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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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29화 ★ 호수의 데이트

wy 0 2021.11.21 15:34

사무엘 님의 장례식을 끝낸 다음 날에는 온종일 집에서 푹 쉬었다.

 

점성술사 레나가 쓰던 검붉은 향초의 냄새는 바라바도 다시 맡으면 이제 알 것 같았다.

 

주위에 누가 그런 향초를 쓰는 사람이 있다면 범인일 가능성이 크다.

 

점성술사의 집을 나올 때 냄새가 좋다며 작은 향초 두 개를 얻어 왔다.

 

사람들을 모아 놓고 초를 피워서 냄새를 맡게 할 작정이었다.

 

오늘은 헤스론이 마나헴을 만나는 날인데 별문제 없이 잘 될 것으로 생각했다.

 

점심에 루브리아와 만날 약속이 되어서, 늘 만나던 식당으로 갔다.

 

잠시 기다리니 루브리아가 들어와 앞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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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일찍 오시네요.”

 

", 그럼요. 루브리아 님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지요.”

 

"호호, 감사합니다. 장례절차는 모두 잘 끝났다고 들었어요. 사라는 좀 어때요?”

 

"아직은 의연하게 잘 버티고 있는데, 아마 꿈을 꾸는 거 같을 거예요. 저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정신없이 며칠 보냈는데,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갈수록 더 아파져 오네요.”

 

무거운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루브리아가 가지고 온 꾸러미를 끌렀다.

 

"오늘 식사 후에 먹으려고 디저트 만들어 왔어요. 전에 주신 석청에 계핏가루를 풀어서 만든 과자에요.”

 

", 맛있겠네요.”

 

말을 하고 보니 바라바는 지난번 유타나가 한 말, 석청 때문에 루브리아의 눈이 나빠졌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생각났다.

 

그 석청이 혹시 눈에 문제를

 

아니어요. 그럴 리가 없지요. 탈레스 선생님이 다시 먹어도 된다고 하셨어요.”

 

바라바가 속으로 길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종업원이 와서 그들이 잘 먹는 메뉴를 기억하며 주문을 받았다.

 

"사라와 같이 점성술을 보러 가셨다고 들었어요. 저도 나중에 한번 가고 싶네요.”

 

바라바는 거기서 있었던 일을 설명해 주었다.

 

향초 냄새가 지금으로서는 유일한 단서라고 알려주며 엄지손가락 길이 만큼 잘라온 검붉은 향초를 루브리아에게 주었다.

 

"이 향초군요. 생각보다 범인의 윤곽이 쉽게 나오지 않네요. 저도 나중에 불을 붙여서 냄새를 맡아 볼게요.”

 

루브리아가 향초를 코에 대며 말했다.

 

"사라의 복수를 빨리해 주고 싶은데 마음이 좀 답답합니다.

 

요즘 눈은 좀 어떠신지요?”

 

"좋아지는 것 같지는 않아요. 차도가 없으면 제 눈 치료를 위해 아버지는 임기 마치기 전에 로마로 가실 것 같아요.”

 

", 빨리 좀 좋아지셔야 할 텐데요.

 

아마 예수 선생님만 오시면 문제없이 고칠 수 있을 겁니다.”

 

대화 도중 음식이 나왔고 여전히 생선요리는 싱싱하고 맛있었다.

 

", 저도 예수 선생님이 빨리 오셨으면 좋겠어요.

 

그분이 주로 하셨다는 말씀을 들으니 유대교와는 좀 다른 것 같더군요.”

 

", 어떻게 다른가요?”

 

"글쎄요. 이런 얘기를 로마시민인 제가 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선 그분은 유대교의 핵심 교리인 안식일 엄수랄지, 모세오경에 나온 말씀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대단히 순박한 분이 아닌가 생각이 돼요.

 

다른 사람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더라도 비난이 무서워 발표를 못 하는데 여하튼 좀 걱정이 될 정도예요. 호호.”

 

", 말씀을 듣고 보니 그러네요.”


"또 제가 듣기로는 그분은 나사렛이라는 시골에서 태어나셨는데, 그래서 그런지 따르는 사람 중 가난한 사람들이 많고 심지어 세리, 창녀 등도 많다고 들었어요.

 

여하튼 참 대단하신 분 같아요. , 이제 식사는 끝났는데 우리 디저트를 먹어야지요.”

 

"그럼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루브리아가 만든 디저트는 석청의 알싸한 맛과 계피의 특유한 향이 섞여서 독특한 맛이 났다.

 

"정말 맛있습니다. 제가 여태껏 먹어본 과자 중 제일 맛있네요.”

 

"호호, 다행이네요. 또 만들어 드릴게요.

 

오늘 날씨도 참 좋은데 시간 되시면 티베리아 호수에 같이 가보실까요?"

 

", 오늘 정말 화창한 날씨네요. 물론 가야지요."

 

두 사람은 디저트를 다 먹고 대기하고 있던 유타나의 마차를 타고 호숫가로 향했다. 마차 안에서 약간의 침묵이 흐른 후 그녀가 말했다.

 

"제가 눈에 약초를 대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아세요?"

 

바라바가 무슨 생각이었냐는 듯이 루브리아를 쳐다보자 루브리아가 살며시 바라바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약초 대신 바라바 님의 큰 손으로 제 눈을 따스하게 덮어 주시면 더 빨리 좋아질 것 같았어요."

 

바라바는 루브리아의 손을 다시 꼭 잡은 후, 루브리아의 눈에 자기의 손바닥을 대 주었다.

 

잠시의 시간이지만, 그 안에 태초의 영원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루브리아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들렸다.

 

"따스하고 편안하네요. 바라바님은 얼굴도 성격도 남자다운데 손가락은 어여쁜 여자의 손보다 더 예뻐요."

 

티베리아 호수는 시내에서 가까웠다.

 

이른 오후의 햇살이 호수의 잔물결을 은색으로 물들였고, 선선한 바람이 넓은 호수를 타고 불어왔다.

 

오리들이 몇 마리 꽥꽥거리며 자맥질을 하고 있었다.

 

유타나는 마차를 호수 건너편에 대 놓겠다며 눈치 빠르게 먼저 사라졌다.

 

산책을 하는 사람도 거의 없는 호숫가 길을, 루브리아가 바라바의 팔짱을 끼고 걸었다.

 

신도시를 건설하며 생긴 호수라, 조경도 잘 돼 있어 군데군데 그늘을 만드는 야자수도 심어져 있었다.

 

두 사람은 천천히 호수를 보며 걸었고, 경쾌한 새소리가 뒤를 따랐다

 

호수의 건너편으로 가는 길의 중간에 벤치와 작은 테이블도 있었다.

 

옆에서 팔짱을 끼고 걷는 루브리아의 몸에서 은은한 백합꽃 향기가 느껴졌다.

 

그늘이 지는 벤치에 잠깐 앉아서 쉬어 가기로 했다.

 

벤치에 앉으며 루브리아가 팔짱을 풀자 바라바의 팔이 루브리아의 어깨를 바로 감쌌다.

 

마차 안에서 바라바가 루브리아의 눈에 손을 대었던 시간 만큼이 흐른 후, 두 사람의 어깨가 옆으로 기울며 넘어가 벤치 뒤에서는 두 

사람을 볼 수 없었다.

 

오리들의 꽥꽥거리는 소리가 점점 요란해졌다.

 

호수의 잔물결이 이제 황금색 빛을 띠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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