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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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89화 ★ 히말라야 석청과 헤로디아 왕비

wy 0 2022.06.19

 바라바는 다음 날 어른 주먹만 한 하얀 돌 단지에 석청을 담아서 헤로디아 왕비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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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석청을 잊지 않고 가지고 왔네요. 호호.”

 

왕비가 반갑게 그를 맞았다. 나이에 비해 얼굴에 주름살이 전혀 없는 그녀가, 오늘은 조금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 진작 드려야 했는데 늦어서 죄송합니다.”

 

석청은 좀 나중에 맛보기로 하고 우선 중요한 얘기부터 하지요. 열성당 당수가 며칠 전 체포된 것은 알고 있지요?”

 

왕비가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 알고 있습니다.”

 

그 사람이 시위를 크게 하자는 강경파인가요?”

 

, 그렇습니다.”

 

그럼 이제 시위를 안 할 수도 있겠네요?”

 

아직은 내부적으로 결정을 못 했습니다.”

 

, 이왕 준비도 많이 했을 텐데 웬만하면 하는 게 어때요?”

 

바라바가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하긴 하는데 빌라도를 타깃으로 해요. 열성당 당수도 근위대에서 잡아갔잖아요.”

 

, .”

 

그러니까 시위 장소도 빌라도 총독 관저 앞에서 하고, 체포된 당수도 풀어달라고 해요.

 

그러면 오히려 일이 잘 성사될 가능성이 커요.”

 

눈썹을 깜박거리는 바라바에게 왕비가 설명을 시작했다.

 

지금 로마에 지각 변동이 생겼어요.

 

황제 폐하의 대리인 역할을 하던 근위대장 *세야누스가 숙청되고 그 직계들은 다 살해당하거나 재판을 받고 있어요.

 

이제 2차 정리 작업이 시작되었는데 빌라도도 안전하지 못해요.

 

이럴 때 시위가 일어나는 걸 그는 제일 싫어할 테니까 빨리 타협을 하려 할 거예요.”

 

, .”

 

그래서 하는 말이니까 동료들을 잘 이해시켜서 시위의 대상과 장소를 바꾸도록 하세요.

 

그럼 헤롯 전하와 나도 성전세 문제와 여행 자유화에 대해 로마가 승인하도록 총독에게 압력을 넣을게요.”


, 알겠습니다.”

 

헤로디아는 바라바가 순순히 동의하는 태도를 보이자 만족한 웃음을 띠며 계속 말했다.

 

그러니까 시위와 상관없이 빨리 두 가지 요청사항을 제출하도록 해요.”

 

, 곧 만들어서 내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빌라도 총독이 저희의 요구사항을 올리면 로마에서 승인할까요?”

 

그건 장담 못 해요. 사실 세금문제와 여행 자유화 모두 민감한 문제라 황제 폐하의 승인이 나야 할 거예요. “

 

, 황제께서 이런 일도 일일이 관여하시나요?”

 

“티베리우스 황제께서는 대단히 세심한 분이라 꼭 직접 보실 거예요.

 

만약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수도 있으니까 그건 그때 가서 상의하도록 해요.

 

황제의 건강이 몇 년은 문제없으실 거예요. 지금 70이 넘으셨지만, 건강 관리를 잘하시고 절제된 생활을 하시니까.”

 

왕비 님께서 직접 말씀해 주신다면 문제없겠지요. 그렇게까지 신경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천만에. 나도 이 나라의 자유와 번영을 위해 어떤 길이 최선인지 늘 고민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우리가 로마에 아부하고 눈치만 본다고 하는데 그건 우리의 속마음을 모르는 소리지요.”

 

, 저희가 모르는 어려움이 너무 많으실 것 같습니다.”

 

바라바가 그렇게 생각해 주니 고맙네요.”

 

왕비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고 화제를 바꾸었다.

 

, 이제 바라바가 가지고 온 석청을 좀 볼까요?”

