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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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84화 ★ 체포된 열성당수 아셀

wy 0 2022.06.01

거의 꺼졌던 희망의 불씨가 조금씩 피어올랐다.

 

자연스럽게 사라와 만남을 갖게 되었고, 그녀가 자기에 대해 전혀 거부감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사무엘 님 생각이 나서 잠시 벤치에 앉았던 것은 참 잘한 일이었고, 어쩌면 사무엘 님이 하늘에서 그런 만남을 주선해 주신 것도 같았다.

 

물론 사라와 계속 잘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은 그녀가 로마에 안 갈 것이고, 그사이 어떤 계기가 있으면 더욱 가까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미사엘은 사라가 벤치에서 일어난 후 그녀의 집을 다시 한 바퀴 돌다가 앞문에 그대로 앉아 있는 노숙자들을 보았다.

 

한 가족인 듯, 어린아이의 자는 얼굴은 지저분하지만 천진스러워 보였다.

 

젊은 엄마는 누더기를 입고 있는데, 얼굴을 검은 천으로 반 이상 가리고 있었다.

 

미사엘은 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았으나 걸치고 나온 옷에는 돈이 없었다.

 

어렸을 때 주위 어른들께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가난하고 병든 자를 돌보라는 말씀을 들었다.

 

이러한 자비나 긍휼도 좋지만, 뭔가 더 크게 세상을 바꾸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할 때쯤 열성당 조직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패기가 넘쳤고 어려운 일도 힘으로 쉽게 해결하였다.

 

처음에는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로마의 앞잡이 세리들에게 주먹도 휘둘러 보고 고리대금업자도 혼내주는 신나는 나날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뭔가 석연치가 않았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휘둘러 고약한 사람들을 응징하는 것이 반드시 옳은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사무엘 님을 만나게 되고 더 큰 인생의 의미와 목적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는 목적이 좋다고 해도 실행하는 방법이 나쁘면 옳은 길이 아니라고 했다
.

 

열성당을 이끄는 사람이 했다고 믿기 어려운 말이었다.

 

또 안식일에도 환자들의 병문안은 해도 좋다는 랍비 힐렐의 주장을 지지했다.

 

환자들 병문안을 생각하니 미사엘은 할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가 열 살 무렵 할머니가 아프셔서 병원에 입원하셨다.

 

첫 손자인 자기를 끔찍이 귀여워하신 할머니였다.

 

뭐든지 먹고 싶은 것을 다 사 주셨을 뿐만 아니라, 간혹 아버지에게 야단맞을 일이 있어도 할머니에게 가서 미리 얘기만 하면 용서가 되었다.

 

어느 날 병원을 찾은 미사엘은 안식일이라 할머니를 볼 수 없다는 말만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 후 할머니가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어디로 가셨다고만 들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녀의 병이 나병으로 밝혀져 나병 환자 집단거주지로 강제 이송된 것이었다.

 

그들은 깊은 계곡 아래 동굴 속에서 햇빛도 못 보며 평생을 산다.

1벤허 나병 다운로드.jpg

음식도 하루에 한 번씩 계곡 위에서 던져주는 최소한의 식수와 소금에 절인 주먹밥이 전부였다.

 

그들의 비참한 생활을 알게 된 미사엘은 할머니를 찾으러 몇몇 집단거주지를 가 보았으나 그녀를 찾지는 못했다.

 

그 안에서 죽어가는 사람이 하루에도 여럿 있었고, 그들의 시신은 근처 화장터로 바로 들어갔다.

 

사라의 집 앞에서 봤던 노숙인도 집단거주지로 잡혀갈까 두려워 그렇게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며 집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 누가 미사엘을 뒤에서 불렀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아몬이었다.

 

갑자기 이 아침에 나타난 것으로 봐서 좋은 소식은 아닌 것 같았다.

 

, 이 시간에 웬일이오?”

 

그는 급히 골목으로 미사엘을 끌고 갔다.

 

아셀 님이 어젯밤 근위대의 습격을 받고 체포되었습니다.”

 

아니, 어떻게 갑자기 그런 일이?”

 

우리가 대규모 민중 시위를 계획하고 있는 걸 알았습니다. 

 

어젯밤 간신히 탈출한 단원이 오늘 새벽에 나에게 와서 알렸어요.”

 

아셀 님은 어디 다친 데는 없으신가요?”

 

. 그런 것 같아요. 경호원이 여러 명 있었지만, 불시에 기습을 당해서 저항도 별로 못하고 거의 다 잡혔나 봐요.”

 

, 우리가 너무 방심한 것 같네요. 바라바 님은 알고 있나요?”

 

아직 모를 겁니다. 우선 미사엘 님께 먼저 왔습니다. 곧 가서 알리려고요.”

 

늘 차분하고 침착한 아몬이 오늘은 좀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오늘 저녁이라도 동지들을 모아야겠어요. 어디서 모여야 하나.”

 

아직 사라의 집은 괜찮을 것 같아요. 아셀 님과 그 직속 단원들에 대한 체포에 집중할 테니까요.”

 

, 그럼 그러지요. 바라바 님을 비롯해 모두 연락을 취해 주세요. 그럼 나중에 만나요.”

 

, 미사엘 님도 조심하세요.”

 

아몬은 황급히 오던 길을 되돌아 나갔다.

 

집이 저만치 보이는 길가까지 온 미사엘은 몸을 주위에 숨기고 한동안 낌새를 살폈다.

 

오랜 시간 몸에 익은 본능이었다

 

괜찮은 것 같아 막 움직이려는데 집 옆 골목에서 근위대 복장을 한 세 사람이 나왔다.

 

아침에 와서 지금까지 기다린 것이다

 

아찔한 느낌에 몸을 다시 급히 숨겼다.

 

저절로 휴~ 하는 한숨이 그의 귀에 들렸다.

 

어젯밤에 잡혀간 사람 중 미사엘의 집을 아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근위대에서 볼 때는 미사엘을 아셀 당수의 직계 부하로 생각할 것이다.

 

오늘 아침 일찍 산책을 안 나왔거나, 공원에서 사라를 안 만나서 일찍 집에 돌아왔다면 틀림없이 체포될 뻔했다.

 

근위대원 세 명은 주위를 잠시 돌아보더니 반대편 길로 돌아 나갔다.

 

미사엘은 곧 집으로 들어가서 간단한 옷가지를 정리했다.

 

아무래도 대규모 민중 집회를 열기 전까지는 거처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언뜻 생각나는 곳이 시장통의 광장호텔이었다.

 

오히려 번화하고 사람이 많은 곳에 있는 것이 좋다.

 

또 거기서 사라의 집까지 가기도 수월했다.

 

이제부터 정신을 바짝 차려야 민중 집회도 열고, 아셀 님도 구출해 낼 수 있다.

[크기변환]아셀 미사엘 1collage.png

 

무엇보다 또 붙잡혀서 감옥에 가는 것은 생각만 해도 치가 떨렸다.

  

집에서 나온 미사엘은 작은 보따리 하나를 손에 쥐고 좌우를 살피며 광장호텔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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