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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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21 화 ★ 감방에서 예배보기

wy 0 2019.02.05

 

 

"화장실 수도꼭지는 왜 저렇게 벽 밑에 달려 있을까.."

 

바닥에서 30cm도 떨어지지 않은 수도꼭지에 대해 방주가 세수를 하고 나오면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수도꼭지에 목 매달면 곤란항께..”

 

무혁이 두꺼운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방 가운데 식탁을 펴고 세 사람이 성경을 앞에 놓은 채  앉아 있었다.

 

"신교수도 같이 예배 보려면 이리 오시요.

 

이 방에서는 그 동안 주일 아침 9시에는 간단히 예배를 보았소."

 

김대표의 말에 방주도 슬그머니 식탁 한쪽에 가서 앉았다.

 

시계를 보니 아직 5분 전이었다. 

 

손철이 자신의 성경을 방주 쪽으로 반쯤 밀어 놓으며 물었다.

 

"신교수는 교회  나가시나?"

 

"네, 저는 교회 다닙니다.  손사장님은 기독교이신가요?"

 

"아니, 나는 불교요. 근데 이번에 바꾸려고…

 

다음 주에 1심 재판이 있는데 풀려나면 바꾼다고 김대표님과 약속했지.

 

근데 우리 마누라가 반대할 것 같아서 좀 걱정이야."

 

손철이 슬쩍 옆 눈으로 김대표를 보았다.

 

김을수는 아무 표정 없이 눈을 감고 명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무혁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렸다.

 

"나는 혼자 성경 읽었으면 큰일날 뻔 했지라.

 

마태복음인가에 '외식하지 마라' 라는 말이 자주 나와서 예수 믿으면 이제 밥은 집에서 만 먹는 거구나 싶었소.

 

대표님이 설명을 해 주셔서 알았는디 '겉으로 꾸미지 말라' 라는 뜻이라네.

 

예수님이 '발새인' 인가 그런 사람들 야단 치신거라고... 신교수님은 아셨소?"

 

"외식의 식자가 꾸밀 ‘식’ (飾) 자에요.

 

 ‘장식’할 때 '식', 그러니까 '위선'과 비슷한 뜻이지요."

 

"와, 교회 겁나게 열심히 다니셨네! 

 

'외식'은 여간해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디.."

 

벽에 걸린 손목시계가 9시를 가리켰고 안 보고도 시간을 아는 것처럼, 김대표가 큰 눈을 번쩍 뜨더니 목소리를 가다듬고 엄숙히 말했다.

 

"예배 시작하겠습니다.  하나님은 영이시니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드릴지어다."

 

김을수가 다시 눈을 감고 기도를 시작했다.

 

"거룩하신 아버지 하나님, 이 시간 여기 작은 방에 모인 우리 네 사람, 주님을 만나러 나왔습니다.

 

저희를 받아 주시고 그 동안 지은 허물과 죄를 용서해 주시옵소서.

 

하나님을 더욱 가까이 할 수록 비록 몸은 쇠창살 안에 갇혀 있지만 저희들 마음은 자유롭습니다. 


'옥중에 갇힌 몸이나 마음은 자유 얻었네' 라는 찬송가 그대로 되게 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끝까지 승리하는 성도가 되게 인도하여 주옵소서."

 

김대표의 기도를 들으니 개척교회 목사라는 말이 헛소리는 아닌 성 싶었다.

 

"사랑의 하나님, 내주에 우리 손철 사장님의 보석 심사가 있습니다.

 

주님께서 담당 판사의 마음을 뜨겁게 감명시키사 냉큼 풀려날 수 있는 놀라운 은혜를 허락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손사장님이 다른 우상을 섬기지 않고, 주님의 성전으로 곧 바로 나아갈 수 있는 역사를 이루어 주시옵소서.

 

며칠 전 새로 온 신교수님께도 은총을 베푸사, 억울한 누명을 하루 속히 벗고, 예수님을 나의 구주로 맞이하는 계기로 삼아주시기 간절히 원하옵나이다.

