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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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83화 ★ 10년마다 크게 바뀌는 별자리

wy 0 2022.05.29

 독수리 깃발의 붉고 동그란 독수리의 눈이 며칠 전부터 자꾸 누보를 노려보는 것 같았다.

 

내가 예루살렘 성전에도 들어갔다가 나왔는데 나를 건드리면 당신도 무사하지는 못할 거라는 듯이 쳐다보았다.

 

누보가 그리 오래는 아닐 테니까 좀 참아달라고 말을 건네니, 금빛 실로 엮어진 독수리 부리의 끝부분이 갑옷이라도 뚫을 것처럼 날카롭게 반짝였다.

 

깃발의 막대 끝부분도 창 모양으로 되어 있어 독수리가 날아가면 벽에라도 박힐 것 같았다.

 

청소할 때마다 눈이 마주치면 신경이 쓰여서 오늘은 외면했다.

 

깃발은 이삼일만 혼자 작업을 하면 강단 밑에 숨길 수 있겠지만, 그런 모험을 하면서 이왕이면 돈도 좀 가지고 나가야 하는데 금고의 위치를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

 

총독의 개인 사무실도 유리가 자세히 살폈는데 찾지 못했다.

 

가이사랴는 해변 도시라 저녁에 해산물을 파는 식당이 많았다.

 

오늘 저녁 청소팀 조장인 카잔을 식사에 초대하면서 유리가 별자리 점을 봐준다고 했다.

 

누보는 유리와 식당에 일찍 와서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자리를 잡아 놓았다.

 

내 주에 총독이 없는 사이에 일을 처리하는 게 좋겠어요.”

 

유리도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이건 나발에게도 말 안 했는데 깃발을 가지고 나가는 건 감시가 심해서 어려울 것 같아요.

 

내가 알아서 적당한 장소에 숨겨 놓을게요. 나중에 알려만 주면 되니까요.”

 

그게 좋겠어요. 어디다 숨겨 놓으려고요?”

 

누보가 막 대답을 하려는데 카잔이 그들의 자리로 왔다.

[크기변환]카잔 유리 collage.png

 

이거 부부가 모처럼 식당에서 데이트하는데 내가 방해한 거 아닌가요?”

 

카잔이 싱글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천만에요. 카잔 조장님을 진작 모셨어야 했는데 좀 늦었어요.”

 

유리가 애교 섞은 목소리로 말했다.

 

검고 깡마른 얼굴에 날카로운 눈동자의 카잔은 잘 다듬은 콧수염을 오른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누보를 만난 지는 얼마 안 되었지만, 친동생처럼 정이 드네요

 

유리 씨도 가족처럼 생각해도 되겠지요?”


, 그럼요. 카잔 님.”


유리가 웃으며 대꾸하자 누보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오늘 저의 집사람이 카잔 조장님, 아니 카잔 형님의 별자리를 봐 드리는 거예요.

 

마음이 잘 통하고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별자리가 잘 안 보인다고 해요.”

 

, 그렇구나. 유리 씨, 잘 부탁합니다.”

 

술과 식사를 먼저 시킨 후 유리가 카잔의 생년월일을 물었다.

 

카잔의 별자리는 사자자리였다

 

사자자리의 일반적인 특성을 간단히 설명한 후 유리가 식탁 위에 검은색 보자기를 펼쳤다.

 

하늘의 별자리가 모두 그려져 있었는데 사자자리 위에서 카잔이 주사위 3개를 던졌다.

 

매번 던질 때마다 유리가 뭔가를 기록하기를 3차례 했다

 

마지막 기록을 끝내니 주문한 술과 생선구이가 나왔다.

 

, 카잔 형님. 식사부터 하시고 듣기로 하지요

 

유리도 정신 집중하느라 힘이 많이 빠진 것 같아요.”

 

그래, 궁금해 죽겠는데 조금 참아야지.”

 

그럼 우리 건배부터 하지. 카잔, 누보, 유리의 만남을 제우스신께 감사드리며.”

