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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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02화 ★ 바닥으로 굴러간 은전

wy 0 2022.08.03

누보는 술도 적당히 한잔했고, 카잔과의 만남도 성공적이라 기분이 좋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유리가 왜 안 왔는지 궁금했고, 오늘 일도 말해 줄 겸 그녀의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아직 이른 저녁이라 유리가 현관에 앉아 있을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유리 어머니, 레나가 있었다.

 

누보가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레나 님. 저 누보에요. 유리 있지요?”

 

그녀가 자신을 언뜻 몰라보는 것 같았다.

 

저 지난번 나발과 양고기 집에서 식사할 때 같이 있던 누보에요. 유리가 어디 아픈가요?”

 

레나가 눈을 껌뻑이며 말했다.

 

누구신가요? 유리 없으니까 다음에 오세요.”

 

누보는 그제야 뭔가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얼른 돌아서 나가려는데 안에서 굵은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누군데 유리 님을 찾나?”

 

처음 보는 남자가 안에서 나오며 물었다.

 

누보는 그 남자를 보고, 세상에 이렇게 인상이 고약하고 몸집도 황소만 한 사람이 있구나 생각했다.

 

일단 대답을 해야 했다.

 

, 유리와 아는 친구인데 다음에 올게요. 안녕히 계세요.”

 

얼떨결에 한마디 하고 밖으로 나가는 누보에게 그가 큰 소리로 말했다.

 

거기 서!”

 

술이 확 깨면서 누보의 발이 얼어붙었다.

 

쿵쿵거리며 황소가 다가와서 누보의 팔뚝을 잡았다.

 

팔이 너무 아파서 악 소리가 나오는데 간신히 입안으로 삼켰다.

 

황소는 누보를 경호원이 있는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안면이 있는 경호원이 누보를 보고 말했다.

 

누보 아닌가? 오랜만이네.”

 

, 안녕하세요?”

 

황소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자네가 아는 사람인가? 난 또 수상한 놈인 줄 알았지.”

 

여기 몇 번 왔던 친구네.”

 

누보가 엉덩이를 들며 말했다.

 

제가 지금 좀 가 볼 곳이 있어서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일어나는 누보에게 경호원이 말했다.

 

마나헴 님이 요즘 누보 안 오느냐고 몇 번 물으셨어.

 

지금 계시니까 여기 잠깐 기다리고 있어.”

 

누보는 눈앞이 캄캄해졌지만, 정신을 바짝 차리려 노력했다.

 

지금 도망쳐 나갈까도 생각해 봤지만, 황소와 눈이 마주친 후 곧 포기했다.

 

그가 누보를 보며 싱긋 웃었는데, 그 웃음에는 우둔함과 난폭함이 섞여 있었다.

 

생각해 보면 마나헴에게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었다.

 

또 유리가 나발과의 관계를 말했을 리도 없으니 침착하게 이 고비를 넘기면 된다.

 

마나헴 님이 자네 잠깐 들어오라고 하시네.”

 

오랜만에 보는 마나헴은 얼굴에 살이 좀 찐 것 같았다.

 

누보는 꾸벅 머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마나헴 님, 안녕하세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그는 반가운 사람을 만난 듯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누보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얼떨결에 악수를 하면서도 그동안 마나헴의 다리가 다 나았나보다 생각했다.

 

자네 손에 땀이 났네. 날씨도 추운데 어디 다녀오는 길인가?”

 

, 친구 좀 만나고 왔습니다.”

 

수염이 더부룩한 턱을 만지며 마나헴이 천천히 말했다.

 

얼마 전 이 집에 복면 쓴 놈들 두 명이 들어와서 금고의 돈을 갖고 달아났어.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놈들 같은데 자네 혹시 짚이는 사람 없는가?”

 

전혀 없는데요.”

 

너무 그렇게 빨리 대답하지 말고 생각을 잘해 봐.

 

이 안의 구조를 잘 아는 놈일 텐데 누가 그랬을까?”

 

누보가 이번에는 눈동자를 몇 번 굴린 후 말했다.