 

또한 이 방의 막내인 고무혁씨에게도 사랑의 손길을 뻗으사, 이제 하나님을 절대 떠나는 일 없이 그 분의 도구로 쓰일 수 있는 귀한 은혜 허락해 주옵소서.

 

하나님 아버지, 날씨가 추워지고 있습니다.

 

여기는 방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 11월이 제일 춥습니다.

 

김진홍 목사님이 감옥에서 뜨겁게 경험한 성령의 불을 보내 주시사, 우리 모두 따스하게 이 겨울을 나게 하옵시고 아무도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보호하시고 인도하여 주옵소서.

 

이 모든 말씀 아무 공로 없사오나 우리를 십자가 보혈로 구속해 주신 주 예수님 이름 받들어 간절히 기도 드렸사옵나이다. 아멘~ "

 

곧 이어 김대표가 사도신경을 조금 큰 소리로 외우기 시작했다.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를 내가 믿사오며 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사오니 이는 성령으로 잉태하사...'

 

방주가 눈을 살짝 뜨고 보니 손철과 무혁은 성경책을 보면서 따라 읽고 있었다.

 

"하늘에 오르사 전능하신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다가 저리로서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오시리라.

 

 성령을 믿사오며 거룩한 공회와 성도가 서로 교통하는 것과 죄를 사하여 주시는 것과 몸이 다시 사는 것과 영원히 사는 것을 믿사옵나이다. 아멘"

 

무혁이 아멘을 크게 했다.

 

"찬송가는 '내주의 보혈은' 하겠습니다."

 

'내 주의 보혈은 정하고 정하다. 내 죄를 정케 하신 주, 날 오라 하신다.

 

내가 주께로 지금 가오니 골고다의 보혈로 날 씻어 주소서~~'

 

네 사람이 부르는 찬송은 크지는 않았지만 복도에 충분히 들릴 정도였는데 이래도 괜찮은지 약간 걱정이 되었다. 

 

"2절까지만 하겠습니다, 성경말씀은 시편 119편 입니다.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말미암아 내가 주의 율례들을 배우게 되었나이다.

 

교만한 자들이 거짓으로 나를 엎드려 뜨렸으니 그들이 수치를 당하게 하소서.

 

나는 주의 법도들을 작은 소리로 읊조리리이다.' 아멘."

 

김대표가 천천히 세 사람과 눈을 맞추고 다시 입을 열었다.

 

"음, 그러니까 여호와께서 우리를 괴롭게 하심은 그 분의 성실하심 때문인데, 우리가 이 땅에서 당하는 고난은 악으로부터 돌아서고 회개함을 이루게 하시는 그 분의 뜻입니다.

 

고난을 통하여 우리는 하나님을 다시 찾게 됩니다.

 

고난 당하기 전에는 잘못 행하는 일이 많았으나 고난 후에는 주의 율례를 배우게 되어서 주의 법도를 지키게 되는 것입니다."

 

고무혁이 손을 살며시 들었고 김대표가 말을 중단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병들고 아픈 것도 우리가 악해서 그런 건가요?"

 

"인간은 모두 악하지요. 하나님이 언제 누구를 어떻게 징계 하실지 우리는 몰라요."

 

무혁이 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도 그런 징계는 좀 이상한디..

 

예수님처럼 병을 고쳐주셔야지, 징계한다고 사람을 병들게 하실  수 있나요? ”

 

김대표가 다시 점잖게 말했다.

 

“여하튼 모두 하나님이 하시는 일입니다.

 

하나님이 병들게 하셨으니 하나님이 고쳐주시겠지요..”

 

“그러다 죽으면요?  우리 할머니는 세상 착했는디 갑자기 병으로 돌아가셨지라.”

 

옆에서 손철이 끼어들었다.

 

“얘가 또 그런 쓸데없는 질문을 한다..믿음 떨어지게시리..

 

그냥 듣기만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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