ”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선희였으나 서준은 저절로 사방을 둘러 보았다. 

 

약간 구석진 자리이긴 했으나 칸막이 방도 아니고 성추행을 할 만한 곳이 못 되었다. 

 

역시 선희가 꾸며낸 이야기가 틀림없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에 대한 자료는 내일까지 보내드릴게요. 

 

출연 작품 중 엄마가 제일 좋아했던 ‘사랑의 시간’ 자료를 정리하고 있는데 경찰서에서 오라고하는 바람에…혹시 그 영화 보셨나요?”

 

“아니. 못 보았어요. 제목은 들어 본 것 같은데..”

 

“20년 전 영화라 못 보셨을거에요. 

 

내용을 간단히 말씀 드릴게요.”

 

짐짓 심각한 선희의 얼굴이 영화 평론가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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