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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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90화 ★ 헤로디아의 미혼약

wy 0 2022.06.22

오늘은 검은 눈동자도 맑고 별 이상이 없습니다. 보이는 시야도 그대로지요?”

 

탈레스 선생이 돋보기를 눈에서 떼며 말했다.

 

네, 왼쪽 눈 위에서 내려온 어두운 커튼 같은 그림자가 조금 작아진 느낌이에요. 선생님 덕분입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제가 의학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루브리아 님의 아름다운 눈이 잘 회복되기 진심으로 바랄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라 재판은 연기되었나요?”

 

, 시간을 조금 벌었는데 그사이 루고의 집을 수색해 보려 합니다. 지금 루고가 구속돼 있을 때 뭔가 찾아내야 합니다.”

 

. 좋은 생각이네요. 저도 다음 재판 때 사라와 같이 가려고 해요. 예수 선생도 만날 겸 해서요.

 

제 왼쪽 눈의 커튼 같은 그림자를 싹 걷어주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분은 눈이 완전히 안 보이는 사람도 고치셨대요. 눈이 나은 사람이 지금도 예수 선생을 따라다닌다고 들었어요.

 

사라가 지난번 예루살렘에서 예수 선생의 제자도 몇 명 만났어요.

 

, 그분이 그렇게 고쳐주시면 정말 좋겠습니다.”

 

탈레스 선생이 기대에 부풀어있는 루브리아의 얼굴을 보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 선생 이야기를 좀 해드릴게요.

 

그분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명언과 히포크라테스 선서등 약 60권의 의학 전집을남겼지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말은 그의 제자들이 의사 생활을 시작할 때 선생이 했던 말인데 여기서 예술은, 예술보다는 기술, 혹은 의술에 더 가깝지요.

 

인간의 신체는 너무나 신비롭고 복잡해서 그걸 다 배우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고, 치료하는 기술을 익히는 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뜻이겠지요.


히포크라테스 의학 전집은 그분이 혼자 쓴 건 아니고, 그의 고향인 소아시아 옆의 작은 섬 '코스'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20여 명의 뛰어난 의사들의 합작품입니다.”

 

, 그렇군요.”

 

, 당시 최고의 의사들이 모여 만든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나는 아폴론과 아스클레피오스 앞에서, 그리고 모든 남신과 여신들을 나의 증인으로 삼아 이 선서를 이행할 것을 맹세합니다라고 했지요.

 

사실 히포크라테스 의학의 중요한 의의는 초자연적 의술에서 벗어나 합리성을 추구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도 선서의 앞머리에 의술의 신들을 언급하며 신의 권위를 빌리고 있어요.

 

즉 우리가 모르는 초자연적 의술의 세계와 우리가 아는 합리적 의술의 관계가, 적대적이라기보다 상호 보완적이라고 생각했던 거지요.

 

예수라는 분의 능력도 저는 우리가 모르는 의술의 세계라고 기대해 봅니다. 어쩌면 그게 신의 영역인지도 모릅니다만.”

 

,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더 기대가 되어요.”

 

루브리아가 얼굴이 밝아지며 말했다.

 

그리고 포도 껍질과 씨를 그대로 잘 씹어서 드시는 게 눈에 좋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루브리아는 며칠 전 먹었던 포도를 생각하며 입맛을 다셨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탈레스 선생이 나간 후 루브리아는 당장 유타나에게 포도를 가져오라고 했다.

 

알이 굵고 검은색이 도는 자줏빛 포도 한 알을 따서 입안에 넣어 껍질과 씨까지 꼭꼭 씹어 삼켰다.

 

어머, 껍질 채 드시네요. 씨도 삼키셨나 봐요?”

 

, 이게 눈에 좋다고 탈레스 선생님이 말씀하셔서, 이제 이렇게 많이 먹으려고.”

 

 

[크기변환]미혼약1 shutterstock_773995387.jpg

 

갈릴리 호수의 파도가 길게 밀려들고 있었다.

 

파도는 호숫가에 벌거벗고 누워있는 바라바의 허리를 쓰다듬었다.

 

오늘 호수의 색깔은 진한 장미색인데 하늘은 밤도 아니고 낮도 아니었다.

 

파도를 만드는 것은 바라바의 흔들리는 호흡인데 일정하게 물결치고 있었다.

 

옆에 누워 있는 얼굴을 가린 여자가 상체를 일으켜 손에 든 나무 삼지창으로 보라색 하늘의 별을 콕 찍어서 따 왔다.

 

입을 벌리고 먹여 주는데 석청 냄새가 났다.

 

별 모양의 과자는 부드러워서 석청을 잘 바르고 구우면 과자가 하늘로 올라간다고 그녀가 말했다.

 

이제 보니 파도가 하늘의 별들을 먹고 있었고 호숫가 건너에는 헬몬산이 우뚝 솟아 있었다.

 

헬몬산 중턱, 작은 별장 카프리는 바라바가 루브리아를 숨겨 놓은 곳이다.

 

조용히 고개를 들고 일어나려는데 안개가 구름 사탕으로 변해서 바라바의 가슴을 간지르며 눌렀다.

 

구름 사탕이 바라바의 가슴을 고양이처럼 혀로 핥더니 이번에는 얼굴로 올라와 살살 녹아내렸다.

 

루브리아를 숨겨 놓은 별장 카프리로 가야 하는데 별들이 다 없어져 어두워졌다.

 

아직도 저 아래의 파도는 부드럽게 바라바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구름 사탕은 어느새 변하여 장미꽃이 되었는데 갑자기 꽃잎이 하늘에서 끝도 없이 떨어지며 헬몬산을 덮었다.

 

늘 흰 눈으로 덮여 있는 산 정상이 오늘은 진한 장미색이 되었다.

 

헬몬산에 눈이 녹고 장미꽃이 피면 화산이 폭발하는 징조다.

 

화산이 폭발하기 전에 카프리 별장에 가야 하고 루브리아도 거기서 바라바를 기다리고 있다.

 

마음은 급한데 허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고개를 숙여보니 허리에 헬몬산이 놓여 있는데 강한 파도가 산을 일정하게 흔들고 있었다.

 

잠시 후 산마루 어디에선가 거센 폭발이 일어나며 구름 사탕이 뿌옇게 하늘로 흩어졌다.

 

헤로디아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알몸으로 바라바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것도 그때였다.

 

그녀는 손가락에 묻은 하얀 가루를 바라바의 코에 다시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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