 

글쎄요. 저는 누가 감히 여기서 그런 짓을 했을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라 형체도 못 봤지만, 어쩐지 전에 나를 공격한 열성당 놈들 같은 느낌이 들어.

 

네 말대로 좀도둑이라면 감히 이 집에 들어와 그럴 수는 없겠지.”

 

누보가 말을 않고 가만히 있자 마나헴이 계속 물었다.

 

자네 예전에 친구라던 그놈들, 그 후에 만난 적이 있나?”

 

그 후에 한 번도 안 만났습니다.”

 

그중에 덩치 큰 놈이 힘 좀 쓰던데 우리 우르소를 한 번 만나서 혼이 나야 하는데.”

 

마나헴이 옆에 서 있는 우르소를 든든한 듯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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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열성당 당수를 체포했으니 이제 그놈들만 잡으면 세상을 폭력으로 어지럽히는 놈들의 조직이 무너질 거야.

 

그리고 이제 유리는 현관에서 일을 안 하니까, 여기 와서 그녀를 만날 생각은 하지 마.”

 

, 유리가 어디가 아픈가요?”

 

허허, 아픈 건 아니고, 조금 있으면 알게 될 거야.”

 

다행히 마나헴의 기분이 나쁜 것 같지 않아 누보가 조심스레 말했다.

 

그럼 제가 다른 약속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 그래. 그런데 전에 광장호텔에서 만났던 자네 친구 이름이 뭐였지?”

 

누보는 기억이 안 난다고 할까 하다가 거짓말이 너무 뻔해서 말을 안 할 수 없었다.

 

, . 나발 말씀이신가요?”

 

, 맞아. 나발이었지. 덩치 큰 놈 이름은 뭐였더라?”

 

그 사람은 저도 그날 처음 봐서 잘 모릅니다.”

 

누보는 헤스론의 이름은 대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아셀에게 나발이라는 놈을 아느냐고 물어봐야겠다.

 

그놈만 잡으면 바라바는 틀림없이 잡을 수 있을 거야.”

 

마나헴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후 다시 누보에게 말했다.

 

, 그리고 자네 집 주소 좀 적어 놓고 가.

 

연락하고 싶었는데 연락이 안 되더군.”

 

알겠습니다.”

 

누보는 주소를 적다가 마지막 숫자 하나를 틀리게 적어서 마나헴에게 건네 주었다.

 

마나헴이 쪽지를 받아 읽은 후 누보에게 그럼 가 보라고 하는 순간, 쪽지가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누보가 급히 주우려고 몸을 굽히는데, 주머니에서 은전 한 개가 바닥으로 떨어져 도르르 굴러서 마나헴 발 앞으로 엎어졌다.

 

표면에 티베리우스 황제의 얼굴이 보였다.

 

마나헴이 허리를 굽혀 그것을 주었다.

 

, 네 놈이 어떻게 이렇게 큰돈을 가지고 다니지?”

 

당황한 누보가 잠시 대답을 못 하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지난번 마나헴 님이 주신 은전입니다.”

 

그때 내가 준 것은 은전이긴 하지만 황제의 초상은 없는 것이었다.

 

이 은전은 바로 내 방 금고에서 도독 맞은 은전과 같은 것이다. 어쩐지 이놈이 수상하다 했더니!

 

마나헴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아이구, 마나헴 님, 제가 은전을 착각한 지는 모르지만 절대로 그 은전은 아닙니다.” 

 

얼씨구, 네가 그 은전이 아닌 것을 어떻게 아느냐?

 

사실 그 은전은 빌라도의 금고에서 누보가 주머니에 처음 넣은 은전 3개 중 하나였다.

 

이놈의 몸을 수색해 봐라. 은전이 얼마나 나오는지.”

 

마나헴이 우르소에게 명령했고 손을 들고 벌벌 떨고 있는 누보의 안주머니에서 검은 나무로 만든 목찰이 나왔다.

 

우르소는 글을 읽지 못했다.

 

돈은 없고 이것이 나왔습니다.”

 

우르소가 건네주는 목찰을 본 마나헴의 눈썹이 꿈틀했다.

 

[열성당 비밀사업부 갈릴리 단원 / 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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