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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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68화 ★ 같은 방 새 침대

wy 0 2022.04.06

 

유리는 나발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빌라도 총독의 관저에 청소부로 취직하여 그가 하라는 일만 완수하면, 마나헴으로부터 그녀를 보호해 줄 것이다.

 

그 뜻은 결국 유리와 결혼하겠다는 언질이리라.

 

유리는 누보를 데리고 가이사랴에 가서 면접을 보았다.

 

누보를 남편이라며 유창한 그리스 말로 대답하는 유리를 심사관들이 그 자리에서 합격시켰다.

 

누보는 그들이 요즘 경기가 나쁜가 봐. 이렇게 젊은 여자가 청소부를 지원하는군. 근데 저 남편은 없었으면 더 좋을 뻔했는데라며 자기네들끼리 지껄이는 소리를 들었다.

 

기분이 나빴지만, 이번 일만 잘되면 크게 한몫 떼어준다는 나발의 말을 생각하며 마음을 달랬다.

 

총독 관저에 있는 금고를 터는 일을 시킬 터이니, 슬슬 금고가 어디 있는지 유심히 살펴야겠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그날로 두 시간 동안 업무 교육을 받았다.

 

총독의 관저는 그의 사무실을 중심으로 대회의실과 소회의실, 그 옆에 총독의 숙소가 있었다.

 

누보가 하는 일은 대회의실의 의자와 책상을 매일 한쪽으로 모은 후, 바닥을 청소하고 다시 배치하는 일과, 관저 주변의 나무나 흙을 옮기는 조경 일도 해야 했다.

 

선임자를 따라 회의실에 들어가 봤는데 금고는 없었다.

 

유리는 주로 총독의 사무실과 숙소의 바닥 물걸레질과 먼지를 털고 닦는 , 커튼을 빠는 일을 해야 했다.

 

임금은 처음 한 달은 시험 기간이라 20데나리온이고, 다음 달부터는 30데나리온씩 받기로 했다.

 

첫날은 대강 일에 대한 설명과 주변을 둘러보고 끝났고, 내주 월요일부터 정식 출근하기로 했다.

 

 


 

집에 돌아온 유리를 레나가 급히 자기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며 말했다.

 

조금 전 마나헴 님이 왔다 갔어.

 

너 어디 있냐고 해서 내가 잠깐 시장에 심부름 보냈다고 했는데 내일 아침에 온다면서, 일주일 후에 결혼식을 거행하자고 하는구나.

 

취직은 잘 되었니?”

 

, 내주부터 나가기로 했어요. 마나헴 님이 갑자기 왔네요. 어떡하죠?”

 

나발 님과 빨리 상의를 해봐라.

 

결혼식을 며칠이라도 더 미루어 그사이 계책을 세워보자.”

 

 

 

 

다음날 유리는 나발과 누보를 또 만났다.

 

유리가 급하게 상황을 설명하니 나발이 가볍게 숨을 내쉬고 말했다.

 

유리 님, 실은 저희가 마나헴과 원한이 있습니다.”

 

어머, 그러세요? 어떤 원한인가요?”

 

저희는 유대의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데, 그는 대제사장의 심복이니, 저희 동료를 잡아 가두고 고문하고, 이루 말할 수 없지요.

 

전에도 우리가 잡아서 요절을 내려는 순간, 그놈이 아슬아슬하게 도망치다가 무릎을 다친 겁니다.”

 

어머, 그래서 그런 거군요. 그럼 그동안 누보 님은

 

누보는 제가 심어놓은 일종의 스파이였지요.”

 

누보가 가슴을 펴고 유리와 눈을 마주쳤다.

 

, 그랬군요. 그럼 이제 어떻게 하지요?”

 

"마나헴이 유리님과 결혼을 할 수 없게 만들어야지요.”

 

결혼을 할 수 없게요?”

 

. 무릎 정도 아파서는 안 되고, 두 다리가 부러지면 결혼식을 못 하겠지요.”

 

어머, 경호원도 있는데 그럴 수 있을까요?”

 

누보가 얼른 대답했다.

 

우리 단원 중에 천하장사 형님이 있어요.

 

경호원 몇 명은 문제도 아녀요. 나발도 물론 무지 힘이 세고요.”

 

, 그러시겠지요.”

 

유리가 든든한 듯 나발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마나헴이 언제 집에 머무는지만 알려주세요.

 

그날 밤에 들어가서 죽지는 않게, 결혼식은 못 할 정도로 만들게요.”

 

, 알았어요. 정말 죽이지는 않는 게 좋겠어요.

 

그동안 그래도 저희 모녀에게 잘 해 준 사람인데.”

 

그놈이 뭐 잘해주고 싶어서 그랬겠어요?


유리 님이 탐나서 그랬지. 저는 지난번 채찍으로 맞은 다음부터 복수의 칼을 갈며, 오늘 같은 날만 기다렸어요.”

 

이렇게 말하는 누보의 얼굴이 비장했다.

 

어머, 그런 일도 있었어요? 고생이 말도 못 하셨네. 얼마나 힘드셨을까.”

 

유리의 말에 감격한 누보에게 나발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보야, 너는 어머니와 저녁 식사 같이해야지?”

 

, 뭐 어제도 같이 먹었는데 오늘은 괜찮아.”

 

아니, 그래도 어머니께서 너를 기다리시는데 그러면 안 되지.”

 

그제야 눈치를 챈 누보가 엉덩이를 천천히 들며 말했다.

 

역시 어머니와 같이 먹는 게 좋겠다.

 

그럼 나 먼저 일어날게. 유리 님, 걱정 하나도 하지 마세요.

 

우리가 다 해결해 줄 거예요.”

 

, 누보 님. 그럼 곧 또 만나요.”

 

누보가 나가자 나발이 주위를 한번 돌아본 후 유리 옆자리로 가 앉았다.

 

오늘 유리 님께 중요한 말을 할 게 있어요.”

 

나발이 작은 목소리로 심각하게 말하자 유리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 어서 말씀하세요.”

 

, 워낙 중요한 문제라 자리를 옮겨서 얘기하실까요?”

 

어디로 옮기나요?”

 

여기 2층에 조용한 방이 있으니 가시지요.”

 

나발은 설마 오늘도 바라바 형이 갑자기 나타나지는 않겠지 하며 주위를 다시 돌아보았다.

 

, 하실 말씀이 많은가 보네요?”

 

유리가 일어나서 따라 올라왔다.

 

친구가 준비한 2층 방은 바로 마나헴과 격투를 벌이던 방이었다.

 

그가 뛰어내려 도망가던 창문은 지금도 약간 열려 있었고, 작은 침대가 새로 준비되어 있었다.

 

나발이 유리 옆에 가까이 앉으며 말했다.

 

유리 님은 저를 완전히 믿으시지요?”

 

나발의 숨결이 그녀의 귀를 부드럽게 스쳤다.

 

, 이제 저의 장래를 나발 님과 함께 하기로 결심했어요.”

 

유리가 약간 수줍은 듯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나발이 유리의 어깨를 감싸 안고 살며시 침대에 눕혔다.

 

나발의 손이 유리의 손을 깍지 끼며 덮었고 배시시 웃는 유리의 얼굴 위, 열린 창문으로 오렌지 향기가 물씬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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