 

바라바가 조심스레 석청의 뚜껑을 여니, 코를 자극하는 진한 꽃향내가 사방에 진동했다.

 

헤로디아가 하얀 통을 두 손으로 들어서 코로 냄새를 맡았다. 이두메인의 피가 흐르는 왕비지만 코는 로마 사람처럼 오똑하고 예뻤다.

 

, 어디 한 입 먹어 볼까? 냄새는 상당히 강한 편인데 맛은 어떨지.”

 

바라바가 미리 준비해온 작은 나무 숟가락을 건네주며 말했다.

 

이걸로 드시지요. 석청은 은보다는 나무 숟가락이 좋습니다.”

 

이런 것도 준비해 왔군요. 호호.”

 

헤로디아는 작은 나무 숟가락에 새끼손톱보다 작은 양의 석청을 떠서, 혀로 입술 양 끝을 한 번 돌린 후, 입속으로 집어넣어 숟가락까지 쪽쪽 빨아 먹었다.

 

, 화려하고 강렬한 두 가지 꽃향기가 나네요. 꽤 높은 산에서 채집한 석청 같아요.”

 

. 그렇습니다. 헬몬산 중턱에서 제가 직접 채취한 것입니다.”

 

맛이 너무 강했는지 왕비는 입술을 조금 벌리고 눈을 감은 얼굴을 좌우로 부르르 떨었다.

 

바라바는 혼자서 헬몬산에 올라가 세례요한 선생님을 위해 낭떠러지의 석청을 따던 순간이 떠올랐다.

 

바로 그 석청을 지금, 그를 처형한 헤로디아 왕비가 먹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무슨 생각을 그리해요?”

 

왕비의 음성이 들렸다.

 

, 아닙니다. 석청을 따던 때가 생각이 나서요.”

 

얼마 전 누가 헤롯 전하께 히말라야 석청을 보내왔어요. 그런데 진짜 히말라야에서 채집한 건지 알 수가 없네.

 

마침 바라바가 왔으니 한번 맛을 보고 감별해 봐요. 내가 가지고 올 테니 잠깐만 기다려요.”

 

왕비는 잠시 후 작은 나무통에 넣은 석청을 들고 왔다.

 

이게 히말라야 석청이라는 거예요. 냄새부터 맡아 봐요.”

 

바라바가 조심스레 맡아보니 히말라야 석청 같기는 한데 불순물이 조금 섞여 있는 듯했다.

 

저도 히말라야 석청은 몇 번 안 먹어 봤습니다만, 거기서 채집한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바라바가 말꼬리를 흐리자 헤로디아가 눈동자를 반짝이며 물었다.

 

그런데 무슨 문제가 있나요?”

 

, 냄새가 약간 이상한 것이 다른 꿀이 조금 섞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그렇군요. 요즘 장사치들은 믿을 수가 없어서그래도 진품이라니 먹어서 나쁘진 않겠지요?

 

바라바가 한번 맛도 봐요.”

 

왕비가 직접 가지고 온 검정 나무 숟가락을 건네주었다.

 

바라바가 한 숟가락 정도 먹은 후 입맛을 다시면서 말했다.

 

, 진품 같긴 한데 뭔가 좀 이상합니다.‘’

 

그 말을 들은 헤로디아가 살살 웃으며 말했다.

 

바라바가 가져온 석청이 나는 더 좋은 것 같아요. 조금만 더 먹어야지.”

 

왕비가 천천히 하얀 돌 뚜껑을 열고 나무 숟가락으로 석청을 잔뜩 떠서 진한 장미색 입술로 가져갔다.

 

그녀가 아까처럼 맛있게 숟가락을 빠는 것을 보던 바라바는 갑자기 졸음이 쏟아지는 것을 느꼈다.

 

고개를 숙인 바라바의 귀에 왕비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히말라야 석청은 젊고 건장한 사내도 기절시킬 수 있지. 호호.”

 

탁자 위로 엎어져 있는 바라바를 지그시 바라보며 왕비는 석청 뚜껑을 살며시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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