 

카잔은 잔에 가득 따른 백포도주를 단숨에 반 이상 비운 후 또 말했다.

 

, 이제는 술을 마시니까 박카스 신께 또 기원해야지. 우리 세 사람의 건강과 행운을 빌며, 건배.”

 

누보도 잔을 들고 꿀꺽꿀꺽 마시며 건배를 외쳤다.

 

석양이 바닷가 저편에서 붉은 구름 사이로 넘어가며 유리의 뺨을 비추었다.

 

누보는 이번 일만 성공하면, 유리같이 예쁜 여자와 어머니를 모시고 같이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조금 전 박카스 신께 건배할 때 그런 소원을 빌었다.

 

술과 생선을 꽤 먹어서 만족한 얼굴에 게슴츠레한 눈이 된 카잔이 유리에게 말했다.

 

우리 유리 씨는 술을 잘 못 하나 봐. 얼굴이 좀 붉어졌네?”

 

. 잘못해요. 어떤 때는 많이 마시고 싶은데 한 잔만 마시면 졸려요.”

 

, 그럼 이제 슬슬 아까 본 내 별자리 얘기 좀 해 줘요.”

 

카잔이 아래턱을 내밀고 위쪽으로 후 바람을 뿜었다.

 

그의 콧수염이 가볍게 흔들렸다.

 

, 먼저 카잔 님의 별자리로 볼 때 곧 큰 변화가 생길 것 같아요

 

혹시 20년 전에 개인적인 큰일이 있지 않았나요?”

 

“20년 전에?

 

카잔이 눈을 잠시 위로 치켜뜨며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래요. 20년 전이면 20살인데 내가 그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목수 일을 하기 시작했네요.

 

어머니가 그해에 돌아가시고, 그러고 보니 큰 변화가 시작된 해로군요.”

 

“10년 전에는요?”


유리가 다시 한 번 궁금한 듯 물었다.

 

그때는 목수 일을 그만두고 여기 취직했지요. 벌써 10년이네.

 

, 그러면 이제 또 새로운 변화가 올 때가 되었나...”

 

카잔이 다시 입으로 바람을 불어 콧수염을 흔들며 말했다.

 

유리가 고개를 끄떡이며 물었다.

 

카잔 님은 그리스 분이신가요?”

 

사실은 어머니가 사마리아인이에요.

 

지금도 이모들이 거기 사셔서 만나러 갈 때가 있는데 빨리 다녀오면 하루에도 갔다 오지요.”

 

, 역시 그렇군요.”

 

유리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천천히 끄떡인 후 말을 이었다.

 

카잔 님은 이모들의 별자리 영향으로 큰 변화가 곧 생기는데 특히 내주에 하늘의 별자리를 잘 봐야겠네요.”

 

, 내주에요?”

 

. 내주에 며칠 계속 따로 알려 드릴게요.”

 

지금은 뭐 알 수 있는 것이 없나요?”

 

유리가 눈을 몇 번 깜박인 후 말했다.

 

카잔 님은 어쩌면 조금 어려운 일이 생길 수도 있어요.”

 

그 소리를 들은 카잔이 술이 깨는 듯 고개를 바짝 들고 정색을 하며 물었다.

 

그래요? 어떤 어려운 일인가요?”

 

그렇다고 너무 걱정은 하지 마세요.

 

처음에는 어려운 일 같지만, 결국 모두 잘 될 거예요

 

카잔 님의 성격이 적극적이고 의리가 있으시니까요.”

 

, 그건 맞아요. 유리 씨가 역시 사람을 잘 보네요.”

 

카잔이 누보를 보며 씩 웃었다.

 

자세한 내용은 내주에 별자리가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알려 드릴게요.

 

오늘은 한 잔 더 드시고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호호.”

 

, 우리 카잔 형님을 위해 건배합시다.”

 

바다에 걸렸던 해는 어느새 밤의 별자리를 위해 녹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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