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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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55화 ★ 나발의 손가락 X표

wy 0 2022.02.20

바라바를 먼저 알아본 것은 유리였다.

 

, 저기 그때 그분이 오시네요!”

 

누군지 깜짝 놀라 돌아본 나발의 눈에 바라바가 웃으며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 아니, 형님이 어떻게 갑자기.”

 

일어나며 조금 당황하는 나발에게 바라바가 옆에 앉으며 말했다.

 

얼굴 본 지도 꽤 돼서 한번 와 봤는데 마침 있구나. 내가 방해된 건 아니지?”

 

천만에요. 방해는요, , 형님도 기억나시죠

 

이쪽은 점성술 가게에서 만났던 유리 아가씨에요.”

 

, . 그렇구나. 이렇게 밝은 곳에서 보니 다른 사람 같습니다.”

 

조금 전 엄마와 양고기 집에서 식사하고, 나발 님이 여기 구경시켜 주신다고 하셔서 왔어요

 

여기 참 으리으리하게 좋네요.”

 

나발아, 저쪽에서 누가 너에게 무슨 사인을 보내는 것 같다.”

 

돌아보니 친구 녀석이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었다.

 

방이 있다는 뜻이다.

 

얼른 나발이 양 손가락으로 X표를 만들었다.

[크기변환]X다운로드1.jpg

아무래도 오늘은 유리를 이쯤 만나고 바라바 형과 대화를 해야 할 것 같았다.

 

바라바 형이 그냥 올 리는 없었다.

 

그러고 보니 손에 무슨 병을 하나 들고 있었다.

 

, 저 친구 별일 아니에요. 그 병은 뭔가요?”

 

나발이 얼른 얼버무리며 화제를 돌렸다.

 

, 이거 헬몬산 석청인데, 조금 먹어 볼래요?”

 

바라바가 유리를 보며 물었다.

 

어머, 그거 귀한 건데! 이 잔에다 조금 주실 수 있나요?”

 

유리가 반색을 하며 주스를 단숨에 비우고 빈 잔을 내밀었다.

 

. 천천히 조금 드셔 보세요. 이건 많이 먹으면 쓰러질 수도 있어요.”

 

바라바가 조심스럽게 주스 잔에 포도알 하나 정도의 분량을 부어 주었다

 

유리가 조금 입에 대어 보더니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 혀끝을 쏘는 향이 대단하네요

 

단맛인지 쓴맛인지도 모르겠어요.”

 

, 물을 타지 않은 진짜라 그래요

 

내가 직접 헬몬산 중턱에 가서 따온 거니까요.

 

어쩌면 다 마시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처음 먹는 사람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요.”

 

, 그게 좋겠네요. 나머지는 나발 님 드세요. 건강에 좋은 거니까.”

 

유리는 벌써부터 나발을 챙기며 주스 잔을 나발 앞에 밀어 놓았다.

 

, . 저는 이 정도는 끄떡없지요.”

 

나발이 단숨에 잔을 비우자 유리가 말했다.

 

그럼 저는 먼저 가볼게요. 엄마도 기다리실 것 같고요.”

 

, 나 때문에 일찍 가는 거 아닌가요?” 바라바가 말했다.

 

아니에요. 손님 올 시간도 되었고 석청에 취한 것 같아요. 호호."


유리가 일어나고 나발이 현관 입구까지 따라 나가며 말했다.

 

오늘 고기도 많이 먹고 즐거웠어요. 어머니께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저희가 나발 님께 정말 감사하지요. 곧 또 연락 주세요.”

 

유리가 생긋 웃으며 고개를 숙였고, 석청의 기운으로 발갛게 물든 그녀의 볼을 깨물어주고 싶었다.

 

바라바 형 때문에 아까운 기회를 놓쳤지만, 아직 시간은 많다.

 

[크기변환]바라바 나발 collage.png

 

갑자기 유리 어머니가 식사를 하자고 해서 나가보니 유리가 있었어요.

 

식사 후 호텔을 구경시켜 달라고 해서 차를 마시러 왔고요.”

 

그랬구나. 우리의 정체를 전혀 모르는 것 같던데, 마나헴에 대해서는 별말 없었니?”

 

. 저도 물어볼까 하다가 이상할 거 같아서 자세히 안 물었어요.”

 

무슨 미인계 같은 함정은 설마 아니겠지?”

 

글쎄요. 여하튼 다음에 만나면 마나헴을 잡는데 유리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겠지요.”

 

그래. 조심해서 만나봐라. 그리고

 

바라바는 아몬에게 들은 대규모 집회 이야기를 해 주며 곧 사라의 집에서 모이자는 말을 했다.

 

저는 그 정도 대규모 집회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너무 조용하면 조직의 탄력이 없어지고 기강도 해이해져요.”

 

나발은 아셀 단장의 의견에 적극 찬동했고, 바라바는 고개만 끄덕였다.

 

 

 

드디어 루고가 탈레스 선생을 만나는 날이다.

 

사라도 오라고 연락해 놓았다.

 

루브리아가 출근하는 아버지 로무스 대장에게 말했다.

 

아버지, 오늘 점심은 별일 없으시면 들어오셔서 하시지요.”

 

, 그래. 무슨 할 말이 있니?”

 

좀 보여드릴 게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 별일 없으면 들어오마.”

 

아버지가 나간 후 탈레스 선생이 오려면 시간이 좀 남아서 루브리아는 리코더 연습을 했다.

 

밖에는 아직도 수풀이 무성하지만, 이제 곧 가을이 되면 나뭇잎들이 붉게 물들어 우수수 떨어진다.

 

티베리아 호수의 벤치에 낙엽들이 너무 많이 내려앉기 전에, 바라바와 한 번 더 가고 싶었다.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는 계절의 변화를, 리코더 소리로 공원에서 표현해 보고 싶었다.

 

한번 울려서 공중으로 나간 소리는, 석양빛이 땅거미가 지면 없어지는 것처럼 어디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인가?

 

빛이나 소리를 찾아갈 수는 없을까.

 

향초와 심지가 빛의 연료라면, 소리의 연료는 숨과 마음이리라.

 

 눈을 감고 리코더를 불다 보니, 살인혐의가 있는 사람을 추궁하는 일은 다른 세상의 남의 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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